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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어느 패션남성지 편집장의 쇼핑에 대한 허심탄회한 고백 !
2001년 3월 이후 그의 글을 900페이지(10쪽 원고 90회)를 읽었다. 그리고 지금껏 세 권의 책이 나와 읽었고, 그리고 올해 360여 쪽을 하나로 묶은 책을 또 이번에 읽었다. 잘나가는 라이센스 남성 월간지 'GQ' 를 읽는 또 다른 쏠쏠한 재미는 편집장인 이충걸의 [Editer's Letter]를 읽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글을 쓰기가 죽기 만큼 싫은 그가 편집장이 되어 좋은 점은 한 달에 한 번씩 '달랑 원고지 10쪽만 쓰면 된다'는 것이란다.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이듯, 냄새가 맡아질 듯 읽기 아까울 만큼 글을 표현하는 그가 글은 달랑 10쪽 쓰고, 후배들의 기사를 홍동백서 나누듯 배치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다. 그 10쪽 읽는 재미를 느끼려고 또 한달을 기다리는 나같은 골수(?)을 고려했나보다.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남성패션지의 편집장 이충걸이 말하는 쇼핑이야기,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이다.
"나에게 쇼핑은 마케팅의 측면이나 문화적 결핍을 충족시키는 레저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을 취함으로써 뻔뻔한 쾌락주의자이자, 기품 없는 유물론자이자, 즐거움을 좇는 호색가로 살아가는 동안, 눈은 높고 본 건 많은데 가진게 없다는 진실만이 내 인생의 비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로 시작되는 이 책의 저자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자신에게 꼽히는 티셔츠를 줄창 입는 겁나게 멋있는 사람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동안진 외모는 차치로 하고, 주제를 가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머리와 머리속 생각을 막힘없이 글로 토해낼 줄 아는(실제로 말도 그렇게 한다면 ...신은 불공평한 것이다) 멋쟁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쾌락주의자이자, 유물론자이자, 호색가로 변신하게 되는 직업인 잡지사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본 패션과 스타일과 명품, 그리고 쇼핑을 이야기 한 책이 이번 책이다.
작은 제목들 또한 멋지다.
'매장의 미아', '트렌드를 소비하는 야비한 방법들', '괴로운 부르주아 세계', '무엇을 위한 죄의식인가' 네가지로 구분하여 그가 생각하는 '패션과 쇼핑'을 모아 두었다. 그의 직업상 이 책은 상당히 위험한 요소들을 담았다. 소위 명품을 향해 '너희가 정말 명품될 자격이 있는가?'를 혼내기도 하고,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명품족'들에게 꼴불견은 없어서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휘어감고 다니는 너희들 이라고 말한다. 그가 발행하는 잡지의 삼분지 일은 소비자를 부르는 광고일색이고, 그것을 읽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 역시 이러한 바를 용인하고 그것을 추적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직업인으로써 다 하지 못한 일종의 'Off the Record' 독백인터뷰다(할 말은 꼭 하는 사람같아서, 그래서 더욱 멋쟁이다).
그는
세일Sale에 대해 '누구에겐 광란이지만, 누구에겐 마법이다. 살아생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원목 책장을 찾아 헤매는 것, 시즌 막판, 세일의 끄트머리에서 미리 점찍어 둔 물건을 손에 넣는 것이야말로 절묘한 현대의 예술' 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경제적 쇼핑을 위한 변명이 적용되는 시즌이자, 디자이너 상표가 덤으로 딸려온다는 환상에 갇힌 볼모의 계절이며, 쇼핑중독자들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이유라 말한다. 또
백화점을 일러 획득을 사회성으로 탐욕을 멤버십으로 가장하는 곳이자, 소비주의의 장대한 성전이고 물질적 열망과 기도의 현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백화점에 가는 건 고상해서라기보단 소비의 원천이라는 구매자로서의 존중감을 갖고 싶은 단순한 욕구 때문이이라고 말한다. 쇼핑의 세계에 대한 독설이자 자조섞인 회한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딱 이런 말투로 패션을 말하고, 쇼핑중독으로 인한 빚을 말하고, 복제도시를, 청담동을, 럭셔리를, 그리고 소비를 향해 꼬집지만, 그 또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인간' 임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멋쟁이다. 스토리가 있어보이는 (상상을 뛰어넘는)물건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것을 고를 줄 알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닌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를 엄마 다음으로 사랑한다.
패션과 쇼핑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늘 갖고 있던 의문, 즉 패션지 에디터들은 그것을 즐기고 누리는가, 아니면 나처럼 갈망하고 원하지만 결국은 '신포도'취급을 하는가에 대해 답을 해 줬다. 소유하는 만큼 행복을 보장한다는 그들의 유혹에 빠져 앤디 워 홀처럼 포장지를 채 뜯지도 못한 채 쌓아놓을 만큼 가졌던 닐 부어맨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무명無名의 것만을 걸치고 먹는다고 자신의 책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라는 새 이름을 부여한 제품(?)을 만든 자보다 저자가 현명해 보이는 것은 명품이든 구제품이든 제품을 떠나 스타일Style은 자신 깊은 곳에 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자 또한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라면'을 먹으면서 '웰빙'을 외치는 괘변론자의 글도, '신상'이 최고라 외치는 속없는 치의 글도 아니다. 그는 현명하고 제대로 세상을 보는 눈갖기를 권한다. 그가 이 책을 신중하게 읽게 되는 것은 그가 언급하는 모두가 '경제적 가치'의 맞교환을 필요로 하는 '돈쓸 꺼리'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듯 그는 말한다.
'젊음을 자랑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그의 말에서 젊음을 스타일로, 또 멋으로, 시간으로 바꾼다해도 그의 말이 될 듯 하다. 정작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제 나름대로 찾게 될 것이다.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