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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인간학 - 다스리지 않고 다스리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자애慈愛와 인내忍耐로 더 큰 세상을 휘어잡아라!
" 세상사에 밝으면 그것이 곧 학문이고, 인정에 정통하면 훌륭한 글이다,"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중국은 서양의 도덕이성이 근거로 삼는 현실성 없는 인식과 가치의 경향은 배제하고 실용이성의 가치 관념으로 가치관을 정했다. 그러한 가치관이 지략형 문화를 낳았고 그 지략형 문화의 사유방식이 경험성과 민첩성, 그리고 실용성이 있다는 점으로 중국 민족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민족의 성격적 특징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략 문화는 중화 민족의 실사구시적 성격과 심리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공허함과 존재하지 않는 귀신을 숭상하지 않으며 극단으로 나가지 않고 두 발로 사는 기질을 갖게 했다.
치인治人을 목적으로 한 지략형 사유방식이 긍정적이지많은 않은 것은 결국 중국인들이 천성적으로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결과를 낳았고, 모략가가 전통문화의 정수가 되어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략과 계산이 기나긴 역사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처세의 태도와 인생관이 술術이 아니라 도道, 즉 처세 철학이자 문화정신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을 살펴보면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을 계기로 받아들여진 자본주의의 수입이 짧은 역사동안에 실용적인 측면만이 확대되어 빈부간 격차심화,물질만능주의 팽배등 부작용이 극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사상에 대한 흡수의 태도가 그 이전부터 실사구시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유가 인간학'에 이어 '도가 인간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들에게는 뿌리깊은 고민일 수 있는 중국인들의 '사상에 대한 실사구시적 수용태도'를 배우고자 함에 있다. 중국이 그것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면, 대한민국의 나는 명분과 체면에 너무 얽매여 '나다운 처세'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모르기 때문에 배우고 싶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른다.
도가道家의 핵심은 황노 도술 즉 마음과 지혜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인데, 천지만물은 드러나지 않는 도道에의 해 지배되므로 천지만물과 길흉화복의 변화를 똑바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득도得道에 있다는 것이다. 도가의 정책은 '우민 정책'인데, 부드러움으로 강인함을 이기고, 지혜로움을 우둔함으로 여김으로써 다스리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인은 자신을 위에 두지만 남보다 앞에 있게 되고, 자신의 몸을 밖에 두려 하지만 오히려 안에 있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이익이 생기는 것이며 사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하늘이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무엇인가를 차지하려 애쓰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큰 천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것은 깊이 생각해 보면 결코 욕망이 없거나,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더 큰 사익을 얻기 위함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도가에서는 자慈와 인忍을 강조했는데, 세상의 변화와 법칙을 통찰한 자의 인내를 바탕으로한 자애를 강조한 것이다. 이 자애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자애로움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이해관계나 원칙이 없는 사랑의 형태인데, '고객을 대할 때 한 살배기 어린 아기를 보듯 하거나, 백 살을 사신 노인을 보듯 하라. 그러면 그들에게 칭송을 받을 것이고,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라는 어느 세일즈왕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미 안 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대하는 자애로움과 사랑이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마케터들'이 한번 쯤 고려해볼 만한 마케팅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가의 정신을 바탕으로한 수많은 실존 사례들이 가득히 담겨져 있어 case by case로 나의 비즈니스 생활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지략 문화'가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귄위나 명성, 재산의 존속여부를 떠나 목숨을 건 처세들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수하에 있는 문무백관과 신하들을 생각할 때는 과거 중국 CEO들의 지혜와 처세의 경합들이 이야기로 풀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가치있는 책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말처럼 고전이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저다마 다른 이유에서 그 답을 무궁무진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의미를 두고 본다면 쉽게 다가올 책. 고전이 아름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