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달시 웨이크필드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남대문의 새벽시장을 가라. 가서 그들에게서 활력을 얻으라'고 말하고, 세월을 낭비하는 이들에게는 '네가 무의미하게 보낸 하루는 사형수가 간절히 원했던 자유로운 하루였다'고 말한다. 많은 좋은 말을 듣고, 또 했다. 그 소리를 기억하는 횟수만큼이나 생에 대한 활력을 잃었었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다.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통해 '온전히 살아있음을 정말 감사함'을 배웠다. 소개하는 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가 그것이다.
 
 


달리기와 하이킹, 자전거 타기, 호수에서의 수영 등 야외 활동을 즐기고, 대학 강단에서 영문학과 작문을 가르치던 생기넘치던 한 여성이 꿈에 그리던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자마자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던 모든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온 몸이 굳어서 끝내 사망하는 불치병, '루게릭병'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지 않은 생을 재촉하듯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임신하게 된다. 하루 하루 당연한 듯 자연스럽던 활동들이 불가능해지면서도 사랑과 출산, 그리고 남은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달시 웨이크필드(Darcy Wakefield)가 직접 썼으며, 원제는
I Remember Running: The Year I Got Everything I Ever Wanted—and ALS 이다.

 
 
미혼이던 Darcy는 아이를 너무도 갖고 싶은데 지금(32살)이 아니면 점점 더 어려워질까봐 인공수정을 준비하던 중 신청했던 데이트 주선업체를 통해 재치와 정이 넘치는 이메일을 한 통받게 되고, 메일의 주인공 Steve은 그녀가 꿈에 그리던 남자였고, 그와 사귀게 된다. 어느 날 다리가 불편해 검사를 하다가 오히려 왼쪽 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운동뉴런증후군' 이른바 '루게릭병'이었다.
 

 
"루게릭 병이란 원래 정확한 이름이 근위축성 측색 (측삭) 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 ALS)이라고 불리우는 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란 병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이름을 따루 게릭이 이 병에 걸렸던 것에서 유래되어 흔히 루 게릭 병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요즘은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 또한 이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1200명 정도의 환자가 침상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속절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ALS란 병은 40세부터 60세 사이의 연령에 호발하며, 남자에서 여자보다 흔히 발병한다. 사지의 힘이 빠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사지의 끝부분에서 시작해서 점점 진행하여  점점 팔다리 전체와 몸통, 안면의 근육까지도 진행하게 된다.병의 초기에 환자들은 흔히 사지 말단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이 병이 양측 비대칭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병의 진행에 따라 삼키는 근육이 약화되어 음식을 잘 삼킬 수 없으며, 목쉰 소리가 나는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되며, 이로 인한 흡인성 폐렴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병의 마지막까지 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과 대소변의 괄약근은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LS을 최종통보를 받은 후 그녀는 스스로 장례식 준비와 부고와 부고장을 준비하고그녀의 사후 법률적인 일들까지 모두 처리한다. '살아가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ALS와 관련된 의학서적과 웹사이트를 뒤져 자신의 병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모두 읽은 그녀는 ALS를 '루게릭병'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죽은 야구선수의 이름을 병명으로 한다는 것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격려나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의 병명을 DWAD(Darcy Wakefield Anti Disease)라고 재명명할 만큼 자신의 병과 대항하기를 마음먹는다.
 
"언젠가는 다 이상 삼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저항하지 않는 한 의사들은 내 몸을 절개해 음식섭취용 관을 집어넣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두려움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삼키는 것 하나하나,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까지 감사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려고 한다. 몸에 대한 나쁜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과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욕심도 부리지 않겠다."
 
그녀는 서서히 진행되는 자신의 병에 대해 예전처럼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절망에 빠져있기 보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을 때, 달릴 수 있을 때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의 감각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또한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일찍 포기한다는 뜻이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ALS아니 DWAD가 새생명에게는 전이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난 후 Steve와의 사랑으로 잉태된 생명에 감사하며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나고, 낳고 싶었던 아기를 가짐과 동시에 불치병에 걸린 그녀는 '대체 어떤 신이 네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했을까' 라고 스스로 수없이 질문도 던지고, 괴로워 하지만 '병을 낫는 기적'대신 '건강하고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고 있는 기적'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에베레스트는 도처에 있다. 요즘은 커피주전자를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오른팔이 약해졌다. 걸핏하면 뭘 떨어뜨리는 통에 유리 제품은 될 수 있으면 멀리한다. 외투를 옷장에 걸기도 힘들다. 외투가 언제 이렇게 무거워졌을까?"
"더 힘든 에베레스트는 타이핑 같은 것이다. 오른손이 굼뜨다 보니 자판을 누루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져 아주 고민스럽다. ... 긴 메일은 받으면 바로 삭제하고 싶어진다. 어떻게 답장을 한단 말인가?"
 
후반부로 책장이 넘겨지면서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기력에 대해, 자신의 부자연스로운 행동에 대해, 그리고 그 성치않은 몸에 대한 괴로움에 대한 독백이 늘어갔다. 그녀의 독백이 늘어날 때마다 온전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세로 편하게 책을 읽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한숨과 부끄러움이 교차해 나역시 별 수 없이 간사한 인간이라는 마음에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가뜩이나 불편한 몸에 임신까지 해서 정글 무늬의 프레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간절한 소원이었던 호수에서의 수영을 시도하지만 줄어든 폐활량과 늦은 오후의 물의 냉기에 수영은 포기하고 물속을 걷다가 넘어지고는 
주저 앉아 마음대로 수영하고 걸어다니던 176센치의 작년 모습을 기억하며 엉엉 우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함께 무너지는 듯 시리고 아팠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내 몸에 적응하기 힘들다. 요즘은 목소리도 거의 사라져 버렸고, 손도 움직일 수 없다. 먹의 근육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내가 말하고 걷는 법을 잊어버리는 사이 샘(Darcy의 아기이름)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법과 미소 짓는 법 다리를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무사히 아기를 낳았지만 급속히 악화되어 가는 자신을 보지만, 그 반대로 샘의 탄생은 자신에게 너무 완벽한 선물이어서 녀석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라며 글을 맺는 Darcy는 더이상 환자가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녀는 Steve와 아들 Sam의 곁을 떠난다.   
원하던 행복을 누리기엔 너무 짧은 일년이어서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지만, 그녀의 친구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모든 행복을 모두 누렸는지 모른다. 그녀는 순간 순간의 일상을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할 정도로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상이었고,  마지막까지 순간 순간을 기억하고 만끽하며 누리려 노력했다.
내 인생이 영원한 듯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당연한 나날이 복이 겨워 태양이 뜨겁다고 투덜댔고, 내리는 비에 출근길을 걱정했었다. 조그마한 괴로움에도 잠자리에 누워 아침에 눈뜨지 않고 영원히 잠들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녀를 만난 후로 그랬던 나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평범한 나날에 감사하고, 순간 순간을 만끽하기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녀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달리기를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당신이 부러워요. 당신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힘껏 잡을 수 있어서 말이에요.
책을 읽고 글씨를 쓰니 얼마나 좋으세요?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나는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짧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한 생명을 만끽하고 돌아간 그녀가, 오늘 우리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당신의 건강한 몸에 어울리는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세요."
 
- 꽃그림 작가 백은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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