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대화법 - 솔직하게, 단호하게, 강력하게!
수잔 베이츠 지음, 태인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난 말이야, 자네를 친구라고 생각해왔어.
그런데...자네 나한테 감정있나?
 
난 지난 30년을 걸쳐서 단 한편의 영화에 메가폰을 들었는데...
 
자네는 줄기차게 영화를 찍어 2년에 한 번 감독상을 받더니,
급기야 1년에 한 편씩 찍어 계속 해서 감독상을 받아내더니..
이젠 1년에 대단한 작품을 두 개씩이나 내보내?
 
그럼 난 무슨 낯으로 헐리우드에서 살라는 말인가?
 
자네 내 친구 맞아?"
 
지난 1월 15일, 골든그로브상 시상식의 중반 쯤 배우에서 최고의 감독자리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on Eastwood Jr.) 감독'을 시상대로 불러내기 위해 좌중의 웃음을 뽑아내며 말한 사람은 바로  은회색 머리의 중우한 노인이 되었지만 중후한 목소리, 여심을 녹일듯한 눈웃음과 유난히 희고 고른 치아가 여전히 멋진 배우 워렌 비티 (Henry Warren Beaty)였다.
 
우리가 기라성같은 외국배우들의 잔치인 골든그로브상 시상식이나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애써보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로 꾸며진 최고의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단상에 서서 각본없는 수상소감을 거침없이 펼치는 스타들의 위트와 말재주를 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꼭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왜 우리나라 배우들은 저렇게 멋진 소감을 발표하지 못할까?'
'내가 만약 저런 자리에 설 수 있다면, 나도 저렇게 능수능란하게 대중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
 
세계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미국의 어느 대학에 초대되어
젊은 대학생들에게 둘려싸여 그들이 말하는 미래와 부, 그리고 그것을 대비하는 젊은이에게
필요한 덕목등을 전해준 적이 있다.
 
그때, 어느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빌 게이츠씨에게 묻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데 땅에 떨어진 100달러 짜리 지폐를 보았다면 당신은 이 돈을 줍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걷던 길을 걷겠습니까?"
 
빌 게이츠의 연간 소득대비 시간당 수익을 따졌을 경우 1초당 수만 달러이기 때문에 그가 만약 땅에 떨어진 돈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혀 돈을 집어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어 가던 길을 다시 걷는 2-3초의 시간에 비하면 100달러를 줍는 행위는 경제적 손실일거라는 어느 경제학자의 농담을 본인에게 직접 듣고 싶었던 듯 하다.
 
질문을 받은 빌 게이츠는 너무나 엉뚱하고, 황당한 질문에 말 그대로 2-3초간 머뭇거렸다.
이를 알아 챈 워렌 버핏이 마이크를 들어 대답한다.
 
"이 질문에는 내가 답을 해야겠군요.
 
아마 빌이 줍기 전에 상대적으로 돈없고 늙은 제가 먼저 달려가 집어들 겁니다."
 
짐작하겠지만, 약 10여 초간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위기를 모면한 빌 게이츠도 배를 잡고 웃은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워렌 버핏의 위트있는 대답 한마디로 머쓱해진 대화의 장을 순식간 돌변시킨 재치도 돋보이지만,  픽업차량을 손수 운전하고, 점심엔 항상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마시는 검소한 그의 생활을 피력한 백만불짜리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그들처럼 좌중을 압도하여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 책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대화법은 준비하고, 연습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에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 사업수완등과 함께 '말을 잘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이 책은 전한다. 리더를 따르는 무리들follows은 보이지 않는 그의 능력보다는 그의 말을 듣고, 그것을 믿어 움직이는 것이 자신을 설득하기에 더 편하기 때문이다.
 
연설하기, 프리젠테이션, 질의에 대한 응답, 언론과의 인터뷰, 회의를 주도하는 법 등 이미 리더이거나, 리더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가지 대화법에 대해 요령과 연습법, 효과적인 대처법등을 소개하는데, 자상하고 치밀한 설명은 저자가 방송국 앵커와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필드맨임을 입증하는 듯 하다.
 
저자는 수많은 테크닉을 소개하면서도 가장 최고의 방법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화자 스스로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게 연습하고 준비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고 보면 시상식에서 '언어의 마술사'인 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외국배우들의 소감은 필경 거듭된 준비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된 소감문'이라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테크닉이지만, 관객또한 이미 '기꺼이' 그것들을 들으려고 온 '열린 귀를 가진 청중'들이 아니던가? 그리고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나'를 설명하는 배우 '황정민'의 소감은 앞으로 더 나은 소감이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멘트'로 남을 것이라면, 한 달을 준비하는 수고를 한다해도 아깝지 않을 법하다.
 
'심성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대세인 지금, 리더에게 있어 최고의 무기는 '완벽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는 대화법'이다. 이미 리더이거나,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략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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