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단절 -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곽명단 옮김 / 살림Biz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정보와 소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 
 
수많은 책들속에서 선택으로 혼란스러워 할 때 발견한 책의 부제,[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숨이 막힐 지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나의 현재를 위한 책인 듯 싶어서 낙점한 책, <창조적 단절>이 오늘 읽은 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된 시험아니 시험이 있었으니 그것은[조급증으로 인한 집중력 결핍도 테스트]인데, 그 중 몇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 대화중에 문자를 주고받다 핀잔을 듣곤 한다.
- 바탕화면에 사용하지 않는 아이콘이 3개 이상 있다.
- 윈도우 창을 평균 5개 이상 열어 놓는다.
- ADSL에서 광랜으로 바꿨는데도 로딩시간 때문에 답답하다.
- 에스컬레이터도 걸어서 올라간다.
-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전에 '닫힘' 버튼을 누른다.
- 도로에 뛰어 내려가서 택시를 잡거나 버스를 기다린다.
- 사탕을 끝까지 녹여먹지 못한다. 등등
 
스무 개의 테스트 문항이 있었는데, 자신과 부합되는 칸을 체크하고 체크된 숫자에 의해 5개,10개,15개,20개 이렇게 네 등급으로 자신의 조급증을 진단하는 것이었다. 솔직하고 신중한 체크 끝에 나의 결과는 자그마치 14개. 뜨악할 노릇이었다. '주의력 결핍 중기. 일과 인생에서 조금 삐걱거리며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창조적 단절'의 의미를 돌이켜 보지 않으면 결국 조급증 때문에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고, 열심히 바쁘게 살지만 성고는 적어 상실감에 빠지는 주의력 결핍 말기증상으로 바뀔 것이다'라는 테스크 결과를 받았는데, 툭~하고 심장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뻔 했다. 게다가 이 테스트를 하는 그 시간에도 내 옆에 있는 노트북은 언제 들여다 볼지 알 수 없는 뉴스그룹들이 열심히 다운되며 스크랩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조급중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중기환자다.
 
테스트의 진단은 이 책을 단숨에 쉬지 않고, 읽어내려 갈 수 있도록 만드는 흡인력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펼쳐지는 책속의 내용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주의력 결핍'상황들, 가령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1분 동안을 참지 못해 초조해 하거나 심지어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경우나, 어떻게 지내는가하는 질문에 '늘 바빠서 미치겠다'라는 말을 자랑스레 하면서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 메신저나 메시지를 로그온, 부팅, 다운로드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중압감에 사로잡히는 경우, 언제 볼 지도 모르면서 정보를 긁어모을대로 모아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경우 등이 낱낱이 고발되는데, 모두가 나의 이야기인 듯 해서 읽는 내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다만 이 상황은 집중력 가중으로 인한 초조증상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모두 왜 이다지도 바쁠까? 따라잡히면 안되고, 남들도 그렇게 살고 있어서, 바쁘다는 건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을 상징하니까, 느리게 살다가 무시당하거나 무엇인가를 잃을까 두려워서, 생활수준이 뒤처질까 두려워서, '일없이 빈둥거리면 사람 버린다'는 말에 길들여져서, 모든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체념하는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기계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를 부르는 형국'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자극이 가득하고 턱없이 할 일이 많고, 신기한 것 투성이고 빠르게 움직여서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럽고, 먼지바람 일듯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전통의 틀을 깨는 남다른 창의력을 요구하고, '지금'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라 강조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갈팡질팡 종잡기 어려운 우리들의 오늘날 세상'을 주의력 결핍 장애ADD-Attention Deficit Disorder세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들이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통제력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면서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라는 어느 랍비의 말을 빌어 모든 통제력을 완전히 틀어쥐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제권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목할 점은 다중작업 즉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두 개의 공을 가지고 하는 테니스 게임과 같은 허황한 활동이라고 단언하면서 이것을 유능함의 척도로 여기는 현대사회를 비난한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진짜 이유는 이것저것 하는 일은 많으면서 어떤 일에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빨리 잇달아 해서라도 짜릿한 쾌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깊은 생각을 하거나, 과학이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뇌에 있는 자동조절장치인 소뇌안에 입력해 놓은 결과물일 뿐, 두 개의 공으로 하는 테니스의 결과는 끝을 보지 않아도 뻔하듯 그 깊이와 넓이는 한 곳에 집중할 때의 효과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책으로 빠져들수록 나의 주의력 결핍 증상이 혹시 말기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의 일상의 습관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내려가는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저자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중압감의 대표주자들, 즉  겜멜스머치, 과대망상 괴물, 기가 죄책감, 스크린서킹,해충,운명의 화살, 줏대없이 따라 하기, 화근, 쌓이는 일 더미, 무의미한 다중작업 등을 해충같은 것들이라고 말하면서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마음대로 주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말 그대로 나는 그들의 힘에 휘둘리며 소중한 나의 시간과 주의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할수록 나는 얼마나 무기력이라는 늪속에 빠져있는가를 내려다 보게 되었다. 이대로는 큰일이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책의 서두를 통해 나는 주의력 결핍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얻었고, 중반에서는 내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그런 증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현대인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에도 나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책값을 톡톡히 하는 순간은 후반부 [산만한 세상을 극복하는 창조적 단절] 부분이었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자 자활모임에서 자주 낭송하는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시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eyer]를 빌어 수정을 가해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 제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바꾸고 싶은 것들의 순서를 슬기롭게 정하는 통찰력을 주시고
비록 그럴 만한 기력과 시간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는 욕심을 뿌리치고 견뎌낼 힘을 주시고
바꾸겠다고 결정한 일들을 바꾸는 용기와 능력을 주시고
이 모든 것을 가려낼 지혜를 주소서.
 
완전한 통제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우선 시간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자기 자신이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시간 투자 수익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노력도, 실현도, 필요도 및 정당성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곱한 값의 가치를 '가치도'라 칭하고, 가치도 점수가 제일 높은 25점의 일들로부터 우선적으로 하고, 그 점점 낮은 점수의 일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서 스크린서킹(인터넷 동영상 파도타며 보기) 한시간 시청과 같은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므로 노력도 5점, 이룬 것이 없으므로 실현도 1점, 불필요한 일이므로 필요도 1점 그들의 곱셈의 결과물인 가치도 5점과 같은 일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가치를 값으로 매겨 그 점수가 높은 것부터 순서대로 하면 내게 필요한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주관적 사항에 대한 주관적 가치평가이므로 설득력있는 공식이고, 실행에도 무리가 없는 적절한 방법인듯 했다.
 
이 밖에도 제안되는 현대 생활 관리10원칙, 주의력 체조 1,2,3, 뇌용량 확보하기 등을 읽어내려가면서 의욕을 갖고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통제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게 되었다고 해결된 것이 아니다. '알았을 때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 가장 필요한 이 덕목이 지금 내게 있어 요구되는 시점이 되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부인의 출산을 앞두고 '아버지휴가'를 신청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회적인 이슈들과 맞물려 박수와 찬사 그리고 염려가 혼재되어 말도 많았던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총리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본분사이에서 그 우선순위를 놓고 갈등했을 그가 '나의 우선순위의 가치점'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판단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점수를 매겼고, 무엇을 우선했을까 고민도 해보았다. 아쉽지만 결국 난 총리의 본분을 택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정보의 강박에 시달렸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리고 섬뜩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써내려간 책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지금도 언제 볼 지, 들을 지 모르는 파일을 다운받거나 쌓아두고 있는 현대인들이 읽고서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좋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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