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존 레넌]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급처방!
 
  사람이면 누구나 호불호好不好 란 것들을 갖는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호好 들만 많다면 좀 좋으련만 사람들에게 까무러칠 만큼 좋은 호好 만큼이나 불호不好 가 많다는 것 씁쓸한 일이다. 싫은 것은 끔찍이 싫어해 보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날 정도이니 가히 중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모아 의학용어로 외상성 신경증(外傷性神經症)이라 불리우는 트라우마trauma 일텐데, 수 년 전 모 개그맨이 한동안 읊었던 '않좋은 기억'과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린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나이를 먹어서도 비슷한 상황이나 사물을 혐오하게 되는 이 트라우마는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한 두 개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게는 무엇이 트라우마일까? 이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자, 유명한 팝스타의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전업주부인 한 남자가 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없어야 할 어머니가 '존!'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존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실제의 어머니가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그 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복부의 위화감과 장에서 맹수가 우는 소리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병원을 다녀온 후로는 배변을 보지 못하게 된 존. 아내 게이코와 살고 있는 오봉즈음의 일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자신의 기억으로 이야기는 변비로 고생하는 '존'의 답답함 만큼이나 똘똘 뭉쳐 풀어질 실마리를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배변을 못하는 괴로움으로 고민하는 그를 추적하다 보니 괜히 내 속도 더부룩한 듯 답답함을 느낀다.  
아내가 채근해서 가게 되 곳 아네모네 병원에서 관장도 해 보았지만 그것도 허사 급기야 닥터는 그에게 불면증으로 인해 그가 배변을 하면서도 못한다고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다고 말한다. 한편 그는 병원을 고가면서 안개낀 공원에서 그가 보고싶어 하지만 죽어서 볼 수 없는 이들을 만나서 나름의 회한을 풀게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큰 범죄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배변을 못하는 신체적인 답답함이 계속되는 와중에 오봉을 즈음해서 소위 말하는 귀신들을 만나서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게 되는 야릇한 며칠이 계속된다. 그리고 결국 그를 변비로 몰아넣었던 비밀과 잃어버렸던 기억 그리고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오쿠다 히데오는 존을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그의 공백 4년에 대한 의문에 대해 그동안 나온 한 장의 앨범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를 뒤쫓을 수 있었다는 것은 팬의 정도가 아니라 마니아에 가까울 만큼 존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실제의 인물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일본의 오봉과 연관을 지어 굳이 판타지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고, 자신의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의 상태를 변비로 나타낸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였다. 그의 데뷔작이라해도 등장인물의 대화속에서 편하게 묻어나는 위트와 유머는 훗날에 발표된 [공중그네]와 [걸]이 나올 수 있게 한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눈에 보이는 듯 묘사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 하나 하나를 독특한 캐릭터로 인식하게 하고, 글 속에 숨어 있는 핵심단어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는 항상 읽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잔잔한 감동이 저자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게 하는 매력이 아닐련지... 요즘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이 책은 묘하게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즉, 40의 나이가 겹친다. 존이 사망할 즈음에 저자가 데뷔를 했는데, 모두 마흔 즈음이다. 호불호가 명확한 이십 대를 지나, 뭔가를 저지르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삼십대를 넘고 나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딱히 놀랄 것도 많지 않은, 무엇에도 시큰퉁한 사십대가 되었다. 호불호의 자기인식에서 '사실'을 추구하게 되면서 '아~, 사실은 그게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한동안 잊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결코 해결되지 않았던 체증 은 결말에 완벽하게 해결된다. 독자가 보아도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모든 병은 마음이 키우고 마음이 치료한다. 오해와 곡해로 생긴 병은 이해라는 치료제 밖에는 없다. 언제 어떻게 치료하는가 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인 셈이다. 되돌아보자. 나에게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나역시 존과 마찬가지로 가족인데 6년 전 돌아가신 추호秋虎 , 굶주린 가을 호랑이같은 우리 아버지인 것 같다. 나도 존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면 보름쯤 변비에 걸려도 좋겠다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이젠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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