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간학 -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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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대국 중국의 '중국고전 신드롬' 이유를 알게 되다.
 
 
한국에 선보이는 중국출판의 판도가 변화되었다. 젊은 중국작가의 소설들이 많이 소개되더니, 작년 하반기에 들어 서서히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지금 중국출판계는 '중국고전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전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기록의 경신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 왜 때 아닌 '중국고전열풍'이 불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지금  숨고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단 한마디로 축약되는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은 개혁개방이 물꼬를 트더니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라는 두가지 틀 속에서 20년간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발전하던 중국은 급기야 세계경제대국 3위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발전우선주의정책의 이면에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낳게 되었고, 금전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등 자본주의사회의 병폐마저 급속하게 물들게 되어 심한 몸살을 앓게 되었다.
 
 개혁개방에 따른 부작용 이외에도 가장 완성된 공산주의가 이식되었음을 표방하던 중국이 마르크시즘과 레닌주의를 배웠던 이들에게 오늘의 중국은 공산주의사상이 중국에서 적실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도덕과 신념이 무너져 모럴헤저드Moral Hazard의 양상까지 띠게 되자 중국인들은 깊은 좌절감과 분노를 나타내는 사회현상을 나타나게 되었다.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 나타나고 있는 빈부격차와 이기심의 확산을 확인한 중국은 선부론先富論을 폐기하고 이제는 성장이 아닌 분배를 해야하는 시대임을 암시하는 균부론均富論을 내세우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세계 강대국과 교류하면서 강제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가 하면, 대내적으로는 북경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하나되는 국민성을 유도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사상적 정서적 동요는 중국의 고전사상에서 그 위안을 삼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출판계가 중국의 고전사상을 연이어 내놓고, 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보겠다. 일각에서는 고대사상을 통해 사상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얄팍한 처세술을 익히는 도구로 생각하는 또 다른 상업주의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공산주의 수립 이후 국가 종교가 없어진 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위안을 주는 계기가 되었고, 출판시장은 세계최대의 영혼시장이라는 컨텐츠를 쏟아낼 수 있게 되었다.
 
말하고자하는 책, <도가 인간학>을 주목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유가, 도가 그리고 불가. 중국인들의 사유세계를 요약할 수 있는 세가지 가운데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는 유가의 핵심규범은 바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삼강오륜을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체계로 삼는 유가를 공자와 맹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식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뿌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은 중국의 사상체계들은 위정을 통해 치인治人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제자백가의 혼란기에 발전한 중국의 사상들은 이상적인 국가의 건설을 위한 정치를 위한 체계였고, 이것은 곧 치인에 필요한 방법론적 해결책을 마련하였기에 '지략적 문화'로 결부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현재 중국고전을 재확인함은 바로 지략형 문화의 실사구시 사상을 통해 저마다 지혜로운 군주와 현명한 재상을 추구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 되었다.
 
모략과 테크닉으로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동양의 사상체계가 지금도 유지되고, 받들어지는 이유는 이들 모든 사상이 바로 이러한 보다 나은 국가(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치人治의 정신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제대국 중국이 국민들 스스로가 고전으로부터 자신들의 현재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고, 국가의 보물을 눈앞에서 태워버린 국민으로서 현재 우리에게 있어 사상체계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후세들에게 남겨줄 현재 우리가 만들어가는 유산은 무엇인지 반성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 책 뿐 아니라 '인간의 숲에서 경영의 지혜를 읽는다'는 기치아래 도가, 법가, 병가, 종횡가의 인간학이 시리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후대인으로써 선대로부터 받는 혜택은 이렇듯 수백년에 걸친 역사에 두루 펼쳐진 사상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그들을 제 입맛에 따라 선택취사할 수 있음이겠다. 이 책과 앞으로 나올 책들을 통해 수신제가修身齊家의 계기로 삼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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