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니어 생각의 탄생 - 위대한 천재들과 떠나는 신나는 생각 여행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원작, 서영경 그림, 김재헌 글 / 에코의서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겠다!
어느 초등학교 새내기의 교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숫자를 더하는 덧셈을 처음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 학생 여러분, 2 더하기 3 은 5에요. 그리고 쓰기는 2+3=5 이렇게 쓰는 거에요."
그러자 학생이 다소 당황한 듯 긴장된 목소리로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이 왜 거짓말을 하세요?
우리 보습학원 선생님은 1 더하기 4가 5라고 그랬단 말이에요." 하더란다.
허허~ 웃어버리기엔 뒤에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보호와 교육이라는 다소 애매한 정의에 의해 누군가에게 키워지고, 배움을 받는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더 나은 교육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부모는 스스로 가르침에 대한 두려움과 도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라리 위탁을 선택하고 그 사례를 위해 일을 한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2005년 10월에 만 7세의 나이로 인하대학교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해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송유근의 어린시절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때문에 할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송군을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때로는 멍하니 하늘을 몇 시간을 바라보거나,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개미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곤 했다고 한다. 어린 송군은 그 시절, 누구의 도움으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눈과 머리로 관찰하고, 나름의 생각을 하며 스스로 공부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생각과 표현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항상 지켜봤다고 한다. 송군의 자유방임적 교육이 천재가 되는 길인가 하는 점에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가하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카들만 하더라도 만 세살이 넘어 유아원을 들어갔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알았고, 시키는대로 했다. 함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똑같은 노래를 불렀으며, 함께 같은 음식을 먹었고, 함께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잤다. 아이들을 돌보는 누군가의 통제를 잘 따르는 아이는 '
말 잘 듣는 우수한 학생'이라 칭찬하고, 지시에 토를 달거나, 질문이 많거나, 돌출행동을 하는 아이는
'문제학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서너 살 때에는 오늘 유아원에서 뭐했어 하면 아무말도 안하고 두손 번쩍들고 벌서는 흉내만 내던 조카는 다섯 살을 넘어서는 말 잘 듣는 우등학생 소리를 듣는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지 난 모르겠다. 얼마전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자녀의 진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0교시 수업을 듣고 졸게 하면서, 졸았다고 또 혼내는 현재 교육제도는 미친 짓"이라며
"내 아이를 이런 가축 축사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 아이는 자유인으로 살길 바란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름아닌 본인 스스로가 우등생으로 고등교육을 마쳤고,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소위 말하는 '수재'라는 점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이들이 A라는 과목으로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나도 다녀야 하고, Z라는 예체능 학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것을 듣는다.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어느 한 생각에 몰두하거나, 멍하니 있는 아이에게 공부 안하고 멍청하게 뭘 하고 있냐고 닥달한 적은 없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공부와 생각, 그리고 배움과 깨달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게다가 이 책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은 로버트 르트번스타인과 아내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 [생각의 탄생]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주요 언론사들로 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수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자,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생각이 태어나는 과정을 순서대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찾기, 패턴 만들기, 유추 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듯 다정다감한 어투로 천재들의 생각을 컬러풀한 그림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샌각의 탄생에 대해 인간의 생물학적 탄생은 모두 같지만,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은 서로 달라서 뜻을 가지고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그 생각이 거듭 태어날 수도,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창의성이라는 이름의 생각은 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잘 생각해야 하는데, 바로 [잘 생각하는 법]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을 가감없이 집어넣는 배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긴 의문이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깨달음이 모여야 진짜 생각이 되고, 그것이 남과는 다른 독특한 창의력이 될 수 있음을 천재들의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각의 개념에 대한 지식적 충격이 너무 커서 이 책이 과연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그리고 우리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책이 이토록 놀랍다면 원작 [생각의 탄생]은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주위에서도 적극 권장해 지난 3월 구입했지만 그 부피와 두께의 압박에 눌려 아직 펴보지도 못했던 터라 바로 읽어야 할 책 0순위에 올려 놓았다. 최근들어 조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구실로 그들의 책을 펴보는데, 절대로 수준을 논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의 지적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학원수업과 학교수업, 그리고 과외활동등으로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시간이나 뺄 수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조카에게 선물했을 때 성적에 도움도 안되는 책 때문에 오히려 짐이 하나 늘었다고 괜한 푸념말이다. 더불어 무엇이 진정 올바른 교육인지 도통 헛갈린다. 이제야 생각하는 법을 조금 알게 된 나를 보면 지금껏 배운 나의 고등교육은 그다지 제대롭진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책은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해줘야 할 좋은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