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사랑에 대한 설레고 가슴 아픈 이야기
김성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보이지 않는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 운율없는 시로 가득한 시집
 
 사춘기의 첫사랑으로 인한 열병를 앓던 청소년시절, 나는 라디오에 푸욱 빠져 살았었다. 스테레오 헤드폰도 없이 한쪽짜리 레시버를 귀에 꼽고 스탠드 조명을 가로등삼아 이불뒤집어쓰고 방송에 심취했다. 음악에 취하고, DJ의 청량한 목소리로 나오는 사연에 흠뻑 취했었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모두 나 같고 내 마음같아 꽤나 많은 눈물을 베개에 적신 것 같다. 나이는 한 살 학년은 두 해 많은 여학생을 몰래 좋아했던 그 때, 아무에게도 말못하던 내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준 것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DJ목소리 뿐이었다. 나이을 훌쩍 먹어버린 지금도 늦은 밤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면 그 시절 모습이 차창밖으로 비치곤 한다. 모습은 변했지만, 그 가슴은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한 DJ의 목소리를 빌어 들려줬던 사랑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기에 얼른 집어들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책이라기 보다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짧은 듯 긴 이야기를 담은 한 장의 작품들이 70편이나 즐비하게 전시된 갤러리라는 표현이 옳겠다. 때론 애절하고, 때론 웃음이 뭍어나고, 한편으로는 애끓는 이야기들의 귀결은 사랑과 이별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대립이 아닌 순서를 번가르는 동무였다.
 
이번만은 영원하다고 자신했던 사랑뒤에 자신했던 만큼 이별의 쓴맛을 보게 되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던 맹세는 달콤한 사랑의 감정에 눈녹듯 녹아버리게 된다. 희노애락의 감정은 바로 사랑과 이별에서 비롯되고, 그것을 배워가면서 우리는 늙고, 점점 사람다워지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 수고로움에 지치고, 이별의 아픔에 사랑을 부정하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로맨스가 없었다면 이야기가 존재했을까?
로맨스가 없었다면 피가소가 있었을까?
로맨스가 없었다면 수많은 팝송이 있었을까?
우리는 무엇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이 지루한 시간을 무엇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실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로맨스마저 없다면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은 사랑할 때 그리고 이별할 때, 누구나 시인詩人이 된다'고 세익스피어는 말했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이고, 운율없는 시로 가득한 시집이다. 이 책에서 그림을 볼 수 있거나 운율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다운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모두가 내 이야기같고, 공감하는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은 사랑하고 있는 이에게는 내 사랑을 확인하게 하고, 이별의 아픔에 있는 이에게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거듭할지라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니까. 
 
한 손 가득한 이 하얀 책을 펼칠 때면 당신은 그 어디에 있던 늦은 밤 홀로 라디오 볼륨에 귀를 기울이는 잠을 잊은 애청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