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넥션 - 너를 치유하고 나를 치유한다
에릭 펄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동양의 '기氣'를 서양인의 눈으로 재확인해준 책.
 
'당신 안에 흐르는 우주 에너지를 깨워라'라는 부제를 접하고 예감했던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맞아들어감을 느꼈다. 기氣. 서양인의 생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인 기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했고, 자신은 치료사도 의사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는 '기치료사'다.
 
물론 동양인인 나도 그 존재를 믿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기운의 체험을 서양인으로서 느꼈고, 그 힘을 이용해서 아픈 환자들을 치료한다는 것에는 놀랍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방송이나 책, 신문을 통해 원격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일말의 동의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기에 대한 인식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스스로 느낀다면, 자신의 병력에 조금이라도 차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교육의 힘'인 것이지, 자신이 구술한 것의 힘이 독자로 전달되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자신도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힘에 대해 설명하기가 구차하리만큼 서술이 길어져서 글을 읽으면서 맥락을 잡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자신의 힘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에서는 환자들을 치료했던 사례들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여서 개념에 대한 이해가 먼저 명확해야 믿으려 하는 내게는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서술구조였다.
 
어린시절 배아플 때 할머니가 어루만져주신 '약손'은 플라시보의 위약효과라는 서양의 판단보다는 손주가 얼른 낫기를 바라는 정성어린 기운의 힘으로 판단하고 싶은 동양인의 시점으로는 그가 환자를 통해 경험한 것들은 '존재의 의식'을 이미 가정한 채 주입하는 일종의 주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반가운 것은 서양에서 침술이 대체의학의 주요치료법으로 각광을 받는 것처럼 이름은 다르지만 기치료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는 점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동양의학의 힘은 서양의 그것이 건드리지 못하는 것들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병은 내가 고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과 의지는 병을 치료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신적 기반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다시 말해 자가치유능력이 내게 존재한다는 것은 의학의 힘을 빌어서 치료를 하고 있더라도 항상 가져야 할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마치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는 듯 해서 읽기가 참 힘들었다. 서양인들에게는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나같이 까칠한 성격의 동양인이 이 책을 다른 이에게 권하기엔 영 아니다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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