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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김승환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장년', 그 서글픈 이름에 대한 오해를 풀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일에 쫓겨 하루 하루를 살다 보니 지금 여기에 왔다. 마흔.
'나이 먹는 것도 억울한데, 우리나라는 덤으로 한 두살을 더 먹으라고 한다'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살았다면 두 살은 어릴것이라고 성토하던 친구의 술자리 푸념이 떠오른다. 한 두 살 적던지 많던지 뭐 대수겠냐 하겠다마는 30대와 40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를 느낀다. 제 나이를 소개하고, '헉'하고 놀라며 소름을 끼친다면 '젊은이'아니면 '바보'란다. 생각과 마음은 젊어서 제 나이의 확인에 놀라는 것이고, 아니면 그 나이먹도록 해 놓은 것이 없어 두려워 놀란다는 것이다. 스무 살의 내가 한 살이 늘 때와 어제의 내가 오늘을 지켜봄은 다르다.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흘려보내는 내가 조심스러워진다. 그것이 마흔, 그 이름의 값어치다.
이런 날이 결국 오고 말았다. 작년에는 [독신남성보감]을 읽더니, 올 해는 이 책의 이름에 눈이 번쩍뜨이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The Second Half of Life가 원제인 이 책은 원래50세를 넘기면서 맞이하는 두번째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성숙과 변화에 필요한 과제 그리고 그 필요조건들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의 측면이나 사회에서 공헌할 수 있는 노동연령을 비교해 보았을 때 40세가 읽는다고 해도 너무 빠르다고 말할 수 없겠다. 게다가 이 책이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함에 있어 이르다고 해가 될 것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대표해서 우리가 사고하고, 살아가는 수단의 상징으로 손과 발을 두어 손과 발이 여덟 개의 문을 통과하면서 삶의 후반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들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삶 속의 새로운 경험을 이야기해 주는 '은의 문', 장년기로서 새롭게 맡게 될 역할을 이야기하는 '하얀 말뚝의 문', 육체의 한계를 통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이야기하는 '점토의 문', 그리고 인간관계의 깊이를 이야기하는 '흑백의 문'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회에 공헌할 것을 권하는 '전원의 문'을 지나면, 진정한 자아의 고백을 알리는 '뼈의 문'을 만나고, 고요의 자연을 맞이하는 '자연의 문'을 지나게 된다. 마지막 관문인 '금의 문'에서는 세상에 대한 능동적 초연법과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특히 각 관문마다 신화와 이야기 그리고 시문으로 가득한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해 안개를 걷어주듯 의미를 아는 것을 도와준다.
늙어짐에 서러워 자꾸만 뒤돌아보며 '의술과 기술'로 '젊은 척하기'에 매달리며 남은 인생을 사는 것보다 배우고 익힌 무엇을 이제는 뜻한 바를 펼치고 향유함에 몰두하며 사는 것이 후반부의 인생을 사는 바른 길임을 배웠다. 비로소 '독야청청獨夜靑靑'해야 할 시기가 지금 '장년의 시기'임을 배웠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우리가 한때 이곳을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생명이라도 더 쉽게 숨 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이다."
라고 말한 사상가 에머슨의 말이 책을 덮은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