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최강의 사랑노래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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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대학 신입생시절 동아리 신입생환영회에서 만난 '천사' - 그시절 청춘들은 이름부르기도 아까웠던 모양이다 - 에 반해 식음도 잊을만큼 좋아했던 적이 있다. 입시지옥을 벗어나자 몰려드는 허전함에 또 어디엔가 '몰입'해야 할 곳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고진감래의 '달콤함'을 만끽하려 했기 때문일까? '중독'이라 불려도 좋을 만큼 좋아했던 적은 지금까지 통털어 그때 뿐인 듯 싶다.
한동안 잊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준 계기는 이 책, <절대 최강의 사랑노래>의 덕택이다.
 
남녀 주인공 모두 '나'를 시점으로 이야기가 번갈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지난 해에 읽은 일본의 잘나가는 젊은 남성작가들의 단편 러브스토리들을 엮어서 만든 책 <I LOVE YOU>에 실렸던 단편을 장편으로 엮은 것이다. 단편으로 소개되었을 때에는 미스테리한 선배 키도를 따르는 동기 사카모토와 동행하며 배우게 되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장편으로 재편집된 이 책은 훌륭한 청춘러브스토리로 변신한다.
 
복잡한 마음 속과는 다르게 차분하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토우와 그녀의 심리가 잘 묘사된 이 작품은 '나'라는 시점을 서로 바꾸어 가며 이야기를 풀어가 같은 시점에 느끼는 남녀간의 심리를 동시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옴니버스형식을 취한다.
 
늦은 밤 불을 끈 방에 아이마스크까지 쓰고 암흑속에서 단 둘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들은 서로 사랑을고백한 후 '저기...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얘길 해 줘'라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백미를 느끼게 된다. 큰 사건도 사고도 없이 일상의 흐름처럼 차분하게 흐르는 그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사랑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최소한 한 번쯤은 느꼈지만 잃어버렸던 그 시절의 내 마음 같았기 때문이었다.
괴팍하고 엉뚱한 키도 선배와 소심하지만 똑똑한 동기 사카모토와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사랑은 스탬프 카드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키스를 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서로에 대해 알고, 다정한 기분에 감싸이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스탬프를 찍는다. 혼자서 찍을 때도 있고, 둘이서 찍을 때도 있다. 스탬프가 다 모이면 다음 카드를 받으러 간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비밀스런 기분으로 나는 생각한다. 이 카드는 언젠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떤 것과 교환할 수 있다. 그런 날이 분명히 온다. 그날까지,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다. 최강의 사랑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p 219
 
'사람은 저마다 한 권의 책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젊은 청춘들의 사랑은 한 권의 장편이 되었고, 이 이야기는 젊은 남성작가의 책 한 권에 작은 이야기로 남았고, 또 나의 책 속에는 작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두 번을 보게 된 책.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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