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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탁월한 CEO와 리더는 선택에 앞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준 책!
우리는 하루를 보내며 수 많은 선택의 상황을 만나게 되고, 그에 걸맞는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 만약 오늘의 점심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하는 선택이라면 크게 부담이 되질 않는다. 설령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내일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올테고 어제 선택하지 못한 것을 먹으면 그만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평생에 한 번 있을 허니문여행이라면? 나의 전재산이 걸린 투자종목을 선택한다면? CEO인 당신이 기업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대해 선택한다면?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연인과 3박 4일로 바캉스를 가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나는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에 가서 얼음장같이 찬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외치며 만끽하고 싶지만, 연인은 '해외여행 초특급 할인 행사' 전단지를 보이며 홍콩을 가자고 한다. 그리고 서로가 가고 싶은 곳의 장점을 입에 거품을 물고 거론한다. 그리곤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숙박시설은 어떨까?'
'시중에 더 나은 여행상품은 나와 있지 않을까?'
'여행지에 대해 잘 아는 전문 가이드를 구할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은 휴식을 선택할까? 아니면 진기한 경험을 선택할까?'
'각 지역의 안전 문제는 어떨까?'
'어행지에서 보낼 시간에 비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각각의 경우 여행 경비는 얼마나 필요할까?'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 는 위스망스의 말을 빌어 신체적 심리적 요구때문에 미학적 요소들의 감상은 방해를 받는다고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말했던 것 처럼 어쩌면 진정한 여행의 재미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정하고, 준비를 해서 집 대문 밖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상상하며 즐거워야 할 여행의 시작부터 갈등으로 머리가 아파진다.
'국내여행인가?' 아니면 '해외여행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이 채택되지 않은 이는 '썩 유쾌하지 못한 결정'에 탐탁치 않아 할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람 또한 자신의 선택이 다행스럽게 아름다운 추억꺼리를 만든다면 다행이지만, 예기치 못한 돌출상황은 늘 있는 법. 모처럼의 여행이 엉망이 된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 것이며, 상반된 주장을 폈던 연인의 불평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렇듯 두렵고 설레는 즐거운 선택이 끝내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에이~ 관두자. 관둬' 하며 여행가기를 포기하게 되고, 어쩌면 나는 시원한 계곡물 대신 얼음물에 발 담그고 투덜대고, 그녀는 홍콩의 밤거리대신 재래시장에서 반찬꺼리를 쇼핑하며 그를 원망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07년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 교수 10인 'Business School All-Star' 에 선정된 로저 마틴Roger martin 교수가 쓴 이 책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원제목 : Opposable Mind - Harnessing the Power of Intergrative Thinking) 는 경영에서 만나는 의사결정은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즉,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럴 때 대두분의 사람들은 불만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양자택일은 결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꾸어 낸 탁월한 리더로 손꼽히는 50여 명을 인터뷰하고 연구하며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대립하는 두 가지 선택안 주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차원에서 두 안의 장점을 모두 통합해내는 창조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Opposable Mind] 는 일부 영장류와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인 'Opposable Thumbs' 즉,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 덕분에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고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와 비슷하게 서로 대립되는 두 가지 생각 또는 사업 모델 사이의 긴장을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삼는 '통합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다.
'상반되는 두 아이디어 사이의 긴장을 건설적으로 이용하여 하나를 선택하느라 다른 하나를 버리는 양자택일 방식 대신 두 아이디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각 아이디어보다 뛰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창의적으로 긴장을 해소하는 능력'
최근 몇 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비즈니스 리더십 관련 베스트셀러 3권 즉 [보시디와 램 차란의 공동저서 - 실행에 집중하라], [짐 콜린스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 처럼 사실 최근에 미래의 리더들에게 대두된 핵심 질문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하는 실행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비즈니스 문제에 대해 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고 먼저 묻는다면, 다양한 선택 대안들을 탐색해보기도 전에 그 유용성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들의 인지과정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유발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성공한 리더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배우는 대신 행동의 선행 과정 즉 그들의 사고과정을 거슬러 탐구하였다.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의 실제 사고과정은 어떨까? 그들은 주어진 선택 대안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불완전한 대안으로 후회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탁월한 리더들의 사례를 설명하였다.
자료의 무료공개의 원칙과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 사이에서 공개 소프트웨어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모델이 가진 수익성이란 장점을 통합해낸 레드햇 리눅스의 봅 영, 대형호텔과 소형호텔의 기존 사업모델의 선택에 있어서 대형 호텔의 다양한 편의시설과 작은 호텔의 친근감을 통합하여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조해낸 포시즌스 호텔의 이사도어 샤프,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최고 경영자가 되어 '연구개발이냐 마케팅이냐'를 둘러 싼 논란을 잠재우고 P&G의 사업모델을 혁신하는데 성공한 A.G. 래플리 회장, 영화제의 화려함에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3류 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만들어낸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피어스 핸들링 등의 사례들은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상황에서 'A 아니면 B' 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니라 A와B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적 선택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경영자들의 현명한 선택들을 설명해 준다. 이들 기업의 딜레마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상황을 들여다 봄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를 '단순화'시켜서 생각하거나, 다양한 부서를 만들고 각 부서를 '전문화'시켜 위임하는 기업의 현실에 대해 전문화는 통합적 사고를 저해한다고 지적하면서 창의적인 해결책은 '복잡성'에서 나오고, 어느 정도의 논리적인 정보와 시스템 적 사고를 할 줄 안다면 그 복잡성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경영자가 기업의 나아갈 바를 정하는 중대결정에 대해 스스로 포괄적으로 고민해 보지 않고, 전문부서의 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는 이분법적 판단이 계속된다면 짧은 기간 동안 기업의 생명은 유지되겠지만, 탁월한 기업으로의 도약은 힘들다는 저자의 논리를 살펴보면서, 위의 사례에 있는 탁월한 기업가들과 얼마전 읽은 [경영의 괴짜들] 에서 언급되었던 세계적인 기업가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생각과 시선'이 오늘날의 그와 자신의 기업이 있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처럼 탁월한 리더들이 행하고 있는 '통합적 사고'를 위한 3가지 요소를 입장stance, 도구tool, 그리고 경험experience 로 구분했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그 세상에서 무엇을 성취하려는지를 규정해주는 가장 포괄적인 지식영역인 입장stance 은 세상을 보는 관점(세계관)인 동시에 자신을 보는 관점(자아관)이다. 스스로 에 대해서는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믿음과, 복잡한 사안에 대해 정면 승부하려고하는 의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더 나은 대안을 창소할 시간적 여유를 주고,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모델은 주관적인 구성물일 뿐 객관적인 현실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더 나은 대안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점에 대한 발견에 앞서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시선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들이 권한위임이라는 이름아래 판단을 유보하는 경영자들의 마음가짐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월한 리더들이 통합적 사고를 만들어 내는데 쓰는 도구tool 은 바로 생성추론generative reasoning 이다. 기존의 전통적 사고방법이 연역법과 귀납법에 의한 이분법적 사고라면 통합적 사고방법에 필요한 것이 바로 생성추론인데, 이는 가추법abductive logic 이라는 연역법과 귀납법에 의한 세 번째 논리 형태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추법은 현실의 작은 단서를 가지고 법칙이나 새로운 지식을 추론하는 과학자나 탐정의 추론방식으로 새로운 모델(대안)을 만드는데 필요한 추론방법이다. 그리고 시스템적 사고와 적극적 탐구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도구는 정형화된 이론에서부터 프로세스, 경험법칙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경험experience 은 가장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지식을 만드는 것으로 입장과 도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경험을 통해 연마된 전문기술skill 과 감수성sensitivity 는 기업의 당면과제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나아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감각적인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한 가지 과제에 대해 학습과 시행을 반복하면서 전문성과 감수성은 더욱 개발되고 강화되는데, 독창성은 바로 여기에서 발현한다고 본다.
몇 해 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젝 웰치의 대표적인 경영기법인 '시그마 6' 를 도입한다고 정부부처까지 나서서 개혁운운하며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가 행했던 방법을 따라 그대로 답습했다면 수 년이 흐른 지금 잭 웰치가 일으킨 GE의 눈부신 성장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절반 아니 1/10이라도 이룩했어야 그의 경영기법을 잘 소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우리가 '잭 웰치의 GE가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닮으려 한 것이 아니라, '잭 웰치의 GE 가 무엇을 했는가?'에 치중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행동'을 닮으려 하지 말고, '생각'을 닮으라 했던 저자의 충고를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통합적 사고방식의 필요성'은 비단 기업의 경영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객체이자 1인기업을 스스로 책임지고 보다 현명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임을 알게 되었다. 판단을 내려야 할 수많은 문제와 걱정에 대해서 '쉽게'만 생각하려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모색하고 이들을 통합해서 고민거리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문제의 복잡성을 변형시키려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즐기듯 깊이 생각하기'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