개더링
앤 엔라이트 지음, 민승남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혼란한 그녀의 심리를 차마 공감하기 어려웠던 소설


 
"우리는 죽은 이들을 비방하지 못하며, 오로지 위로할 수 있을 뿐이다."
 
  죽은 자 앞에서의 통곡은 먼저 떠나간 이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하겠지만, 어쩌면 '나를 두고 먼저 가면 어떻게 하라고~' 하는 남겨진 나에 대한 안타까움 인지도 모른다. 떠나간 이를 추억함에 있어서도 내가 담고 싶은 기억만을 생각한다. 그것을 알기 전에는 아무도 반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비방할 것인가, 위로할 것인가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인간은 원래 지극히 이기적이니까...
 
 



 
  이 소설의 시작은 마흔 살의 오빠 리엄의 바다에서의 자살로 비롯된다. 11개월 늦게 태어난 여동생 베로니카는 그의 자살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그로 얽혀지는 복잡한 가족사를 되짚어 이야기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복잡다난하고 시공을 뛰어넘는 그녀의 생각들은 그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는 함께 혼란해질 뿐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은 자신의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고 도피와 그리움의 교차하고 있다. 망자亡者를 추억함에 있어 영화로도 소개된 바 있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정도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머니의 죽음 후에 알게 된 불륜을 사랑으로 인정하고 이해할 것인지, 망자인 것을 수원수구하랴 용서할 것인지가 자식의 몫이었던 것처럼 소년기에 일어난 오빠의 불행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이 이야기를 대하는 독자의 몫이 되겠다. 책을 읽으면서 더해지는 우울함도 독자의 몫이다.
 
  가족의 발생은 부모의 사랑에서 비롯된다지만 어디 그렇기만 할까? 나는 어떤 결실로 맺어졌는가를 고민함은 어쩌면 성역불가침의 영역인것을 베로니카는 감히 넘나들고 있어 독자인 나를 불편하게 한다. 조부모를 이름으로 대신하여 그들의 섹스를 언급하고, 있을지 모를 그들의 또 다른 불륜을 상상함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기억하지 못할 뿐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랴 라고 본다면 그녀의 불쾌한 추적은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오빠의 자살에 얽힌 가족사를 기억하는 여성의 심리란 차마 만나기조차 꺼려질 만큼 복잡하기만 했다. 순조로운 이야기의 진행를 예측했던 나를 꽤 혼란스럽게 만든 책이다. 그녀를 이해하기는 나에게는 벅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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