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타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헤어지자'라고 말해버린 것은 불퇴전不退轉의 결의에서 내뱉은 말은 아니다.
어찌하다보니 튀어나온 것뿐이라고. 지금이라면 아직 변명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말해 버린 '헤어지자'란 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별의 기미가 찰랑찰랑 수위를 높여간다.
양쪽 오금을 기어올라 등골을 따라 목덜미까지 와서 숨을 죽이고 눌러온다. 머리를 흔들어 떨쳐버리
고 싶었다. 모든 걸 다.
 
p243 episode 5 한걸음 더 중에서...
 
 
 
 
애는 腸(간장)을 말하며, <초조한 마음속>을 뜻한다.
이는 곧 어찌하면 이룰 것도 같은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들의 마음상태다.
'아직'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보다는 '이미'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그들의 다섯 가지 간절한
바람들이 들어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노처녀'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젊고, 덜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그'에 대한 마음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담겨 있다. '그'들은 어떤 '이미늦은' 이에게는 연하의 모습으로, 또는 연상의 모습으로, 그리고 제대로 말도 걸어보지 못한 선망의 모습으로 그녀들의 마음속에 들어 있다.
제각각의 행태로 그들은 사랑을 하지만, 마음속의 그 모습들은 모두 한결같이 복잡한데, 사랑에 애태우는 여성들의 심리가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이들의 마음도 그에 동조하고 만다.
아니, 만약 옆에 있다면 손을 끌고 데려가 그녀를 대신해 이야기해주고 싶은 충동도 일으키게 한다.
그 혼란함 속에서도 그녀들은 자연을 만끽하고,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며, 일상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끼고 평가한다. 단순한 남자는 알지 못한다는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알 수 있었고, 나를 비교해 보게 되었고, 그 엄청난 차이에 놀라고, 조심스러워졌다. 그들은 머리와 가슴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며, 그 시간들 또한 온통 '그'에게 쏠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홋카이도 출신의 여성작가인 만큼 자연에 둘러싸인 그곳의 정취가 이 가을에 어울렸다.
 
중년여성작가가 쓴 '노처녀'들의 '말못하는' 사랑이야기.
이 책이 오늘을 더욱 가을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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