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
닐 부어맨 지음, 최기철.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브랜드없는 세상을 살 수 있습니까?'
 
 쿠션좋은 00침대위에 펼쳐진 극세사의 ㅁㅁ자리 이불위에서 기상한 나는 시린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치약을 대한치과협회에서 인증했다는 치솔위에 손톱만큼 짜내어 양치를 한다. 라이스비누에 세수를 하고, 페이싱 폼으로 다시 얼굴을 씻어야 개운해지는 느낌을 얻게 된다. 아, 잊었다. 양치와 세수 이전에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에서 제주에서 솟아났다는 생수를 마시고,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보며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기상후 10분동안 나는 8개의 브랜드제품을 사용했다. 이후 스킨과 로션, 에센스, 그리고 향수를 뿌리고 출근준비를 하면서 더욱 많은 브랜드를 바르고 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 하루는 거의 브랜드를 도배하듯 포장하며 살아가게 된다. 눈을 뜨면 세상은 말한다.
 
Welcome to Brands world.'
 
이 책의 원제목은 Bonfire of the Brands 즉, 브랜드 화형식이다.
다시 말해 루이비통을 태울 수 밖에 없었던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위 '된장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과 브랜드 사이의 관계에서 자신의 자아상을 확립하며 살았던 그는 어느날 그 인위적 관계가 지속적인 만족감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가득하고, 명품도 상당한 자신은 마땅히 행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오히려 허무함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속았다는 각성을 하기에 이른다. 자신을 옆에 두어야 행복해지고,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다는 브랜드제품들과 그 광고들의 거짓말을 수십 년 동안 믿어왔던 자신을 되돌리기 위해 '나는 브랜드 중독자다'라고 선언하게 된다. 술과 약물중독자들이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듯 브랜드를 멀리하기로 결심하고, 지금껏 구입했던 브랜드 제품을 태우게 되는데 화형식 전후에 자신에게 일어난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느낌을 일기형식으로 풀어내었다.
 
브랜드를 태워버리기로 결정한 이유는 선언적 의미의 그것보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브랜드를 남들에게 줄 수 없다는 강한 집착때문이라고 책에서 고백하는 저자의 글 속에서 '내 모습'을 수없이 발견했는데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브랜드광'이라는 '선입견'을 그에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어때? 나만 그런가?'라는 반문을 수없이 던져보지만 윤택한 삶을 위해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어림짐작'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No Brands'를 선언하기 위해 화형식을 감행하게 된다. 블로그에 실리는 그의 글엔 수많은 여론과 언론의 찬반양론을 양산하게 되고, 화형식에 임박하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패닉상태에까지 빠지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 주목할 점은 그를 포장했던 브랜드를 태워버리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갈등상황을 이야기한 것보다 화형식이후 더 이상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저자의 'No Brands Life'에 있다. 그가 규정한 브랜드는 제품을 떠나 브랜드화된 상점과 마트 그리고 프랜차이즈 회사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필요한 모든 것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보여주고 함께 향유할 사람이 없었던 사람, 영화[나는 전설이다]의 윌스미스만큼이나 고독하고 힘겨운 하루하루였다. 그만큼 세상은 이미 브랜드에 점령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메트로폴리탄의 도시속에 움막을 짓고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잠시 책을 멈추고 만약 그와 함께  'No Brands Life'에 동참한다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 것인가?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여지 없다. 난, 못한다.잠깐의 고민조차도 내게는 카오스chaos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와 나의 차이는 아마도 그가 브랜드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리라. 더 이상 자신을 속여온 브랜드를 몸에 걸치고, 먹으며, 방문하기를 멈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살다 간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소극적 저항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제품으로 둘려싸인 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 '하루 하루 나의 뜻대로 제대로 살고 있는가?'하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또한 브랜드와 광고, 그리고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확실히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결심이 변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 삼년 후, 'NO Brands Life'를 살고 있는 저자 닐 부어맨의 또 다른 책 'After Bonfire Of The Brands'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