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p.s. i love you
모리 마사유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곱게 접어진 하얀 종이속에  
그(녀)의소식들이 가득 들어있던...반가운 편지를 기억합니까?
 
편지.
핸드폰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 아날로그시대의 유일한 소식전달수단이었죠.
물론 그때도 전화는 있었지만 전 거의 쓰질 않았답니다. 서로 떨어진 거리만큼 요금도 비쌌고, 안방이나 거실에 모셔두고 있어서 학생시절 내가 애용하기엔 벅찬 물건이었죠.
글씨도 악필이고, 달랑 한 장 쓰는데도 몇 시간이 걸릴만큼 글짓기도 젬병이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벌써 상대에게 가 있었고, 한 글씨라도 틀릴까 조심조심해서 마음을 담았던기억이 나네요. 편지지와 봉투는 지금의 내마음과 편지를 볼 상대방의 취향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고민스러운 선택의 과정이었고요, 볼펜보다는 투박한 연필이나 살짝 번져 운치있는 만년필 글씨를 좋아했었습니다. 보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빨간 우체통속에서 망설이는 나의 우유부단함에 지치기도 하고, 내 손을 떠나 우체통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는 세상에서 제일 빨리 전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조급함에 한심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하고픈 말과 생각도, 듣고 싶은 말은 많지만 보내는 이의 마음보다 받는 이의 마음에 더 비중을 둔 항상 배려가 듬뿍 묻은 것이 편지였던 것 같아요. 보낸 편지의 내용을 기억에서 잊어버릴 즈음 도착하는 답장의 내용을 수십 번을 되돌려 읽기를 하는 기분, 그리고 그 편지를 써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운치있는 교통수단이었던 것 같네요. 특히, 연애편지였을 땐 더욱 더...
 
이 책은 한동안 잊었던 기억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그림과 배경 그리고 표정들, 만화라고 하기엔 글의 내용이 너무 많은 그림편지형식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림의 모습 모두가 추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일본인의 작품인데, 작품도 실제로 그 옛날에 연재되었던 글이라고 하네요. 그 시절의 우리와 많이 닮았더군요. 그래서인지 편지마다 내맘같았답니다.
 
진심을 채 담지 못하고 행간에 숨기고는, 이미 써버린 글자들의 마지막에 용기내어 적어보내는 나의 본마음, 추신. 그것을 쓸 때가 가장 떨리는 시간이었었죠.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더군요.
푸르른 그 시절을 잠시  잊었더군요.
그렇지만 이 책 덕분에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갔더랬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죠. 너무 오랜만이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바보 같았지만.
 
예쁜 편지지와 봉투...
늘 다른 우표...
발송인의 발자국, 소인...
좀처럼 안외워지는 우편번호.
 
그리고 이야기들...
 
그 시절 나와 편지를 주고 받던 그 사람은 잘 있을까요?
저처럼 우연한 기회라도 내 생각을 할까요?
 
이 책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픈 마음을 만들게 해주었습니다.
지금...그 옛날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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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편한 것이 가장 편한 것이다."
    from 아날로그 ,아날로그를 생각하다 2008-01-21 08:12 
    아래의 기사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전화기, 인터넷, PMP를 내려놓고, 좀 더 시간이 걸리는 활동들로 일상을 채우는 모습은 본인만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클릭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확인하고, 1년만에 감회를 느낍니다. 1년에서 2년 우리나라의 IT시스템은 테스트 베드로의 실험장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