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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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황금같은 메시지 !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일테고. 자신의 죽음을 곰곰히 생각해 보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괴롭거나 곤란한 일을 겪을 때 마다 습관적으로 '아~죽고 싶다'고 말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엔 영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만 해도 이럴진대 "당신은 이러이러한 병으로 얼마 후 사망할 것입니다."라고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어떨까?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다. 우선은 '왜 그런 병이 하필 나에게..?'라고 억울하다 생각할테고, '도대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테지. 그리고는 아직 채 하거나 이루지 못했던 일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할것 같다. 언젠가는 돌아갈 여정이지만 언제라도 '닥친다면',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 우울함 또한 늘 여전해서 생각하기조차 두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환자는 어제나 혹은 오늘 그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을 것이고, 내일 들을 수 있다. 그런 미래의 환자의 이름이나 일수도, 이 글을 읽는 독자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난 어떻게 생의 마감을 준비할까?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로 있던 어느 중년의 남성이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췌장암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 결혼해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고민한다. 특히 남겨지는 어린 세 자녀들에게 아버지로서 알려주고 싶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안에 남겨주기 위해 고민했는데, 부모로서 또한 교수로서 자녀와 제자들에게 살아가면서 겪게 될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법을, 그리고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말을 들려주기 위해 '마지막 강의'를 기획하게 된다. 이 강의의 내용이 유튜브youtube 를 통해 조회누적수 1,000만 건을 기록하는가 하면 구글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킨다.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가 교수와 강의 내용과 쉰세 번의 전화인터뷰(이들은 쉰세 번의 강의라고 부른다)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냈다. 랜디 포시Randy Parsch 교수와 제프리 재슬로Jeffrey Zaslow 의 책, [마지막 강의 The Last Lecture] 가 그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랜디 포시는 우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병에 대해 좌절하지 않고(이 책에서 말하지 않았으니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 떨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살아있는 동안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를 마음먹었다. 또한 그는 가족을, 자신의 일을, 자신의 제자들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공학도이기도 하지만 효율성에 대해 늘 고민하는 그는 자신이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번'의 이벤트로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심지어 전날 강의를 위해 챙기지 못한 아내의 생일축하까지).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송세월을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 봤을 때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는 한 시간의 강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야말로 '액기스'만을 골라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꾸었던 꿈들에 대해 그것들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그리고 그 결과를 알려준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 있고 싶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 프로젝트 실험에 참가하는가 하면, 우상이었던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사령관인 제임스 T. 커크 선장을(실제로는 배우 윌리엄 새트너)를 만나고 그와함께 책을 썼다. 서른 여덟이 되도록 만나지 못했던 이상형의 여인을 우연히 만나고 그녀에게 구애했지만,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으로 그녀와 결혼을 했고, 그에게 꿈의 천국이었던 월트 디즈니에서 이매지니어링에 동참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목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었음을 전해준다.
  
 



  한편 '당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 편을 통해서는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말했다. 꿈을 크게 꾸고, 겉멋보다는 성실함을 추구하며, 불평하지 말고 노력하기를 권했다.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람을 볼 것이며,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는 첫 번째 펭귄이 되라고 주문한다. 또한 무성의한 사과는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하며,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의 글의 곳곳에서 마치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듯 했는데, 그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어른이 된 자식들의 모습을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서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그가 일찍 죽는 것에 대해 가장 안타까워 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에 아버지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편을 통해 아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명심해야 할 것들을 적어놓은 듯 했다. 진심이 가득 담긴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뜨거워지는 가슴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내모습을 여러 번 발견했다. 
 
 




  죽음을 앞둔 그는 이 책 [마지막 강의]에서 관객들에게, 독자들에게 웃음과 교훈을 던지며 꿈을 이야기한다. 그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웃음과 감동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듯 해 가슴이 뭉클해져 아리기까지 했다. 지난 해 12월 성균관대 법학과 이기용교수가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오후 2시30분께 연구실에서 쓰러져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일이 있었다.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이 교수는 “강의를 모두 마치고 입원치료를 받겠다”며 수술 날짜를 연말로 미루고 수업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계속해서 오버랩된 것은 아마도 교수로서 자신의 '천직'에 대한 소명을 다했던 두 사람의 공통점 때문이리라.  이 책은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그리고 진정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내게 말해준다. 그리고 나에게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절대로 영원하지도, 길지도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가본다.
미래의 어느날 의사가 내게 '당신은 이러이러한 병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난 어떻게 생의 마감을 준비할까? 나 또한 내가 현재와 미래의 가족과 최대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전할 것이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도 못다한 나의 애정을 전하고 싶고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베풀고 싶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내 죽음의 시간을 알게되는 '시한부선고'를 받는 그 날까지는 '다가오는 매일의 '오늘'을 후회없고, 미련없이 보내야겠다' 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정말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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