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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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문제의 전부를 '처음'으로 제대로 파헤친 책! 
  

  '부동산에 관한 책이 도대체 몇 권이 될까?' 책을 모두 읽은 후, 갑자기 의문이 생겨 온라인서점을 통해 검색해 보았다. 모두 1,681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략 훑어보니 공인중개사 또는 부동산 감정평가사를 위한 수험서와 부동산 경매등을 위한 투자서, 그리고 나머지는 부동산투자를 위한 지침서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회과학 부분의 55권의 대부분 또한 분류만 잘못되어 있을 뿐, 부동산 투자를 위한 도서들이다. '설마... 시간을 들여 눈을 씻고 찾아본다면 분류가 잘못된 '대한민국 부동산의 문제점'에 관한 책이 몇 권을 있겠지' 살펴보지 않고 미리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렇지만 입맛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바로 이 점이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국민경제의 가장 '골치꺼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부동산 전문가 심지어 수많은 부동산학과가 존재하면서도 투자가를 위한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을 둘 뿐, 악순환으로 거듭되고 있는 '부동산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학원 논문은 매년 수백, 수천 권이 쏟아지고 있다'고 혹자들은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독자들도 익히 알지 않는가? 온 국민앞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만한 가치를 지닌 '대학원 논문'이 과연 몇 권이 될 것인가?   
 
여기 글을 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공원에서 놀던 꼬마아이도 관심을 둔다. "너 어디살아?" CF에도 나온 말이다. CF는 현실을 대변하는 거울이다), 스포츠신문까지도 매일 거론되고 있는 단어, 관심도를 따진 검색어로 따진다면 단연 1위가 되고도 남음직한 '대한민국 부동산문제'에 과감하게 메스를 댄 책이 있다. 손낙구씨가 쓴 책, [부동산 계급사회]가 그것이다. 
    
  
 저자 손낙구씨는 이미 온라인 미디어 [레디앙]에 '전국 부동산지도' 를 연재한 바 있고,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통계를 만들고 분석글을 발표해 온 이른바 진보파의 부동산전문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재직한 바 있는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 검토한 수많은 통계자료를 토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신화와 이데올로기는 무엇이며, 왜 문제인가? 부동산 투기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자는 누구인가? 이 먹이사슬에서 혜택받은 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 무엇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가, 없는가 등 우리나라 부동산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한 책이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통계'. 저자는 통계라는 키워드로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통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부동산 신화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와 기업이 생산하는 수많은 통계의 왜곡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통계를 통해 통계의 신화를 따져 묻는 방법이야말로, 부동산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잘못된 허상을 벗겨 내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P 12) 그래서 저자는 지금껏 정부정책에 이용된 수많은 부동산 관련 통계들을 취합해 '그들만의 리그'의 이야기를 위해 만든 통계들을 가지고 '국민의 고미'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었다. 우선 1장에서는 부동산이 왜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졌고, 2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위기를 빠뜨리고 있는 지를 분석했다. 3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고 있는지를 살폈고, 4장에서는 부동산 격차와 부동산 빈곤층의 실상을 고발하고, 5장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 100대 부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끝으로 6장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현재의 부동산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각 장의 첫 페이지에는 그 핵심적인 사항들을 '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웃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부동산의 실태를 스퀴즈 퀴즈 형식'으로 꾸몄는데, 기함을 할 정도였다. 그 중 몇을 들어본다.
 
- 대한민국 땅을 팔면 캐나다 몇 번을 살 수 있나? 여섯 번.
-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은평구의 같은 평수 아파트 몇 채가 필요할까? 네 채.
-  우리나라 최고 집 부자는 과연 몇 채나 갖고 있을까? 1,083 채.
-  한국 땅값은 중국의 몇 배 일까? 40배
-  서울대 합격은 아파트 가격과 상관 있을까? 아파트 값 3억 동네 = 8명, 8억 동네 = 28명.
- 전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는다면 집은 모자랄까, 남을까? 100만 채나 남는다.
- 우리나라에서 열 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소유주인 땅을 합하면? 여의도 크기 다섯 배.
- 집 100채 가진 사람은 집 부자 30위 안에 들까? 못든다(107채 가진 사람이 37위)
- 10대 재벌 중 땅 재산이 가장 많은 재벌은? 1등은 롯데, 2등은 삼성.
-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가구 수는? 105만 가구가 평균 다섯채씩 총 477만 채 소유.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정부로 나온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진보야당의 대변인으로 있었던 만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권의 바뀔 때마다, 경제적 혼란이 제기될 때마다 부동산 억제 정책을 완화하거나, 채 다듬어지지 않은 부동산 개발안을 발표해 투기세력들에게 꾸준히 불로소득을 제공해 왔던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부동산 역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저자의 생각들은 100년를 두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우리의 '부동산문제'가 곪아서 고착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정부의 통계 뿐 아니라 고금을 망라한 전문가들의 저서와 의견을 빌어 부동산의 어원이기도 한 real - estate 가 '왕王 의 소유', 즉 Royal property 임을 밝히고, 근본적인 국유화에서 재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저자가 작금의 부동산문제를 한 권의 책으로 내면서 그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부분을 대하면서 일본의 어느 기업가가 생각났다. 고도성장기인 70년대 초에 일본의 기업가 '마츠시타 그룹'의 회장 마츠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신국토창성론'을 내놓았는데, 국민 모두의 번영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토지를 사랑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내 땅은 내가 지키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필요하여 부동산학도로써 만들게 되었다는 이 이론은 200년이 넘게 걸리는 장기적이고 방대한 사업이었다.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일본열도에 간척사업의 붐을 일으키는데 방아쇠역할을 했었다. 저자의 대안 역시 수많은 정책 수립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읽혀 많은 생각과 그보다 더 발전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있었던 그가 이 책을 냈다는 데 또한 큰 의미가 있다. 당리당략을 기반으로 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현실에 대해 명확하게 꼬집을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의 현실성있고,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정책입안자들에게는 국내 현안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두어야 하고, 그에 대한 방법은 어떻게 모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아가 '국내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역시 현실과 현황파악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들여다 보아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부동산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카더라'하는 유언비어가 아닌 정부도 내놓을 수 없었던 가장 생생하고, 현실적인 부동산 현황을 보여주는 '2008년 부동산 통계 지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회과학분야에서 이토록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준 책은 올해 초에 나온 같은 출판사의 책, [김앤장]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읽으며 현실에 눈뜰수록,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게 했던 책.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밝아질 것 같아 반가웠던 책이다. 올해 사회과학 부분에서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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