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1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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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는 사람되기를 권하는 허영만 선생의 충고!
 
  우리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너무나 좋아하신 덕에 1년을 술을 드시면 뒷산이 없어지고, 또 다음 해 일년을 술을 드시면 쌀지어 먹을 논 한 마지기가 없어졌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술을 드시면서 옆에 친구도 앉히고, 새악시도 앉히고, 손에는 '패'를 잡으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십 수년을 그렇게 술을 드셨으니 '부락에서 내 땅 안밟고 읍내 못간다'고 말씀하셨던 선조의 땅은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가고, 소작을 부렸던 세대의 어르신이 이젠 소작을 붙여먹어야 할 형편이 되어 부끄러워 저멀리 남쪽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가족중 더이상 할아버지 옆을 있으려 하지 않자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던 내가 당신의 유일한 동무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당신의 무릎팍에 앉혀놓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꼴값을 해야 하는겨. 제 생긴대로도 채 복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이 사람이여. 그런께 꼴값만 허고 죽어도 여한이 없는겨. 세상을 봐라. 제 꼴이 언쩐 줄도 모르고 위로 뛰고 아래도 뛰는 것들이 월메나 많어.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을 만큼이여. 그렇게 꼴값을 떨어뜨리는 것들을 보고 '꼴값을 떤다(떨어낸다)'고 하는겨."
 
  지금와서 생각하면 팔자八字로, 또 아래로 수염을 늘어뜨린 팔순의 우리 할아버지는 '집안 재산을 모두 거덜을 낼 꼴'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충실하게(?) 당신을 역할을 할 수가 없을테니까. 아무튼 그 덕에 당신의 자식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야 목구멍에 풀칠을 하는 상황이 되셨고, 또 그 덕에 지금도 부런하고, 검소한 자식들이 된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야 어떠셨든, '꼴값을 하라'는 그 말씀 하나 만큼은 요즘과 같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다시금 새겨야 할 말씀인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 말고도 또 '꼴값'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는 그리 큰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천하의 이야기꾼'으로 명성이 자자하신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최고의 힛트작 '식객食客'에 이어 다시 펜을 잡으셨다. 새로운 만화, [꼴]이 그것이다.
 
 

 
 

 


 
  외모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다. 중국에서 들어온 '관상학'이 꽤 널리 알려지면서 외모의 생김이 성공과 출세를 좌우한다는 관념이 꽤 깊숙히 자리잡혀 있는 터. '허우대만 멀쩡'해도 밥굶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없다. '곱다, 예쁘다, 여자답다, 사내답다, 호걸같다' 등 외모에 대한 평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고, 최근에는 '훈남,완소남,완소녀'등 신조어가 생길 지경이니 우리의 외모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이다. 그래서 일게다. 암암리에 시술되어 오던 '성형수술'이 이젠 내어놓고 상품으로, 심지어 남을 위한 미덕으로까지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유교로 평생을 살다가 돌아가신 선조'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잡으며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성형수술하면 관상이 변하는가?'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허영만 선생님의 이 책을 보면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관상이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서양사람들처럼 코를 높이 세우는 것은 사진에는 어울리고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관상학적으로는 가장높은 산이 더욱 높은 격이 되어 복이 박해지고, 외로워 진다는 것이다(성형외과 선생들도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의 생김이라는 것이 어느 하나 가지고 관상이 좋거나 나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인상보는 법'이 지금껏 전해지게 된 것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함'이라며, 마음이 안이라면 얼굴을 바깥이라 그래서 그것으로 우선 사람을 엿보려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마음이 흉포한데 상이 좋으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마음이 너그러운데 상이 나쁘니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할 인간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참고 두고 볼 수 없는 인간의 조급함이 '인상보는 법'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보면 제 아무리 화장을 하고, 수술을 해서 인상을 좋게 한다고 해도 결국 드러나는 '마음'에 의해 제 '꼴값'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화를 읽는 것'이라고 어떤 독서가가 말한 적이 있다. 빈 손이면 허전하다고 느껴질 만큼 한 권의 종이묶음이 제 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만화를 읽는다고 누가 뭐라할텐가? 더구나 양질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만화등 다양한 매체를 빌어 재창조되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인 만큼 그 시작이 만화라면 나같은 만화광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다. 허영만 선생님의 최근 활약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막 1편을 끝냈다. 그래서 아직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끝을 함께 하면 '꼴값'하는 늠이 될 수 있는 건지, 여전히 '꼴값'을 떨어내는 놈으로 남을 건지가 의문이다. 흥미로운 시작, 그 후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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