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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8월 8일 오후 8시 이전까지 읽어봐야 할 정치첩보스릴러물 !
우선 이 책은 더위를 잊을 만큼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올림픽이 곧 열릴 베이징에 생화학무기를 투하한다는 테러집단의 계획에 맞서 미 중앙정보부 베테랑 요원 커티스 오코너와 질병통제센터의 케이트 브레이스웨이트 박사가 고군분투 끝에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의 영화같은 소설이다. 실제로 첩보부대에서 근무했고,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경찰과 공조 하에 생화학 및 핵 공격에 대비안 보안을 담당했던 이력에 걸맞게 저자 에이드리언 다게는 박식한 생화학적 지식과 실전 첩보전의 내용을 스토리에 접목해 내용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계는 지금 전쟁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원유가와 곡물가, 달러화의 약세와 유로화의 강세, 산발적으로 계속되는 국지전등은 신문을 한 권의 지구촌 전쟁일지로 둔갑시켜 토해내고 있다. 속 모르는 국민들이야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만 뉴스 속에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암투로 뒤범벅되어 있으리라. 지구촌 어느 곳도 안전하다 할 수 없는 요즘의 정세에 어울리게 이 소설은 테러집단과 이에 대항해 세계보안관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립에 큰 틀을 잡았다.
현 정치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가 하면, 세계적인 미항이 폭파되고,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다. 그 뿐만 아니다. RNA 바이러스인 에볼라와 전염성이 무척 강한 천연두와 결합된 신종 생화학무기가 등장하고, 세계 각지에 퍼트리는 지구촌을 겨냥한 엄청난 테러음모를 저자는 이 책에서 만들어낸다. 허무맹랑하다 치부할 수 있지만, 9.11을 비롯한 일련의 테러와 그에 대응한 테러와의 전쟁 양상을 미뤄볼 때 확인할 수 없을 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녔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인지 450여 페이지의 두께를 지닌 한 권의 책은 내 손을 떠날 줄 몰랐다(스토리의 전개상 중간에 결코 덮을 수 없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도 그렇지만, 거론되는 수많은 이름을 되찾아 읽기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뒤지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 정말 독특한 힘이에요. 종교 말입니다. 논리보다 믿음에 바탕을 둔다는 것, 그게 바로 종교의 문제죠. 알라를 대신하여 버스 정류장을 날려버려야 한다고 믿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도 그렇고.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있다고 믿는 대통령이나 수상도 마찬가지죠. 어느 쪽이든 제대로 논쟁을 벌일 대상은 아니죠."(p285)
"마지막으로, 그들의 종교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원리주의자드에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신이 10억의 기독교인들과 10억의 이슬람교도들, 40억이 넘는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창조해놓고 그중 한 그룹에게만 지도를 준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피조물 중에서 극히 일부만 구하고 나머지는 유황 지옥 속에서 불타게 한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위대함을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무수히 죽이는 것으로 보여준단 말입니까. 그런 신이라면 저는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신이 잔혹한 폭력을 승인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입니다.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는 원전을요. (p436)
저자는 [종교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를 받은 바 있는 만큼, 이 책에서 그는 대립관계를 단순히 테러분자와 대테러요원으로 놓지 않고, 종교적 차원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테러분자로 치부되는 그들의 항변과 그에 뒤질세라 쏟아내는 미국의 생각을 그는 제 삼자적 측면에서 날카롭게 서로를 지적한다. 곳곳에 저자가 바라보는 서로간의 입장에 대해 피력해 놓은 부분은 현재의 테러양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영상으로 읽는 소설의 흐름을 끊는 경향도 없지 않다. 소설의 진행이 다각적이고 광범위해서 쉬지 않고 완독을 해야 제대로 그 맛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진 점에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는 현대인들이 틈을 내서 읽기에는 여간 쉽지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테러전에 대한 세계정세를 이해하고, 앞으로 있을 지 모르는 또 다른 테러의 양상을 짐작하는데는 이처럼 잘 해석해 놓은 책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에 강한 흡인력을 지닌 정치첩보스릴러인 만큼 비슷한 장르의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덩어리일 것 이다. 무엇보다 남의 일로만 여기고 있는 테러 단체와 미국의 전쟁을 보다 생생하게 그리고 새로운 인식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1998년 8월 8일 오후 8시,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된다.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어느때보다 성대하고 안전하게 치루어져야 할 테지만, 작금의 세계정세와 중국을 미루어 볼 때는 가장 불안학 위태한 올림픽이 될 것 같다. 바라건대 무사히 끝나기를, 이 소설 속의 테러집단들이 바랐던 바 처럼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원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곧 닥쳐올 올림픽에 있을 테러전 이야기인 만큼 그 재미를 만끽하기위한 유효기간은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올림픽 이전, 주말에 하루를 잡거나 휴가철을 맞아 기나긴 여정에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