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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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
 
 
  세상에 태어나 아기가 처음 하는 것이 우는 것인데 그것이 안전하기만 했던 모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고, 그 순간부터 끝이 없는 인생人生이라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워서 일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차츰 커가면서 눈이 트여 세상의 빛과 색을 알게 되고, 막연했던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부드럽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걸 알게 된다. 말문이 터지면서 "이게 뭐야?" 연신 물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아니, 내 입 속에서 뱉어낸 소리가 더이상 '옹알이'가 아니라 '대답'이라는 메아리가 되돌아옴이 신기해서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걷고 뛰게 되면서 '보살핌'은 귀찮아지고, 잠시라도 들리지 않으면 무섭기만 했던 엄마의 목소리는 '잔소리'로 들린다. 참 간사하다, 인간이란.
성인이 되고 정신적 독립을 외칠 때 즈음이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직 부족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면서 내딛는 한 걸음마다 장애물을 만나고, 갈라진 길의 한 가운데 서게 되고, 여기 저기에서 훼방꾼이 나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삶의 길찾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마디의 조언'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젠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 이도 없거니와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독해져만 간다.
 
  이 책 [철학의 즐거운 The Pleasure of Philosophical Life]삶이라는 길에서 멈춰있거나, 나아가기를 망설이고있는 나그네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힘든 삶과 고달픈 생활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120편의 위인들의 글을 모아두었다. 주제를 크게 [참과 진리] , [생명의 존귀함] , [고귀한 덕] , [인간의 본성] , [우정] , [사랑] , [삶의 즐거움] 으로 일곱 개로 나누고, 큰 주제마다 작은 제목을 만들어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볼테르, 칼릴 지브란, 나폴레옹 힐, 쇼펜 하우어, 프랑수아 피용, 네루다 등 익히 귀에 익은 위인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이야기마다 소중한 가르침이 들어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만나게 된다. 특히 위인들의 이야기 끝에는 저자의 친절한 부연해설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꼭 새겨야 할 강조구문을 만나게 된다.
 
  어느 쪽을 먼저 읽던 상관이 없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우정], [사랑], 그리고 [삶의 즐거움] 편이었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는 큰 느낌과 배움으로 다가와 책장을 감히 넘길 수가 없었다. 중국의 비수민은 말하길 우정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는 나의 그림자와 같아서 햇빛이 있으면 나를 따를테지만, 더움으로 사라지면 친구도 역시 나를 떠난다고 말한다. [사랑]편의 '아내를 그리워하다'에서는 이 세상을 등진 아내를 생각하며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수많은 사람중에 당신과 만난 그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빠르거나 늦지 않게 정확한 순간에 내 앞에서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아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이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며,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묻는다. [삶의 즐거움] 편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서는 오늘의 청춘을 걱정이라는 부질없는 짓에 내일을 위한 노름 밑천으로 바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말하며 "내일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지금은 결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성경] 말씀으로 대신한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였고, 내일은 미스터리Mistery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인가? 최고의 기프트Gift 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현재를 Present (현재, 선물)이라 부른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용의 전사가 될 지 두려워하는 팬더에게 시푸(사부)는 이렇게 말하며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그 길만이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이 생의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 합은 자연히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원하는 무엇인가가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거창한 제목에 긴장을 하게 했지만, 이 책 [철학의 즐거움]은 평이하다. 오히려 너무 평이해서 '과연 철학을 말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고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고민이 철학이라면 그 방법을 가장 편하고 이하하기 쉽게 알려준 책이 아닐까 싶다. 절대로 빨리 읽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책이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마다 소중한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가 생각을 던지고 내게 맞는 답을 찾아가도록 만든다. 소위 말하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는다면 어울리는 책일 듯 싶다. 두고 두고 옆에 두고 만나야할 친구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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