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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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대안은 [절집음식]에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몰려 있다.
예로부터 '소고기음식'을 취했던 우리 민족은 많이 먹었다기보다는 '소牛'라는 존재 자체가 '노동력'이었고, 재산이어서 자주 즐기지 못하는 '귀하게 여긴 먹거리'였다. 우리의 가장 숭고한 의식인 제사상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되는 식재료가 '소고기'인지라 그 가치를 더욱 높이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동네 개도 '소고기'라면 손사레를 칠 만큼 흔하디 흔하다면야 무엇이 문제겠나? 좁은 땅에 가축은 적고, 먹고자 하는 인구는 많은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부족하니 돈주고 사려는 것이고 마땅히 온전한 물건 구하면 해결된다. 문제는 제 나라 백성은 온전히 먹이려고 사료법까지 바꾸면서 하자있는 물건을 팔려고 한다는 데 있다. 그것참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온다.
'밤손님이 제 집 단속한다'고 했던가? 술장수가 '술좀 작작 먹으라'고 손님 면전에서 가족에게 타박을 주면 빈정이 상하듯, 저희 고기가 문제가 생기면 팔던 것도 거두어야 할 판에, 헐값에 덤으로 덧대어 사달라 사정을 해도 '살까 말까' 할 진대 저들은 24개월 미만된 소만 골라먹으며 당당히 '맨날 먹는 우리가 괜찮은데 뭐가 문제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이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육고기를 즐기는 서양인은 육식동물에 가까워 장길이는 동양인에 비해 약 80cm가 짧다고 한다. 이는 육류는 내장에서 영양이 넘치는 대신 쉬이 부패되기 때문에 얼른 배출하지 않으면 먹지 않은 만 못하기 때문이다. 수 백년을 지나면서 제나라 음식에 길들여지는 제나름의 진화한 서양인의 장구조일테다. 초식동물에 가까운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장의 길이가 긴데, 이는 많지 않은 영양분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 장길이가 길어져 굽이굽이 굽어진 나름의 진화란다. 
비단 내장구조뿐 만 아니다. 치아의 구조도 달라 저작[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 - , mastication]이 쉬우라고 초식동물처럼 어금니가 발달된 동양인과는 달리, 서양인은 고기를 뜯어먹기 편하도록 송곳니가 동양인보다 발달되었다. 이렇듯 서로 다르기에 서양으로 이민을 간 동양인들이 그곳 식성에 길들여져 너나 할 것 없이 몇 년이 안되어 비만체질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몸뚱이가 다르고 식습관이 다른데 저들이 괜찮다고 우리도 괜찮다 말하는 것은 우리가 되려 '과학을 좀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소리해야 할 판이다.
 
  세간살이를 모두 갖추고 없는 게 없으니 남는 것은 즐기는 것만 남은 오늘날, 일상의 피로를 먹어서 해소하고자 원없이 먹기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에 모든 원인이 있다. 시인 김춘수님은 이름만 불러도 꽃이 된다고 했던가? 우리가 관심을 두는 먹거리가 생길라치면 이들은 삽시간에 부족해져서 그 물량이 부족한 만큼 가격이 오른다. 그러니 생산자는 온전하고 보기좋게 그리고  많이 만들어내려 온갖 농약과 항생제을 덧대어 수요를 충족시키려 한다. 관심을 옮길수록 먹거리는 이렇게 오염되어 가는 것이다. 동의보감이 말하고, 조상이 말씀하셨던 좋은 식재료들은 '농약과 항생제가 쳐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재료'일 때 라는 것을 우리는 착각하고 살아가는 듯 하다. 이렇듯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이 늘어가는 이때 소개하는 책 [식탁 위의 명상]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지리산 금수암에 암자를 열고 금당사찰 음식차문화원을 운영하시는 대안大安스님께서 쓴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마음가짐에 대하여, 그리고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식탁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대학원에서 식품영양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계시는 저자인 만큼 음식과 영양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함께 녹아들어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인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먹는 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음식을 살피고, 맛을 음미하고, 몸에 잘 녹아들도록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여유롭게 밥을 먹는 것, 이런 것에서부터 [식탁위의 명상]이 시작된다고 말문은 연 저자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몸이 욕구하는 것만을 충족하려 하는 것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맛있는 것만 취하려 하면서 맛없는 것은 먹지 않는 편견과 집착으로 자신을 해치고 있는데, 이는 바깥의 환경이 자신을 불편하게도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가진 생각의 잣대로 인해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한 숟갈의 밥알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에 우주의 기운이 스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식탁문화가 바로 [절집음식]에 있다며 그것을 배우고, 우리의 식탁도 그것을 닮으라고 충고한다. 불교를 숭배하는 [절집음식]이라고해서 종교적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살아야 성불을 이루고, 복음을 전파할 수 있듯 '절집'이 산에 있어, 산속 음식을 더 잘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배워 쫓고자 함이다. 물론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은 덤으로 느끼겠지만.
 
특히 저자는 웰빙에 대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기쁨을 누리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웰빙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의미의 웰빙은 일어버린 우리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땅과 더불어 호흡하는 바른 삶이라고 말한다. 일상을 살면서 원하는대로 살아지지 않는 괴로움과 자기 존재에 대한 불만족을 집에 돌아와 한 끼를 떼우는 밥상에서 즐기는 기쁨과 만족으로 그것들을 해소할 수 있을 때 '참의미의 웰빙'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단 맛과 쓴 맛, 짠 맛과 신 맛이 담긴 한 상 가득한 식탁이 우리 인생의 참맛을 알려주는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소식, 절식, 단식 즉 비우고 버리기의 미학에 대해 힘주어 설명한다. 현대의 병은 너무 많이 먹어서 비롯되는 병들이므로 소식과 절식 그리고 단식을 통해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차를 즐기는 방법'과 '소울푸드'가 무엇인지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후반부에는 본격적인 식재료와 요리로 꾸며진 [식탁위의 명상]들이 소개되는데, 절집의 향기를 담은 양념과 다양한 소스에 대해 그리고 향긋한 저장음식인 장아찌의 모든 것과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마다 그에 어울리는 절집음식들을 소개하는데, "건강의 비결은 음양오행의 균형과 조화에 있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른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있다. 음양오행 음식의 가장 중요한 비법은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다"라고 말한 [사미율의]의 말씀에 맞게 제철의 절집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무병장수할 것 같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부모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고, 모처럼의 기회를 갖게 되면 '누가 무엇으로 만든지 모를' 외식으로 떼우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돈버느라 바쁘니까, 몸에 좋고 맛있는 것 사먹어라"하며 돈을 주고 저마다 따로 식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웰빙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좋은 재료를 찾아내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고 정성을 가득 담은 '사랑하는 가족이 만들어주는 음식'이야말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하제일의 음식인 것이고, 그것을 온 가족이 함께 나누고 즐기며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참다운 '식탁위의 명상'이라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가족의 행복과 웰빙은 식탁위에 있고, 어머니의 손맛에 있더라는 것이다.
 
요리에 대한 소개도 첨부된 만큼 절집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화보가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잖지만, 단순히 절집음식에 대한 '자화자찬격'의 예찬이 아니라 그 깊은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나아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음식을 통해 이야기해준 좋은 책이었다. 가족의 건강에 관심을 둔 독자들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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