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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재미있고, 알차게 만들어진 [독서법에 대한 책]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다 !
'왜 이런 책을 이제야 읽었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자문自問 했던 말이다.
너무나 세월이 오래되어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고등학교시절 늘 지니고 다녔던 굵디 굵은 [성문종합영어]의 [제 2과 동사의 시제편, 단문해석]에 실린 '버트런트 러셀B. Russell'의 글 중에 "내게 양서良書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을텐데..." 라고 비슷하게 한 말처럼 좋은 책을 만나고, 좀 더 책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던 내게 이런 책을 이제야 만났다는 것은 반갑기에 앞서 아쉬움이었다. 지난 해 3월에 출간되어 지금 3쇄본을 만난 것이고, [(The)Little guide to your well read life / Leveen, Steve]이라는 원제목의 원서 또한 2005년에 나왔으니, 여느 책에 비하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지난 해에 나왔을 때 왜 진즉 만나지 못했는지 머리통을 '콩콩' 찍고 싶은 마음 뿐이다.
[책을 잘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니 마치 [비디오 잘 찍는 요령을 알려주는 비디오테이프]처럼 다소 아이러니컬한 주제이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좀 더 효율적인 독서법을 알고 싶어하기에 누구나 관심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 국립 도서 재단의 이사인 저자 스티브 레빈은 도서용품관련 회사를 운영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수많은 다독가와 양서보유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게서 '책읽기의 노하우'를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지금 듣고 있는 책읽기의 노하우를 모아 우리 고객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을 억지로 늘릴 수야 없지만,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겠다는 동기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전한다.
책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공통된 질문 즉,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어떤 식으로 책을 읽나요?" , "어느 시간대에 책을 읽나요?" , "빨리 읽는 게 도움이 되던가요?" ,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내용은 어떻게 하나요?" 등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독서의 기술에 대해 저자는 수많은 독서가들과 인터뷰하고 또 다른 [독서법]에 대한 자료를 찾아 지난 수 세기 동안 뛰어난 독서가들이 써내려간 최고의 독서 방법과 바쁜 현대인에게 좋은 독서 방법을 한데 모아 책을 현명하게 읽으며 살아갈 수 있는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소개했다.
저자는 이 책을 크게 [고정관념을 뒤집는 책읽기 전략], [전략적 책읽기의 기술] , [독서효율을 두 배로 높이는 법] , [책읽기의 효과를 높이는 토론기술] , [영혼에 흔적을 남기는 책읽기] 이렇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각 부분 마다 그 속의 소제목 하나하나 마다 책읽기의 정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와 비슷한 주제의 책을 만나게 되면 혹시 저자가 자신의 독서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독서법과 양서를 선별하곤 해서 종종 실망을 안겨주는데, 이 책은 국립 도서 재단의 이사라는 자신의 직업답게 '자체로서의 책'을 만끽할 수 있는 법을 객관적으로 제시했다는데 참 반가웠다.
특히 본격적인 책읽기를 막 시작하거나, 지금껏 책을 읽어 왔지만 독서를 통한 소득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없어 그 즐거움을 아직 알지 못하는 독서인들을 감안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서점에서 내게 꼭 맞는 책을 고르는 법' , '시간이 없어도 1년에 12권 이상의 책을 읽는 법' , '짧은 시가에 원하는 정보를 끌어내는 법','자신만의 주석이 달린 독서 리스트를 만드는 법' , '행간行間에 숨어 있는 지식을 더 많이 캐내는 법'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보통 독서법에 관한 책은 저자의 성향이나 독자의 수준에 따라 그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비판과 반론에 대한 변辯들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데, 말이나 글로 대신한 수많은 위인들의 독서법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상세한 이유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미 실행하고 있는 독서법에 대해서는 자신의 방법에 대한 객관성에 확신을 갖게 하고, 미쳐 알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독서법에 대해 반갑게 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책읽기가 이렇게 즐겁고 유익한 일이었던가?'하는 느낌을 새삼 느끼게 했다.
저자는 [영원히 내 것으로 소유하는 책읽기]에서 메모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책을 읽다가 나에게 느낌을 전해주는 글이나 중요하게 생각되는 글을 만나거든 소위 '책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들'은 밑줄을 치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책의 이면에 메모를 하라고 하고, 아무 표시하지 않고 온전히 책을 즐기는 '원문보호주의자'들은 따로 노트를 하거나, 접착식 메모지에 적어 책에 붙이면 좋다고 말했다. 이 책대로 말한다면 나는 '지독한 책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라서 이 책을 덮을 즈음엔 페이지마다 온통 밑줄투성이였고, 접어진 페이지 덕분에 책의 두께는 거의 두 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재미있고, 알차게 그리고 잘 설명된 [책읽기에 대한 책]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정말 최고의 책이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를 정도다.
"책 속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따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는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고 존 리빙스턴 로스는 말했고, 최고의 지성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읽는 법을 배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지 못한다. 나는 80년을 배웠지만 아직도 내가 다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책은 공기처럼 흔하게 흩어져 있는 것이지만 읽지 않고 두기만 한다면 '모습을 달리한 나무들의 시체'지만, 잘 찾아 읽는다면 복리이자로 불어나는 지적재산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가장 효율적으로 책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자. 그리고 이런 저런 구실과 핑계로 책장 한 켠에서 먼지를 덮고 서 있는 책을 뽑아 읽자. 두가지 모두 했거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속의 소년 짐 호킨스가 되어 [서점이라고 하는 이름의 지적知的 보물 가득한 보물섬]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자! 꼭 읽기를 힘주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