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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스릴러 매니아'인 당신, 이 책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변호사. 소위 사자士字 들어가는 직업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물리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나 인격적인 생명을 다루는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에 대해서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격格을 달리 해 왔다. '감히' 인간의 생명과 인격을 취급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그들의 수고로움은 존경과 높은 보수로 그들에 대한 존경과 그 판단을 존중한 것이다. 그런 직업을 만든 때부터 세인들은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이다. 그중에서 세인들과 가까운 직업군은 '의사'와 '변호사'인데,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사랍답게 살기 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들의 희소가치는 높아지고,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의 이러한 직업군은 '금전'과 결부되어 그 서비스를 보다 잘, 그리고 빠르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경제학적으로 판단할 때 당연한 이치가 '생명'과 '정의'의 가치를 놓고 봤을 때 종종 달리 평가되고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변호사'는 '억울한 인간을 돕는 직업'이라는 직업관과 '세상의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정의'라는 가치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직업이라고 보여진다. 그들은 과연 '의뢰인'과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주 만날 수 는 없지만 그들을 보게 되면 늘 떠올리는 질문이었다.
본디 이야기를 좋아하는 지라 책은 물론이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장르를 불문하고 즐겨보는 편이지만 유독 좋아하는 장르는 '법정 스릴러'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곳이지만 좀처럼 가기 힘든 곳, 그리고 자주 가서 좋을 것이 없는 곳이기 '법원'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간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자신과 상대방이 단 둘로서는 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고, 서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누군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서로가 금전적 물질적인 박탈을 요구하는 단판 승부를 가리는 것이고, 시간에 비례하여 상당한 서비스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3자된 입장에서 그곳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세상의 일이기에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름의 공부가 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그들이 판단하는 '정의'는 어떤 방법으로 도출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공부가 될 수 있어서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과 결말은 어느 이야기보다 가장 '사실적'이고 종종 당연한 정의가 때로는 잘못된 판단과 얽혀진 관계에 의해 '불의'에 무릎을 꿇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방의 주장에 누군가가 냉엄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질하며 훈수를 두고 싶은 때문이다.
그런 내게 기가 막힌 이야기를 만났다.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미국의 노련한('유명한' 이라는 말보다는 악의가 담겼다) 변호사가 있다. 그에게서 재판에서의 승소는 그에 버금가는 마땅한 수임료와 사례를 보장한다. 링컨 리무진 세 대. 이것이 그의 현재를 대신할 만큼. 그러기 위해 그가 선택하는 의로인은 '진정한 정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식의 정의'를 만들 의욕을 불러 일으킬 만큼 돈 많은 의로인이다. 그런 그에게 '정의를 필요로 하는 돈많은 의뢰인'을 만났다. 변호사로서 '정의'를 찾는 기쁨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넉넉한 수임료와 수고료를 챙길 수 있는 '대박'을 만난 것이다. 서슴치 않고 사건을 수임한다. "순진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고 늘 말했던 선배 변호사인 아버지의 유언도 잊고.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게 시작하는 이야기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원제목 The lincoln Lawyer 이다.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경찰출입기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LAPD 해리 보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The Black Ice>를 썼고 이 작품으로 1992년 에드가 상을 수상한 이후
해리 보쉬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를 발표함으로써 최고의 명성을 얻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13편의 해리 보쉬 시리즈를 쓰는 틈틈이 라스베이거스의 전문 도둑 <Void Moon>, 신문기자 <The Poet>, 변호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 색다른 주인공들을 소재로 한 스탠드 얼론(시리즈가 아닌 1권으로된 장편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법정 스릴러'의 대표작가 '좀 그리샴'을 뛰어넘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LA의 밤세계를 살고 있는 범죄자들을 주로 변호하며 그들의 검은 돈을 수임료로 받아 챙기는 형사법 전문변호사 미키 할러.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직업관은 단순하다. " 개업한 지 15년, 이제는 아주 단순한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법이란, 사람과 생명과 돈을 닥치는대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이다. 나는 괴물을 다루고 질병을 고쳐주는 전문가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는 것뿐이다. 지키고 풍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P 35)
높은 승률, 많은 보수로 유능한 변호사로 통하지만 범죄자를 대변하는 이혼남 변호사, 검사인 전처와 변호사 사무실에서 파트너로 근무하는 또 다른 전처 여비서, 그를 돕는 수사관들, 정보원들,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과 그의 가족 등 소개글만 읽어도 모습들이 떠오르는 독특한 이미지의 캐릭터들과 하나 둘 씩 터지는 연속적인 사건들로 460여 페이지를 읽어내리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미국의 형사법 재판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최근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사법권에 대응해 추진하고 있는 [로스쿨제도]와 배심원제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리얼한 대사와 눈 앞에 스크린을 비추는 듯한 저자의 상황묘사는 이 소설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내가 눈을 감으면 Stpo 버튼이 눌러지고, 눈을 떠 글을 읽으면 Play가 되어 화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든 느낌이 딱 그랬다.
이 소설은 리챠드 기어가 변호사로 주연을 맡았고 최근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주연을 따낸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영화,
[프라이멀 피어] 를 연상케 하고, 통쾌한 결말은 지난 해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를 떠올리게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내 심장도 쥐락 펴락 반복을 거듭했다. 실제로 2009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하니, 그 반가움은 두배였다. 존 그리샴이 '정의의 실현'에 중점을 둔 작가라면 이 소설의 저자는 '범죄와 재판의 아이러니'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소설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 이 책을 펴낸 [랜덤하우스코리아]가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인 듯한 뉘앙스를 띄웠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만난 본격 법정스릴러, 이 작품을 읽지 못했다면 후회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