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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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천명관은 그의 존재만으로도 매력있는 작가다. 내가 그를 처음 안 건 그가 소설을 쓰기 전 영화인이었다는 이력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고래>를 읽었고, 환상적인 서사에 빠져 그의 소설이라면 부러 찾아 읽고 있었다. <나의 삼촌 부르스리 1, 2> 에 이어 읽은 소설이 바로 이 책,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글로 보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동안 눈에 뵈는 듯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가고, 전화와 문자의 알림이 귀찮을 만큼 시종일관 몰입하게 했다. 





소설의 내용은 말로 옮기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건달들의 모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속에 나의 옛날이, 우리 동네 형들이, 군대시절 들었던 수많은 달건이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나를 마냥 낄낄거리고 키득거리게 했다. 이런 소설이야말로 '페이지터너'가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 영화가 있다면 가이 리치 감독의 영국영화 <스내치>(2000년)다. 새파란 미국 애송이 브래드 피트가 영국에 와서 갱단에게 피똥싸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인데, 등장인물의 면면이나 스토리 전개과정, 관객(독자)을 낄낄거리게 하는 시답잖은 대사와 표정들, 특히 다이아몬드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과정 등이 이 소설과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일까.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새로운 기존의 르느와르로 첨철된 갱스터무비와는 180도 다른 기막힌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한편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 편의 장편으로 만드는 그의 필력을 인정케 한다. 스토리마다 반 매듭씩 비트는 바람에 예감은 어김없이 빗나가게 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은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부커맨 후보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얼마전 배우 정우를 주인공으로 <뜨거운 피>를 연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의 작가는 천명관에 버금가는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 였다. 엇비슷한 장르의 동료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셈이니 천명관의 영화사랑, 스토리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년 전 그가 쓴 작품 <고래>가 부커맨상 후보작이 되면서 최근 천명관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파묻혀버리기엔 너무나 환상적인 작품'이라 안타까웠던 탓에 내심 무척 반가웠다. 어느 뉴스에서 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기가 막힌 작품 하나를 영화화 하려고 한다'고 그는 말했다. 바로 이 작품,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이 그가 말한 기가 막힌 작품이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허장성세, 이게 남자의 세상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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