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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쟈칼의 날>의 프레더릭 포사이스는의 펜끝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
군사첩보소설의 대가 톰 클랜시의 맥을 잇는 최고의 소설가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새 작품을 만났다. 전작 <자칼의 날>, <어벤저> 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내려다 본 소설 [아프간]이다. 냉전시대와 그 이후 요원들의 생존을 그린 작품들을 읽었을 때는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고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서 영화처럼 즐기듯 재미로 읽었지만(어려서 읽은 탓도 있으리라), 이 작품은 현재도 진행중인 보이지 않는 치밀한 전쟁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를 다룬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관심만 둔다면 그 전쟁의 진행과정과 피해상황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터라 즐기듯 읽을 수만은 없었다. UCC등으로 보이는 참상등이 사실과 조작이 혼재하는 세상인 만큼 '허가받은 거짓말'을 표방하는 소설임에도 실재한 사전, 실존인물, 진행중인 사전등 그 생생한 사실감에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21세기 첩보전의 현황을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007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최첨단의 무기와 도청기법, 그리고 작전의 치밀함은 놀람과 동시에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첩보소설의 주인공은 거의가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소설 [아프간]의 주인공 마이크 마틴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최소한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 전쟁의 양상이 국가의 존립을 가늠하는 관념적 사상체계을 넘어 지하자원과 식량등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 만큼 다툼의 정당성을 표방하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선방은 항상 테러로 분류되고, 일당 백의 생명가치를 표방하는 강대국의 잣대에서 적군은 항상 후진국의 미개인으로 가늠된다.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의 한 부분을 묘사한 이 작품을 보면서 단순히 흥미만을 느끼기에는 너무 알거나 늙은 것일까 전에 읽은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의 몇 줄로 표현된 미사일과 폭탄의 폭발로 사그러져간 민간인의 모습들이 계속 눈에 보이는 듯 하고, 장군 멍군을 번갈아가며 그들이 벌이는 첩보전과 요원들의 활동은 체스게임을 벌이는 인간 보다 더 큰 어떤 존재를 연상하게 한다. 이 모든 상념들의 이유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논픽션같은 사실적인 묘사 때문이리라.
톰 클렌시의 군사소설을 즐겼거나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현대 첩보전에 관심있거나, 두 시간짜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스케일과 스토리의 영화를 혼자 머리속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읽기 힘든 중동국가의 지명이나 이름을 기억하기는 냉전시대의 소련의 그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앞서 말한 소설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어 본 이들에게는 덜 하겠지만. 현재진행형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즐기듯 읽기보다는 지구 반대편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느낄 수 있다고 봐야겠다. 프레더릭 포사이스는의 펜끝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