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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운동, 걷기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있다. 바로 '걷기'다.
나는 6년 전 잘 못 살아서 병을 얻었고, 죽을둥 살둥 고생해서 간신히 병이 나았다.
그리고 아픈 동안 글을 써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병에서 회복해 완치가 되기까지 나를 도운 운동은 '걷기'였다. 나는 투병을 할 때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아프고 힘들 때 마다 밖을 나가 걸었다. '죽도록' 아프다가도 걷다 보면 '살 것' 같았다. 아픈데 걸으면 더 힘들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걷기를 하면서 관련서를 적잖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란 걸 알았다.
온전히 두 발로 서서 장시간 걸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걷기 때문에 인간이라 불리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류가 태어난 것도 인간이 걸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걸을 수 있어서 음식을 구할 수 있었고, 맹수의 습격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걸으면서 오늘의 잘 곳을 찾았다. 요약하면 인간의 생활이란 게 '걷기' 그 자체였다.
걸으면 두 발만 튼튼해질 것 같지만, 온몸이 건강해진다(심지어 뇌까지도 운동을 한다). 걸으면 소화도 잘 되고, 근육도 줄어들지 않는다. 고민하다 걷다 보면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많이 걸어야 잠이 잘 온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나는 주말을 제외하고 아침 7시가 되면 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밖을 나가 걷는다. 40분 가량을 걷다 보면 등에 땀이 맺혀 흐르기 시작한다. 1시간을 걸으면 속옷이 젖기 시작할 정도가 된다. 이 정도가 되면 '걷기 운동'은 최고의 효과를 얻는다. 그런 날은 꿀잠도 보장된 셈이다.
걷기의 놀라움을 잘 말해주는 책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비가 와서, 추워서,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하루 이틀 걷기를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꾸준히 걸으려면 소홀해질만 할 때 마다 운동화와 운동복을 새것으로 바꾸거나 선글라스나 물병을 교체해준다. 그래야 '새 기분'이 되어 걷고 싶어진다.
셰인 오마라의 <걷기의 세계>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추위가 깊어갈수록 점점 더 이불 밖을 나오기 싫어져서다.
뇌과학자가 밝힌 걷기의 매력을 읽다 보니 '이럼 안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이 밝히는 '우리는 왜 꼭 걸어야 하는가'를 소개 한다.
우리는 걷기가 몸에 정말 좋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좀처럼 걷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일이다. 잘 걷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화할까?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자세는 근육 변화를 초래한다. 다리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고 나이가 들수록 움직임 부족으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다(근육감소증). 그밖에도 혈압과 기초대사율(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본문 16쪽)
"내가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걷고 있을 때다. 걸음을 멈추면 사고가 멈추게 되므로 다리가 움직일 때만뇌가 작동한다." 라고 말한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말은 틀림이 없다. 저자는 우리가 몸을 움직여 걷기 시작하면 뇌와 신체에 변화가 시작되는데, 걸음과 동시에 '인지적 활성화' 상태가 되어 뇌활동이 시작되고, 신체 움직임에 따라 고요했던 심장의 전기적 박동 리듬이 활성화되어 두뇌 활동도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걸으면 걸을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고 호흡이 변하며 뇌와 신체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비한 준비 상태가 된다고 했다.
걷는 동안 노화가 멈춘다고?
걷기 운동에 유독 관심을 갖는 연령층은 장년층이다.
가장 무리없는 운동이라서 만만해서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노화가 늦춰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어느 연구에서 '오래 앉아 있는 건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좋지 않다'고도 말했다며 운동을 강조했다.
"노화와 걷기에 대한 전문 자료를 해석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단순하다. 걷기를 계속하는 한 늙지 않으며, 걷지 않는 것은 늙었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특히 적당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빠른 템포로 정기적으로 걷는 것은 노화가 유발하는 역기능들을 지연시킨다.
또한 걷기는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창의성 향상과 함께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 활동 후의 유산소 운동은 이전에 학습한 내용을 기억해내는 능력을 개선시킨다. 또한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학습과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측두엽 해마의 새로운 세포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운동은 약이다'라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그 어떠한 약도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다. 게다가 운동에는 약이 주는 부작용 같은 것도 없다." (본문 19쪽)
앞으로는 치매를 예방한다고 주저앉아 화투를 칠 것이 아니라 툭툭 털고 밖을 나가 걸어야 할 일이다. 걸으면 몸도 좋아지고 혈류가 개선되어 결국 뇌세포가 생성되어 뇌도 건강해진다니,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굶으면서 누워 있지 말고, 잘 먹고 많이 걷자!
현대인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뚱뚱해지고 그래서 성인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도는 의사가 아니라도 잘 안다. 원인을 찾아 올라가면 옛선조보다 현대인이 '많이 먹으면서 적게 움직여서' 그런 것이다.
맛난 음식이 좀 많은가. 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고, 억지로 참는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다.
저자는 성인병을 두려워 하며 먹기를 줄이기보다 잘 먹는 대신 많이 운동하기, 엄밀하게 말해서 많이 걷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많이 걷는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저자는 '우리의 보잘것없는 걸음 수보다는 더 많이 움직어야 하고, 분명한 것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생기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운동, 특히 걷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이 대목인데, 걷기는 뇌의 다른 영역들 간 상호작용의 패턴이 학습과 기억 그리고 언어와 시각, 청각의 기능을 돕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로의 혈액 공급이 증가하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 뚜렷한 차이를 가져온다. 유산소 운동은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특정 뇌 영역의 새로운 뇌세포 증식을 돕는다. 더 나아가 뇌가 좋은 상태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분자의 생산을 광범위하게 촉진한다.
유산소 운동인 런닝은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다. 게다가 달리는 거리에 따라 부상의 위험도 증가하는데, 걷기는 아무리 멀리 오래 걸어도 부상 위험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중략)
걷기를 통해 건강상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적정한 거리를 높은 속도로 걸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4, 5회씩 최소 30분간 대략 시속 5~5.5킬로미터 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걷기의 최대 장점은 신발이나 우비 정도의 최소 장비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낮에 규칙적으로 걷는다면 폐, 심장 그리고 특히 뇌 건강에 작지만 의미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여기서 말하는 뇌 건강은 가장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심작의 역할이 혈액 공급이고, 폐의 역할이 호흡이듯, 뇌의 역할은 우리가 살아가며 수행하는 모든 것들을 총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뇌는 사고, 기억, 문제 해결, 기획, 기분 조절 등 기타 다른 다양한 일들을 돕는 목적을 갖는다. 규칙적인 리듬과 속도로 걷는다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얘기다." (본문 185~186)
프랑스 여성들이 멋지게 옷을 입고 살이 찌지 않는 건 '출퇴근 시간에 걷기 때문'이라는 말을 어느 외국 드라마에서 들은 적이 있다. 한껏 차려 입고 문앞을 나서서 싱그러운 사과 하나 깨어물고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프랑스 여성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선하다.
몸을 걱정하고, 치매를 걱정하고, 늙어감을 걱정한다면 일단 걷자!
기모가 빵빵하게 박힌 운동복에 쿠션 좋은 워킹용 운동화를 준비한다면 좋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으로 만보기를 켜고 밤이고 낮이고 마음이 생길 때 마다 걸어보자.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걷기의 놀라움'을 배우면서 오늘도 걷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