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마인드 - 99% 경제를 움직이는 1% 심리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5
마태오 모테르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능으로 인한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설명한 깊이있는 책
 
'성공하기 위해서 배운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배움은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보아야 한다. 어린 아이가 사탕을 처음 먹어봤을 때, 또는 휴대기기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눈이 커지면서 입을 벌리고 '오~' 또는 '하하~'거리면서 관찰자와 그 문제의 사탕 또는 휴대기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개인적으로 난생 처음 알게 되거나 발견하게 된 무엇인가에 대한 감탄 또는 희열', 이것이 우리가 배우는 이유가 아닐까? 최근에 쏟아지는 '이코노믹~'류의 제목을 가진 책들처럼 우리가 놓쳤던 생활속 경제적 상식과 오류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일 것이라고 편하게 책을 폈다가 아주 '깊이 빠졌던' 책이 소개하는 책, <이코노믹 마인드>다.  
 
한 주부가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제조업체는 캐쉬플로우Cash-flow 즉 현금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적은 이익 또는 이익이 전혀 없는 제로마진 Zero-margin으로 상품을 내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주부가 집어든 '1+1상품'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개만 살 수 있었던 가격으로 두 개를 살 수 있으니, 한 개 만큼의 이익을 보게 된다는 기쁨에 평소에 생각했던 수량보다 더 많이 사게 되었다. 20-30% 할인된 여러 가지 상품을 포함해서. 장바구니 한 개 정도를 계획했던 주부는 비닐봉투를 두 장을 더 담고 가야할 만큼의 쇼핑을 하게 되었다. 물론 계획한 쇼핑비용은 거의 두 배를 초과한다. 하지만 이번 쇼핑으로 만 원가량의 이익을 봤다는 뿌듯함에 1km떨어진 집까지 물건을 들고 힘겹게 길을 나섰다. 이 주부는 평소 계획이라면 운동삼아 갔을 집까지의 거리가 힘에 부칠 정도의 노동이 되었거나, 갈증이 나서 아이스커피를 마셨거나,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고 돌아갔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얼마 만큼은 벌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과연 경제적인 쇼핑을 한 것일까?
 
경제학자들은 수많은 이론과 법칙을 세워 우리의 경제생활을 한 눈으로 알 수 있도록 일반화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이론을 토대로 미래의 경제상황도 예측하려 지금도 낮밤을 잊고 연구중이다. 이 책은 경제학자들이 이론의 전제로 삼았던 소비자, 즉 인간을 '평균적으로 동일시'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또 일반적인 경제원리대로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을 들면서, 인간이 내리는 '올바른 경제적 결정'은 이론적 근거의 이성적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판단하도록 '느끼는' 감성적 방법에 있다고 말한다.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지향하는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이 '감성적 인간이기 때문에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반이성적 실수들'이 우리의 경제생활 전반에 펼쳐져 있고, 이것들은 지극히 반복적이며 예측가능하다고 말하며, 실제 사례을 증거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연말 보너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고, 또 흥청망청 쓰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들 머리속에서의 돈은 추상적인 것으로, 정확하고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어서 그 돈에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어 돈과 연결된 경험과 감정으로 그 가치를 채색하려 한다고 한다. 즉, 연말 보너스로 탄 돈, 오래전부터 입지 않은 재킷 주머니에서 생각없이 찾아낸 돈과 우리가 땀흘려 일해서 번 돈을 다르게 생각하고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돈에 표시있냐?'고 물으며 같은 돈임을 외치면서도 우리는 약간의 돈 앞에서는 신중성을 기하면서 큰 돈앞에서는 더 안심이 되고 덜 문제가 되어 과감하게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불합리한 마음의 경제학 편에서는 '새 차 시세보다 중고차 시세에 더 민간한 이유', '잘 나가는 축구팀이 꼭 중요한 경기를 망치는 이유', '도박에서 따는 것보다 본전 유지가 더 어려운 이유',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좋은 까닭'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의 오류를 설명하며 우리가 정확한 경제적 계산을 하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해준다.
 
제 2장 자신을 속이는 심리의 함정 편에서는 '할인이 항상 퍼센트로 표시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속는 숫자와 비율의 속임수를 알려주고 ,'광우병이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포심이 가미된 경제학의 함정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이익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경제활동이 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되어버린 다시 말해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고만 꼴'이 되는 우리의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해준다. '내가 헛똑똑'이었음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장이었다. 읽으면서 어처구니 없는 헛웃음만 계속 나왔다.
 
왜 우리는 경제학 이론이 알려준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일관성있는 선택을 하지 못하며, 더 큰 이익을 주는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주는 부분이 마지막 장인 감정에 물든 이성편인데, 뇌과학을 빌어 감정적 뇌를을 설명하면서 감성에 의한 충동적 결정이 이성적 판단을 흐린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의 머리는 주관적이고 어리석을 수 있으며, 약간 게으를 수 있으므로 직관으로 이름되는 감성적 판단은 천천히 하고, 이성적 판단을 우선으로 하여 선택하기를 권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먼저 정하고 그 답의 오류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마치 '명교수의 강의를 듯는 듯' 깊이를 더할수록 재미와 배움의 희열은 높아져만 갔다. 
 
마지막으로 서두에 언급한 어느 주부의 쇼핑이 과연 경제적인 쇼핑이었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가계부 하나만 잘 써서 부자가 된 어느 주부의 쇼핑담을 대신할까 한다. 그녀는 필요한 항목을 쪽지에 적어서 쇼핑을 간다고 한다. 그리고 쇼핑을 할 품목만을 구입하는데, 운이 좋게 사려는 상품이 할인이 되거나, 하나 더 주는 경우에는 쇼핑을 마치고 돌아와 할인된 가격 또는 하나 덤으로 받은 가격만큼 저금통에 넣어 저축을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쇼핑으로 인한 이익만큼으로 다른 품목을 사서 결국은 '계획했던 만큼 써버리는 소비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의 이익만큼을 현금화해서 새로운 투자대안의 기반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녀는 샐러리맨을 남편으로 둔 전업주부로 가계부 정리 하나만으로 수 억을 만들어낸 알뜰 주부였는데, 감성과 이성을 잘 조화시킨 '경제적 판단'의 본보기라 할 수 있겠다. 절대로 쉽지는 않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바쁜 하루의 일과 중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이유는 '왜?'라는 궁금증과 '미처 놓치고 지난 세상이야기'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바로 내가 궁금해하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거나, 지금까지 활동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해 준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내게 '인간이기 때문에 저질를 수 밖에 없었던 경제적 판단의 오류'를 자세히 설명해 준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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