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관한 세 편의 해석 을유세계사상고전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오현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성적이탈>, <유아 성애> 그리고, <사춘기의 재구성>이라는 3편의 정신분석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신분석이란 모든 정신적 증상을 생애사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인 결정요인으로 보고 거슬러 추적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또한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며 신체적인 쾌감, 충동적인 욕구와 즐거움, 사랑 등의 심리성적 에너지인‘리비도’의 추동과 억압이라는 성적(性的) 결정요인을 인간의 정신적 조건임을 전제하고 있기에 성애(性愛)의 발달 단계에 대한 이 논문들은 아동 및 청소년의 양육은 물론 부모의 자세, 나아가 성인으로서 자신의 정신적 건강상태와 성적행태의 정상성(正常性)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1. 성적 이탈에 대해서

 

이러한 배경에서 유아나 사춘기의 성애를 말하는 것과 달리 ‘성적 이탈’에 대한 내용을 처음에 위치시켜 무엇이 정상인가를 이해하고, 그래서 이탈적 현상들 - 도착, 변태와 같은 - 이라 말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이며, 이것들이 어떠한 정신적 발달의 기원을 지니고 있는지를 납득케 하고자 하고 있다.

이것은 성적이탈, 특히 성 도착이라는 일종의 질병적 명명 하에 도덕적 불용과 비난의 굴레를 씌우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잠재되고 발현되는 것인가를 통해 시기적, 원인적 규명과 인간의 이해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함에 있다.

 

성도착은 ‘성 대상 도착’과 ‘성 목표 도착’으로 구분되는데, 성 대상 도착은 자기애, 동성애, 이성애와 같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가이며, 성 목표 도착은 페티시즘이나 사디즘 혹은 마조히즘처럼 성 대상을 상대로 중도적 상태에서 과도하게 지체하거나, 본래의 성 목표를 포기하고 부적절한 대체물에 집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기서 주목할 첫째 물음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도착증’이라는 정신적 질환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이다. 성 대상이나 성 목표 도착이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해당된다는 것이다. 단지 어느 지점부터가 소위 질병적이냐는 과제만 남는다.

 

우선 성 대상 도착의 하나인 동성애만 하더라도 인간의 양성적 본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전제하면 무조건 질병으로 단정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은 어머니(여자)와의 접촉으로 생을 시작하고 대부분의 인간은 그 품에서 애정을 받으며 성장한다. 여기서 아동기에 어머니에 대한 고착상태에서 멈추어버리면 자신을 여성과 동일시하고 스스로를 성 대상으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자신을 여자로 느끼고 행동하는 ‘주체적 동성애자’가 되거나, 완전히 남성적이면서 다만 성 대상으로 여성 대상자를 남성인 동성 대상과 뒤바꾸는 ‘대상적 동성애자’로 나뉜다. 그런데 전자인 주체적 동성애자는 ‘성적 중간인’으로서 정상적 인간(트랜스젠더 등)으로 정의되지만, 후자인 대상적 동성애자(게이, 레즈비언)는 ‘강박 신경증 환자’로 분류된다.

 

한편 성 목표에 이르지 아니하고 머리칼, 옷, 신발과 같은 부적절한 대체물에 머무는 것과 같은 성 목표 도착인 페티시즘을 보면 어느 누구나 성 목표(성교와 같은)에 도달하기 까지 일정한 중도적 상태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역시 모두 질병이라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양태는 조기에 성적인 두려움, 즉 아동기의 성 목표인 입술, 항문, 다른 신체부위를 성 목표로 과대평가하거나 이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두려움을 경험하였을 때 정상적 성 목표를 밀어내고 대체물을 구하도록 자극한 우연적 조건으로 야기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극도로 과장되고 지체되어 아예 본래의 성 목표를 상실하고 특정한 대체물에 고착되었을 때 도착증이라 부른다.

 

이처럼 ‘도착증’이라고 명명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규범에 다름아닌 정상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따른다. 도덕성이나 윤리의식과 같은 변화무쌍한 것이 건강과 질병의 기준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병(신경증, 우울증, 강박증, 등등)적 증상이란 어떤 의미에서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시대가 수인할 수 있는 정도에 따른다고까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적이탈이란 인간의 잠재태(潛在態)인 것이다.

 

2. 유아성애에 대해서

 

건강한 성인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중대한 이해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 6세에서 8세 사이의 초기 아동기를 잊어버리는 독특한 기억상실을 지닌다고 한다. 유아가 가장 수용력이 클 때라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의 문화적 역량의 향상이라는 수치심이나 혐오감 또는 도덕심을 체화하게 되는 유아의 성충동의 승화가 정신적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 것을 의식으로부터 차단하고 억압하여 무의식화하고 있다는 의미의 반면이랄 수 있다.

 

예컨대 엄마의 젖을 빠는 것은 처음에는 생존에 기여하는 행위이지만 후에는 독립하여 아이의 입술을 자극하는 일종의 성감대로서의 만족을 지향하는 행위이다. 배부르게 엄마의 젖을 먹고나서 발그레한 뺨과 행복한 미소로 잠에 떨어져 있는 모습은 아마도 성적 만족 표현에 대한 지표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만일 젖을 떼야 하는데도 오래도록 젖을 집착하는 아이는 성장한 후 어떤 도착적인 행위자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기억에서는 은폐되었으나 무의식에서 빨기를 히스테리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키스의 달인이거나 음주와 흡연을 지속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유아성애의 도착적 발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관점이 있다. 아이들의 야뇨증이나 배변을 회피하거나 유보하려는 행위에 숨겨진 성애이다. 이것 역시 입술과 마찬가지로 점막으로 이루어진 항문의 성적 자극과 관련한다. 영아가 양육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기에 앉아 장을 비우는 것을 매우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것은 배변이 항문 점막을 통과할 때의 자극이 주는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밤에 이불에 오줌을 배출하는 것 역시 유아적 몽정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적 용어로 영아수음이라 정의되는데, 입술로 젖을 빠는 행위와 같이 ‘자기 성애적’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즉 성 대상이 자신인 것인데, 이것이 나르시시즘이다. 이러한 배경만으로도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성적 에너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자각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 줄 것이다. 억압되어 은폐된 기억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충족되지 못한 성충동과 성만족, 다시 말해 아동의 정상적 리비도의 발현이 저지당하고 왜곡된 고통의 무의식적 발현인 것이다.

 

이외에도 엿보기나 노출, 잔학성 충동을 통한 쾌락이 있는데, 아이들은 부끄럼없이 성기를 드러내어 신체를 노출하는데서 즐거움을 얻으며, 양육자(어머니, 아버지)의 신체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며, 엉덩이를 두들겨주는 데서 쾌감을 얻는다. 젖을 빠는 구강기 체제와 항문기적인 가학성의 체제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심리성적 에너지의 조절 성향이 결정된다 할 것이다. 이것을 인간의 문화적 행동양식과 비교하면 이러한 자기성애적 요인이 어떻게 통제되고 조절되는 가에 따라 성 도착이라는 질병과 문화적 승화라는 이질적인 에너지의 발현이 이루어진다. 결국 공상, 독서, 연구와 지적, 문화적 행위나 바바리맨의 노출, 포르노는 물론 주변의 성적 대상에 집착하는 관음증(엿보기)은 공통의 심리적 뿌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사춘기의 재구성에 대해서

 

아동기에서 사춘기에 이르는 시기는 성 목표가 입술, 항문, 기타 신체부위와 같은 성감대에서 성의 본질적 목표인 성 물질 방출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성 목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기간이다. 또한 성 대상 역시 자기 자신이나 양육자로부터 제3의 존재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 경험적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는 잘못된 성적 발달을 하게 되고 신경증적 질병을 지니게 된다. 부모의 불화나 불행한 결혼생활, 부모와 아이 관계의 장애 등은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유아적인 것에 머무르는 퇴행이나, 근친상간적 고착, 성의 회피를 통한 목표가 왜곡되어 도착적인 성향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정도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난다. 일례로 대개의 청년들이 더 성숙한 여성에 끌리거나 더 많은 경험과 권위를 갖춘 남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발달단계를 경유하는 존재로서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정상적인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성 대상이나 성 목표의 도착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자기애나 대상적 동성애, 페티시스트, 사디스트로서 말이다.

 

인간의 본성, 문화적, 사회적 행태의 근원을 리비도라는 심리성적 에너지로 파악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오늘날의 과학이 모두 동의하거나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치심, 도덕심과 같은 정신적 제방을 쌓고, 이를 문화적으로 승화시키는 고도의 심리적 성취능력을 발달시킨 인간의 본질에는 고착된 충동과 승화의 끊임없는 투쟁이 있음을 발견케 한다. 또한 인간의 행위를 의식적으로 차단된 아동기의 은폐된 욕망들의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한 우리는 보다 용이한 자기 이해와 건강성의 회복에 실마리를 제공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동의 양육에서 교육, 양육자의 행동에 대한 교정, 그리고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에 대한 고통의 교감을 통한 따뜻한 연민과 배려의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도시생활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경증을 앓고 있다. 신경증은 "성 목표 도착의 음성화(negative)"라고 정의한 프로이트의 말은 이러한 우리 정신의 실체에 대한 명료한 진단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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