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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역사 - 마음과 심장의 문화사
올레 회스타 지음, 안기순 옮김 / 도솔 / 2007년 12월
평점 :
심장,하트,마음, 그리고 사랑의 기원을 낱낱이 밝힌 책.
노총각이 인연을 만나 혼인을 올리지만,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부.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며 시어머니의 심장을 꺼내오기를 청한다. 신부에게 홀딱 빠진 얼간이 노총각 신랑은 몰래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 심장을 꺼냈다.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심장을 꺼냈다는 슬픔과 후회로 그치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는데, 눈물이 시야를 가렸을까 돌부리걸려 넘어지고 만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어머니의 심장을 잡으려 달려가는 노총각 신랑. 자신의 무릎에 철철 흐르는 피도 잊었는가보다.
싱싱한 심장을 보여주려 어머니의 심장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어내는데, 어머니의 심장이 아들에게 말을 한다. "얘야, 괜찮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 이 동화에서처럼 심장은 그 사람의 마음을 대신한다. 딱히 학교수업에서 배운 기억도 없는데, 인체의 기관인 심장은 우리의 마음을 대신했고, 또 사랑을 대신했다.
누가 처음 이 아름다운 삼각관계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난 언제 배웠을까?
이 책 <하트의 역사>는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알게 된 이 오묘한 하트의 상징과 그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 동서고금을 뒤져 기록한 책이다. 하트 이야기의 진원, <갈가메시 서사시>를 필두로 이집트인과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했던 심장을 이야기하고,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이 이야기했던 심장과 마음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럽과 서구의 인간관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2부의 하트이야기에서는 한국판을 위해 '아시아의 심장과 마음'편을 추가하여 서로 비교대조가 가능하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사랑과 정신, 그리고 양심의 근원지인 심장은 문화를 막론하고, 역사를 막론해서 인간 존재의 중심 역할을 해 왔음을 배웠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던져준 이 책은 하트는 육체적인 생명의 원천일 뿐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그래서 인간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 되어 철학, 예술, 과학의 주제가 되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존재의 핵심인 심장과 사랑의 상징성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이 키스인 것은 심장의 색과 온도를 닮은 입술이 심장을 대신해서 서로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뜨거운 사랑을 상징해서 선물하는 장미꽃은 두근대는 심장의 색을 대신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