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젊음에게 - 우리가 가져야 할 일과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구본형 지음 / 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
 
어려서는 부모님의 손만 잡으면 되었다. 하지 말란 것은 하지 않고,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으면 그저 '착하고 얌전한 아이'라고 칭찬 받았다. 학교란 곳을 들어가서는 죽어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모르는 문제는 해설서를 보면 되었고, 학업이 부족하면 학원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열심히 보고 익히고, 외우면 만사가 일사천리였다. 대학을 입학하거나, 일찌감치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세상은 달라졌다. 그 후로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고 말도 걸지 않는다. 이미 길은 결정된 것처럼 그저 많은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한다. 혼란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하는 것인가?
과연 성공은 무엇이고, 돈과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세기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한 IMF사태를 맞아 하루아침에 설 곳을 잃어 방황하는 직장인들에게 과거의 것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자신들의 생을 다시 쓰라며 펜으로[익숙한 것과의 결별] 어깨를 다독였던 구본형씨가 이번엔 두려움과 설렘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별이 되는 법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신의 딸에게 글쟁이가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 준비한 책이라며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모든 아비들의 마음을 대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잔소리는 일, 나, 그리고 관계 이렇게 크게 세가지로 구분되어 시작된다.




그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은 사나운 늑대와 같아서 늘 피하려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갑자기 늙어 버리고 세상은 지루한 것으로 변해 버린다고 말하며 일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밥에 대해서는 살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바로 밥이니, 밥벌이가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죽음을 먹고 삶이 이어지는 것이니 대충 살 수도 없다고, 그러니까 힘껏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가 하는 일 자체다'고 단언하면서 모든 것을 즐겁게 바칠 수 있는 '천복(천직)'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일과 친해지려면 친구와 친해지듯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이 일도 해 보고 저 일도 해보다 보면, 이윽고 어떤 일과 자신 사이에 참을 수 없는 떨림이 생겨나는데, 그 때가 바로 천직을 찾은 날이고, 마침내 '나'라는 퍼즐이 풀려나가기 시작한 순간이라며 그 길로 곧장 질주하라고 격려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기타오 요시타카의 책 '일'(부제 -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이 자꾸만 오버랩되었는데, 기타오씨의 '일'이 무릅꿇고 앉아유교적 정신을 강조하는 '엄한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면, 구본형씨의 이 책은 딸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자상한 아빠의 조언'같이 느껴졌다. 재미있는 우화와 그림이 곁들여져 그의 이야기는 더욱 향기롭게 들렸다. 
 
 

 
 
사람들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이고, 그것을 느낄 때 '살아있음의 황홀'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 조셉 캠벨의 말의 빌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그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낄 때 '나'를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그는 성과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일을 모든 삶의 중심에 둠으로 더 이상 자신 인생의 주인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일중독을 경계하면서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의 중심은 일이 아니라 인생과 생활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돈이 주는 자유'와 '돈으로부터의 자유'사이의 균형을 '소박한 자유'라고 말하면서 그 균형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젊음은 단명하기에 아름답고, 인생은 길기에 누구나 뜻을 세워 살고 싶은 삶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누구든 자신의 꽃이 한 번은 필 것이고, 그때는 그 향기가 진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을 들으면서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가 솟아오름을 느끼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와 너의 만남으로 나는 너로 확대되고, '또 다른 너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르는 존재의 크기는 우주로 확장된다고 말하며 그 관계에서 사랑이 만들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일을 통해 한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 할 수 있다면 훌륭한 직업인이라 할 수 있고, 문명인이란 바쁠 때 바쁘고, 느릴 때는 한없는 게으름뱅이가 되어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문명이 우리를 바쁘게 만든 것처럼, 바빠야 문명인 것처럼 구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누군가를 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재미있는 우화와 폭넓은 예로 자칫 어렵고 따분할 수 있는 일과 나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흐르는 물을 즐기듯 읽혀지게 되었다. 구본형씨만이 가지고 있는 글맛잔잔히 읽혀지는 글 속에서 힘과 용기 그리고 열정이 점점 솟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을 시점에는 당장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충동마저 일어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치열한 사회에 스며들 듯 살아온지 십여 년이 흐른 내게도 나와 일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금 재정립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어제와는 다른 변화된 나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의지마저 충만해진다. 그는 확실히 '변화경영의 대가'임에 틀림이 없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 그리고 냉혹한 사회에 들어와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마지막으로 매너리즘에 허우적대는 직장인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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