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 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경영은 시작된다!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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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의 [중년은퇴] 해법은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찾아라!
 
  가끔 책冊이 '계륵鷄肋'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모처럼 눈에 들어온 책을 두께나 가격에 질려 읽지 않고 피하자니 그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난 후 손톱만큼이라도 변한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져버리는 것 같아서 또 누군가는 읽고 감탄했을지도 모를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하는 상대적인 빈곤감도 생겨 애써 무시하기가 마득찮고, 책을 집어 들고 읽자니 활자 속에 숨겨진 저자의 무궁무진한 지식의 정도나 현란한 글솜씨에 기가 죽어 지금껏 나는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하는 '자괴감 비슷한 무엇'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배움의 크기만큼 자책의 크기도 큰 것도 사실이라 책읽기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발라먹기엔 시답잖고, 버리기엔 아까운 닭의 갈비, 계륵이 아니고 뭐겠는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인 만큼 편하게 즐길 만도 한데, '시간과 공력을 들이는 만큼 하나라도 건져내야 한다는 배움의 강박'을 갖고 있는 미천한 내 독서에 대한 사고 탓도 없잖아 있다 하겠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흔드는 글을 발견하면 펜을 들어 줄을 긋고, 물결을 그리고, 핵심어에 동그라미를 새기며 읽어야 책읽는 듯 느껴지니, 게다가 그 버릇은 소설에까지 미치니 병중 큰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 수고스러운 작업을 기꺼이 할 만큼 반가운 책을 만나기도 하는데, 구구절절 배움과 깨달음의 탄성을 짓게 만드는 글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새삼 깨닫게 되는데 소개하는 책 [포트폴리오 인생]은 그런 책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Management Thinker 이자,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짐 콜린스와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비즈니스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찰스 핸디Charles Handy의 이 책은 70대가 된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사회생활의 절반을 차지한 포트폴리오 인생Portflio Life에 대해 2006년에 쓴 책으로, 원제목은 [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2006)]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피터 드러커처럼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미래을 내다보는 예언자적인 혜안을 제시하지도, 톰 피터스처럼 최고기업의 예를 들면서 "정신차려, 이 친구야!"라고 현재의 우리를 꾸짖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70년 평생을 거슬러 돌아보고 잘잘못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앞으로 생을 살아갈 독자들에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하는 인간 최대의 화두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어려서는 아일랜드계 개신교도로서 영국에서 살아가면서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기도 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좋아하지도 않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전공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리스철학을 접하면서 심취하게 되어 자신의 일생을 위한 기반이 되어주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Golden Mean 을 통해 '족하다'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고, 덕德이란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 극단 사이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리스어로 행복이라고 번역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상태'가 아닌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와인과 책을 들고 해변에 누워 있거나, 꿈에 그리던 이성과 질펀한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느끼는 만족이 바로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옥스퍼드 대학시절은 자신의 삶의 후반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초점을 '행복', 가족, 친구에 조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인생학교'인 세계적인 정유회사 셸에서의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낯선 이국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처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모범답안이란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므로 스스로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이를 옹호행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실업학교'로만 여겼던 경영학에 대해 미국 MIT 슬론대학원을 유학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적 삶의 사고방식과 경영기법에 매료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맡게 된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자가 아닌 제 3자적 시각으로 본 영국경제의 현실은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 실업률 상승, 노동조합의 득세등으로 통합된 기업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각박해지는 영국경제를 통해 그는 새로운 직업, 새로운 경력, 개인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대두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바로 포트폴리오 인생Portfolio life 가 그것이다.
 

 
처음 IBM 중역들의 은퇴 준비 강연을 하면서 그는 비즈니스 라이프Business life로 뭉뚱그려지는 '일의 유형'에 대해 직장에서 '급여를 받는 일', 프리랜서로서 '수수료를 받는 일', 자원봉사등으로 '무료로 배푸는 일', 그리고 계산도 안 되고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 '집에서 하는 일' 이 네가지의 일을 모두 포함하는 일'포트폴리오'라고 보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인생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고 '일의 균형'이라고 봐야하고 이는 프리랜서 뿐 아니라 '전일제 근무 노동자'도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직장생활(대가를 받는 일), 공부와 자기계발(무료로 하는 일), 쇼핑-요리-청소(적당한 집안일)등 서로 다른 유형과 성격의 일을 섞어놓은 생활을 한다고 보면 우리는 모두 '포트폴리오 노동자'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은퇴후 중년의 '독립적인 포트폴리오 생활'의 자유로운 매력에 빠져들고, 스스로 포트폴리오 인생을 선택했다. 그리고 강연활동과 저술로 경제력을 지녀야하는 그의 포트폴리오 생활을 통해 직장생활에서는 알 수 없었던  '밥벌이의 두려움'을 알게 되고, '벌이', '부富',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는 은퇴 후 20년, 은퇴 후 30년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금의 '은퇴'라는 단어가 잘못된 단어라며 '또 다른 단계이며 사회적 번영이 가져다 준 예상치 못한 보너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라고 주문한다. 
"천수를 누리고 죽어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가장 친한 친구가 추도식에서 여러분을 위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송덕문頌德文을 짧게 써보세요." 70대가 된 그는 독자들에게 '나는 죽을 때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어떤 개인적인 유산을 남기고 싶은가?' 하는 화두에 대해 그가 50대부터 실행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임종시험' 을 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면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사상가인 그가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봄에 있어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학위'도, '자신이 펴낸 수많은 책'도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몇몇 절친한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는 그의 솔직하고 소박한 고백이 자못 충격이었다. 그리고 '중년의 은퇴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보너스'라는 그의 말에 위로를 얻게 되었다. 이제 숙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아니고,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분리되는 자신만의 독립된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 욕구는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유산을 남기고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결국 얼마를 벌어놓고 가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놓은 얼마를 어떻게 쓰고 가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의 구루가 남기는 교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에 나를 남겨두고, 정직하게 살다가 좋은 곳에 유산을 남기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나의 일과 삶 그리고 다가올 미래와 죽음에 대해 화두를 남긴 책이다. 그의 저서중 최고라도 단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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