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 - 억지 공부에서 자발적 공부로 나아가는 힘
정승익 지음 / 마인드셋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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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학원 보내는 게 맞아?

 

최근 2년 동안 사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계가 마침내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사교육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인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코로나가 창궐 할 때만 해도 '혹시 내 아이가 밖에 나가 코로나에 걸리는 게 아닐까' 두려운 학부모들은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로 돌렸다. 인강의 학습효과가 어디 학원만 할까. 하지만 학교 수업도 인강으로 하는 판국이니 궁여지책으로 한 선택이었다. 

 

 

코로나가 풀리자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렸다. 학부모들은 마치 그동안 하지 못한 '보복성 소비'라도 하듯 아이들을 시간마다 과목을 지정해 풀타임으로 끊어주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국내의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가계는 지갑이 얇아지기 시작했고, 여기서 줄이고 저기서 줄이다가 결국 아이의 학원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녀교육 유튜브 '유리스마' 채널은 지난 달 '학원비 한달에 얼마 써?'라는 콘텐츠를 내놓자 화제가 되었고, 같은 주제로 매주 방송을 했다. 구독자들의 자녀가 지출하는 사교육비 리스트를 공개하면 교육전문가와 세자녀의 엄마인 유리스마가 '이건 줄이고, 저건 더 싼 데로 가라' 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럼 자녀의 사교육비 리스트를 제출하는 학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나 둘 사교육을 늘리다 보니 '어머, 이렇게 많아?' 놀랄 만큼이 되었는데, '무엇을 줄여야 현명한 선택인지 알 수 없는' 난감함에 전문가의 의견을 올린 것이다. 나는 '만약 가계수입이 예전만큼 좋았다면 이런 고민을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정말 혀를 내두를만큼 많았다.

 

 

초등생의 사교육 참여비율가 약 80%에 달하고, 사교육비 지출비용은 약 100만원으로, 중고등학생의 그것보다 더 많다. 가정마다 여건과 사정이 달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집도 적지 않지만, '옆집이 어디 다닌대.'라는 주위의 말에 불안감과 조바심이 발동한 학부모의 등떠밀리듯한 참여가 대부분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내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 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시험을 보지 않아 성적을 알 수 없는 이 연령층의 아이들이 현행, 선행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더 받고 있다는 건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교육관련서 열의 아홉은 '내가 일타강사에요!!' 라고 외치는 저자들 일색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사교육이 전부가 아니다', '학원보다 공부머리를 가져라', '사교육비를 줄여라'는 주제의 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의 학원과 유튜브를 홍보하듯한 풍경들이 '학원이 전부가 아니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뀐 것이다. 

 

 

지난 해 사교육의 대부이자 메가스터디 회장인 손주은 회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여러분은 지금, 사교육 시장이 피크를 달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곧 사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던 걸 들었다.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이유야 어쨌든 사교육 시장이 피크를 넘어 하락장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 내 아이 공부, 뭘 어떻게 가르치라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건 불안해서다. 다른 집은 다 보내는데 내 아이만 집에서 공부시키려니 도무지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다. 부모 역시 SKY를 나온 인재가 아니라서 내 실력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불안하다. 그래서 학원을 보낸다. 과목당 한 달에 150,000~300,000원이 지출되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싶어서다. '먹을 것 입을 것 좀 줄이지'하는 아쉬움보다 불안감이 더 커서다. 그게 오늘날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의 저자 정승익은 '학원에 보낸다고 아이가 공부하나요?'라고 되묻는다. 학교에서 십수년 동안 학생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EBSi 수능영어의 대표강사가 되었다가 이제 아예 교직을 접고 저자와 강사 그리고 유튜버가 되었다. 지난 1월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를 써서 화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아예 '학부모가 사교육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저자는 학원 가고 스터디 카페에 앉아서 '공부하는 척' 하고 있으면 그게 '가짜 공부'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교 - 학원을 오가는 것을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이 하는 공부를 '가짜 공부'라고 정의합니다. 

가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겉으로 볼 때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진자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고등 이후에 성적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중등에서 고등으로 진학할수록 최고 수준의 성취를 위한 관문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본문 32쪽)

 

 

이 책에서 정의하는 가짜 공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공부의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다.

* 시키는 공부만 억지로 한다. 

* 주로 시험 기간에만 공부를 한다. 

* 자신의 노력에 대한 확신이 없다. 

* 공부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답답하다. 

*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게임, 스마트폰을 멈추지 못한다. 

* 다양한 경험이나 독서량이 부족한 편이다. 

* 슬럼프에 취약한 편이다. 

* 실패하면 좌절하고 포기한다. 

* 꿈이 없고 현실이 힘들기만 하다. 

 

 

가짜공부라니! 

불안한 마음에 '여기라도 보내면 잘 하겠지' 싶어 눈 딱 감고 보냈는데, 가짜공부라니!

 

 

멘탈 털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아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늘었는지 늘 답답했었다. 학원에 보내볼까 하고 인터뷰를 해 보면 레테(레벨테스트) 좀 해 본 뒤에 하나같이 "학부모님, 아이 실력이 바닥입니다. 지금 정말 잘 오셨어요." 했었다. 그 후로는 묵묵부답, 아이의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그랬다면 저자가 말하는 '가짜공부의 특징'에 내 아이는 몇 개나 들어있나 살펴볼 일이다. 

 

 

한편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 당신이 말하는 진짜 공부는 뭔데?'

 

 


 

 

 

왜 없을까. 이 책의 핵심이거늘. 저자는 진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 공부하는 목적을 알고 있다. 

* 자신의 진로에 대한 관심과 확신이 있다. 

* 공부를 위해서 게임,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다. 

* 시험 기간 외에도 항상 습관처럼 공부한다. 

* GRIT으로 공부한다. 

* 몰입해서 공부한다. 

* 경험이 풍부하거나 독서량이 많은 편이다. 

* 슬럼프를 잘 극복하는 편이다. 

* 실패하면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 꿈을 향해서 힘있게 나아간다. 

 

 

참 좋은 말들로 가득하다. '내 아이가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걱정하나 없겠다' 싶다. 위에서 말한 진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이 책의 핵심내용으로 2부에 자세하게 소개된다. 특이한 점은 이 부분은 학부모가 아닌 '자녀가 읽어야 할 대목'이라는 점. 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독자를 달리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학부모님, 당신의 자녀는 지금 가짜공부를 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 학생, 이렇게만 하면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우!

- 학부모님, 자녀는 지금 진짜 공부를 시도중이에요. 이렇게 도와 주세요

 

 

 

대한민국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전방위 학습 컨설팅북!

 

 

 

저자의 주장을 정리하면, 

'불안한 마음에 자녀를 학원으로 돌린다면, 그건 아이에게 가짜 공부를 시키는 것이고, 자녀만 힘들게 한다. 무엇보다 공부 잘 하는 몇명이 더욱 공부 잘 하도록 전기세를 내주는 격이니,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전에 이런 저런 점들을 체크해 보자. 돈 써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 만큼 쉽고 게으르고 효과가 없는 방법은 없다. 아이가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에 대한 목적과 목표를 먼저 세울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해도 인서울 명문대에 들어갈까 말까다.' 정도 되겠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구입해서 읽으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의 학습관련서는 '쪽집게 과외' 투성이었다. 하는 말들을 요약해 보면 나는 누구를 SKY에 보냈고, 내 실력은 이만큼 뛰어나다. 당신 자녀가 어떤 상황이든 내가 책임지겠다. 나를 믿고 내가 파는 교재를 사고 내가 강의하는 학원에 등록하라는 홍보성 멘트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자녀와 학부모를 위한 '전방위 학습 컨설팅 북'이라고 해야겠다. 주목할 점은 전체적인 내용들이 진실학 솔직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 역시 자녀를 둔 아빠로서, 독자인 학부모와 같은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학부모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현재의 입시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수험생이 될 내 아이가 놓여있는 현실이 얼마나 처절하고 절박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완독을 하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한 번 더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다.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같은 경험을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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