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안분지족安分知足 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돈.
 
 
하느님이 어느 마을에 있는 백 명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모두를 빼앗고 똑같은 천 냥의 돈을 주고 살게 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자... 너희들 모두 똑같은 천 냥이 되었다.
그러니 서로 다투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알았느냐?"
 
세상의 일에 관여하고 계신 하느님인지라 공무에 바쁘시다 보니 천 냥의 돈을 고루 나눠준 마을의 일을 까맣게 잊으셨겠다. 일 년쯤 지나 갑자기 생각이 나신 하느님, 그 마을을 친히 찾으셨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한 명은 육십 명분의 돈인 육만 냥정도를 가지고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었고,
열 명 정도는 저마다 열 명분의 돈인 일만 냥 정도를 가지고 떵떵거렸고, 스무 명 남짓은 제 몫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나머지는 얼마 남지 않은 돈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벌여 벌써 십수 명은 일찍 이 세상을 져버렸고, 서로 아웅다웅하며 하루를 전투하듯 살고 있는 것이다.
머리좋은 녀석이 걸어놓은 내기와 도박, 그리고 사기, 식탐, 정욕이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급기야는 또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아니 그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하느님이 또 천냥을 거저 줄 것이라고 일도 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굶어죽은 이들도 있다 하니 예전보다 못한 광경이더란다.
 
그 광경을 본 하느님은 말씀하셨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세상을 만든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어느 곳에선가 들은 '공산주의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를 내 나름으로 각색한 이야기다.
 
'거울을 보고 혼자서 맞고스톱을 쳐도 돈이 모자른다'고 했던가? 화폐제도와 경제활동이 무슨 상관이며 죄겠는가?그 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탐욕'이 존재하는 한 균형과 평균이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활동 가운데 경제생활이 생기고, 시장이, 그리고 화폐가 생겨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그것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변해버린 것은 마치 인간이 하루의 흐름을 시간이라 칭하고 시계를 만들어 그 기계의 두바퀴 안에서 하루를 마감하려는 인간들의 약속이 변형일 뿐이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채권자들이 행패를 부리고, 그 와중에 채권자들의 돌에 맞아 숨진 어머니. 패닉상태에 빠진 윌버는 학교아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급기야 가출을 하게 된다. 목적없는 여행을 하면서 돈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화폐의 생성과정과 '진정한 풍요로움',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소설 <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은 다가갈 수 없는 나라, 유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진정한 풍요로움'과 물질만능주의적 삶의 가치관의 변화를 위해 학교 교육의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세상은 지덕체를 갖춘 인재의 양성 보다는 남보다 더 나은 성공인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학교는 그에 발맞추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는 '있는자의 자선'은 먼저 '내가 먼저 있고 나서 후에 조금 베푼다'는 '선부론적 알량한 아량'은 아닐까? 품앗이의 자애와 인정이 가장 바람직한 본보기 일진대 이미 커져버린 사회와 물들어버린 인간들을 어떻게 교화해야 할지는 미지수다. 책을 덮으며 답답해지는 가슴을 감출 수 없었다.
 
작은 호숫가 옆 작은 통나무 집을 짓고 나무침대 하나, 탁자 하나, 책상 하나, 벽난로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큰 창 하나 들여놓고, 혼자서 일한 만큼 먹고, 먹을 만큼 생산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을 살다 간 월든Walden의 작가 헨디 데이빗 소로우의 삶이 오늘날의 물질주의를 저버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아닐까 생각된다.
 
착찹錯雜한 소설. 진정한 행복은 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다시 내게 맡겨버렸다. 그래서 착찹錯雜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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