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생긴 마음병病, 일기써서 고치세요!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일에 다툼을 벌이듯이 나는 평생 나의 일기와 다퉈왔다. 고통으로 첨철된 삶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일기 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시절, 나는 일기장 속에서 나와 끊임없이 다투면서 새로운 나를 찾으려 했다. 일기는 그만큼 나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던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프랭크 맥코트의 말이다. 책을 읽는 것 만큼이나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데, 책을 읽어 지식과 지혜를 얻고, 내가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배운다면,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키워낸다는 것이다. 더우기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책이 있다. 50여 년을 일기를 써오면서 스스로 체험을 한 셰퍼드 코미나스 박사의 책, [치유의 글쓰기Write For Life]이다.
 
 저자는 1955년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세요." 라는 70대 전문의의 뜻밖의 제안에 따라 일기를 쓰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을 일기쓰듯이 쓰게 되면서 그날 하루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슴속에 있는 찌꺼기들을 탁탁 털어놓고 나면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느낌이고, 그것이 그를 편안하게 했는데 편두통 또한 증세가 많이 호전되게 되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인 잇점을 얻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첫째 글쓰기는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가치있게 받아들이게 하고, 둘째 인생의 전환기를 더 주의 깊게 성찰하게 하며, 셋째 과거를 탐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좀 더 창조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한다.
 
 글쓰기의 시작은 가급적 줄이 쳐진 비싸거나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일기장을 선택하고, 펜 또한 특별한 것을 정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들,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인 여러 개의 볼펜을 마련해 기분에 따라 특별한 느낌이 있는 단어나 문장에 별도의 색깔을 넣거나 한다. 글을 쓰는 장소는 가장 편한 곳일텐데 틈나는 대로 공간이 허락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글을 쓰기에 적당한 시간 또한 자신에게 편한 시간일텐데, 어느 때가 되었건 약 20분 간 할애할 수 있는 때를 고르는 편이 낫다. 무엇을 얼마나 쓸까 하는 것은 오늘 가장 나를 놀라게 한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나를 가장 감동시킨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가장 기어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고려해 편하게 써내려 가라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쓴 노트 즉, 일기장을 둘 장소인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상념이 들어간 일종의 화장실같은 글을 남들이 읽을 수 있을 만한 데 둔다는 것은 그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어 함부로 글을 쓸 수 없거나, 가식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공간에 둘 수 있어야 글도 마음껏 쓸 수 있고, 가족들 또한 그 글을 읽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계속하다보면 자신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것인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고, 시작할 때는 잘 모르지만 인내와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보면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고민이나 문제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걱정이 늘어나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심리적, 육체적 문제(질환)으로까지 심화할 수 있는데, 글을 쓰게 되면 자기가 쓰는 것에 주목하게 되고, 그것만으로써 자기 인생을 관리할 능력이 생기고, 그것이 문제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다. 자신과 화해하는 길이기도 한 글쓰기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고, 고백이기도 하며, 기도일 수도 있다. 미리 쓰는 유언일 수도 있고, 부치지 않은 편지일 수도 있으며, 혼자서 떠나는 여행일 수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영혼의 내적인 힘"이라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이 내면과의 조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용기와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행복으로 다가가는 초대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리고 갈 것이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는 제목으로 유언을 남기듯 시집을 두고 떠나신 고 박경리선생처럼 내면으로 비롯된 기록이야말로 후회없는 행복한 죽음도 맞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업 초기 어린 나이에 겁없이 사업을 확장하다가 실패를 보고 '우울증세'를 띤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작은 말에도 서러운 것이 마치 14세에 경험한 '사춘기'의 그것과 크게 다를 수 없었다. 이미 성인이기에 마음껏 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악이 되어 많은 실수와 오류를 경험하면서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우연히 잡지에서 알게 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쓸데없는 상념들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 토해내고 싶은 충동으로 밤을 새워 매달린 적도 있고, 부질없다 생각하고 6개월동안 한 번 들여다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6년 째 블로그를 계속하고 있고, 그 때의 우울함을 이제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누구에도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 알게 되면서 '혼자'라는 고독감과 남들과는 다르다는 '상실감'이 똘똘 뭉쳐져 풀어낼 방법이 없는 실타래가 되어 혼란스러웠던 것 같았다. 결국 스스로에게 생긴 문제인 만큼 스스로가 풀어내는 방법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무엇이든 쓰는 것, 그 글쓰는 행위는 배설이 되고, 글이 담긴 노트(블로그)는 정신의 해우소가 된 것이었다. 혼자서만 느끼던 것을 50여 년동안 일기를 써 온 저자를 통해 공감하게 되고, 이 또한 혼자서 경험한 것이 아니라는 연대감에 위안이 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얻어야 할 것이 많은 책이었다. 인생은 산과 같아 깊고 깊은 계곡을 추락할 날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때, 이 책을 다시 펴서 도움을 얻고 싶다. 스스로 할 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처럼 "인생의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여정"과 같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