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여름을 날려 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스펙터클한 소설 !
 
  렘브란트 반 린[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의 최고의 작품이면서 그 작품을 완성하면서 불우한 인생이 시작되었던 작품 야경꾼[The Night Watch]이다. '빛과 그림자의 화가'라 알려진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부터 인간의 양면을 나타내는 분위기와 표정 그리고 눈빛를 조화롭게 그리고 극명하게 나타내었는데, 그에게 작품을 의뢰한 조합원들에게는 그리 신통치 않은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더이상 그에게 작품을 의뢰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이 제작되던 해에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가 죽자, 그는 절망하여 투기와 낭비를 하게 되고, 급기야 아이들의 유모였던 여인과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그의 복잡하고 문란한 사생활은 그를 가난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암스테르담의 유태인 거리에서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숨을 거두게 되지만, 마치 벽돌공이 삽으로 벽돌을 쌓는 듯 범벅으로 두껍게 칠한 듯한 임파스토 기법은 그의 작품을 어두운 곳은 빛을 흡수하고, 밝은 곳은 오히려 반짝이게 해 명암을 더욱 극명하게 했는데, 이것이 지금도 그를 최고의 화가라 부르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속에 나타나는 인간들의 표정속에서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이중성과 '왜 너는 다를 것 같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들에서 항상 놀람과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다른 또 하나는 1997년에 나왔던 영화 익명[인코그니토Incognito,1997] 이다. 우리나라에는 며칠 상영한 후 간판을 내리고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지만, [영화매니아] 사이에서는 [진흙 속에 숨은 진주]로 평가될 만큼 예술과 스릴러가 결합된 뛰어난 작품이다. 렘브란트보다 더 렘브란트 작품같이 그림을 모사 [copy] 하는 주인공(모사화가)에게 거액의 작품료를 제시하며 모사화를 그려줄 것을 요청받는다. 아버지의 수술비에 고민하던 그는 결국 수락하고, 이름만 거론될 뿐 아무도 보지 못한 잃어버린 렘브란트의 작품을 그리게 되고 이를 의뢰인에게 건네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사건은 시작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는 내용인데, 이 영화에서 내 주의를 끈 것은 이 영화가 함부로 모사할 수 없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소재로 했다는 것과 그의 작품을 모사하는 과정을 장시간에 걸쳐 영화속에 담았는데 이 장면이 내 눈을 사로 잡았었다. 다시 보려고 대여점을 찾았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어 이젠 기억속에 남겨둔 소중한 스릴러 영화다.
 
  



그러던 중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크로스오버 픽션'이라고 소개된 어느 소설에서 1640년에 그린 자신의 자화상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렘브란트의 유령, 원제는 Rembrant's Ghost 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모습과 사생활을 숨긴 채 폴 크리스토퍼 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작품속에 소개되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은 그의 전작인 <미켈란젤로 노트 2006>와 베스트셀러였던 <루시퍼 복음 2007>에도 등장했다. 실제로 근세사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미술품 강탈과 도난등에 관한 책을 많이 내고, 강연도 했던 그인 만큼 미술작품과 역사에 대한 놀라운 지식들이 작품속에 녹아 들었다. 특히 작품속에 설명된 렘브란트에 대한 내용, 즉 렘브란트는 자신의 공방에서 12명의 도제徒弟를 거느렸는데, 그들은 렘브란트라는 서명을 할 권리가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붓질 한 번 하지 않은 그림에 자기 이름을 남긴 화가라도 유명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100편이 넘는 자화상은 시기에 따라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 때의 기분과 변화되어가는 그의 붓터치가 오롯이 담겨있는데 그들의 다름이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혹시 이것들도?'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했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은 주드 로를 연상시키는 잘 생긴 영국 공작 필 그림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사람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들에게 남겨진 유산은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 암스테르담에 있는 대저택, 그리고 보르네오 섬 근처의 낡은 배 한 척인데, 이들을 모두 보름 안에 찾아야 유산이 상속된다는 조건을 변호사에게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여주인공 핀은 샤를리스 테론을, 공작 필은 책속에서도 거론된 배우 주드 로를 주연으로한 영화를 보는 듯 스토리는 빠르게 진행된다.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면서 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하나씩 해결되는데, 마지막에 반복되는 반전은 요즘 영화에서도 찾을 수 없이 훌륭했다. 

A mystery to be solved.
A foutune to be found.
A race to survive.
 
 
뜻하지 않은 행운과 위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풀어야 할 미스터리, 찾아야 할 행운, 목숨을 위한 레이스를 펼치는 그들을 지켜보다 보면 이 소설의 제목으로 왜 렘브란트가 사용되었는지 결말에서 알 수 있고, 작가의 작품 속에 겹겹히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렘브란트의 작품성 하나로 결부되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두에 말했듯 나는 책 제목에 있는 그의 이름을 보고 최근에 나온 바 있는 위대한 인물을 소재로 한 '히스토리 팩션'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미술품 속에서 거론되었을 뿐, 대륙을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스릴러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위작과 진품, 유산을 둘러싼 행운과 기회, 마지막 보물섬이라 불리는 방의 벽등의 대립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를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유령이라 불릴 만큼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음을 책을 덮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번 손에 집었다가 시간을 잊고 끝을 보게 했던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올 여름쯤 발간될 신작을 위해 집필중이라는 폴 크리스토퍼를 모가지를 뺀 사슴처럼 또 다시 기다리게 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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