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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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우리들에게 가장 상처를 입히기 쉬운 사람들은 누구일까? 뒤집어 말하면 우린 누구로부터 가장 커다란 상처를 받는 것일까? 아마 우리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한 사람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신뢰를 확인시켜주는 사람들, 부모이고 그리고 자매와 형제들일 것이다.

의지해야 할 대상인 이들이 신뢰를 배신하고 이기적이며, 사랑을 알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온통 불안과 불신, 두려움의 상처를 안고 암흑 같은 세상에서 허덕이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듯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법, 좋은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 그리 자신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족과 부모형제에 대한 신뢰의 기대는 그 무엇보다 삶을 지탱하는 첫째가는 요소이다. 하물며 부모의 사랑과 보호에 의지하며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고, 불안을 여과하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란 거의 절대적인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삶의 현실은 이러한 상황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축소되고, 또한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는 그래서 오로지 물적 자본과 과시적 명예자본을 축적하는 데에만 골몰한다. 이것은 그대로 아이의 양육방식에 이전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뛰어난 인간을 만드는데 열중한다. 아이들의 성품과 인격은 오직 성공이란 기준 하에서만 재단된다.

소설은 이처럼 사회적 지위라는 명예자본을 중시하는 부모로부터 성장하는 두 소녀의 빗나간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업, 운동, 미모...모든 것에서 최고여야 하는 아이, 그래서 부모의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그 관심과 지원에서 차별된다. 우등생인 첫째 딸 ‘앨리슨’, 민감한 감수성과 섬세한 성격으로 그런 잘난 언니를 배려하는 둘째 딸 ‘브린’,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에 무심한 브린은 부모의 관심으로부터도 배제된다. 열등감과 신뢰에 상처를 확대시킨다. 그러나 끊임없는 경쟁 레이스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소녀 앨리슨의 평정심을 손상시키고 뜻하지 않는 임신으로 이어진다. 오직 경쟁의 우위에만 관심을 가진 부모는 속이기가 쉽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라 성과에 열중하는 이들에게 아이의 신체나 감성의 변화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없는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앨리슨, 가문의 명예를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환경은 이 사실이 은폐되어야만 하는 까닭이다. 고통스러움 속에서 언니의 출산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는 브린, 그리고 아기는 강보에 싸여 강물에 버려지지만, 영아 살해죄로 앨리슨은 5년의 형기를 마치게 된다. 자신들의 명예만을 중시하는 부모들은 앨리슨을 그들의 삶 속에서 지워버리고,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브린 역시 부모의 무대에서 배제된다. 한편 불임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던 작은 서점을 꾸려가는 ‘클레어’는 소방서 앞에 버려진 사내아이 ‘조슈아’를 입양하고 그 아이를 세상의 축복으로서, 지극한 사랑으로서 양육한다. 혹여나 그 극진한“사랑이 세상에 대한 아이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자신의 사랑을 의심할 정도로.
 

여기에 상처를 준 유일한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남자를 갈구하고, 그 남자들로부터 어린 딸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의 이기심만을 좇는 엄마를 말하는 스물한 살의‘챠메인’은 엄마가 버린 남자,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준 폐암으로 죽음에 임박한 전직 소방관인‘거스’를 간호하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족의 신뢰와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전령처럼 황폐해진 오늘을 일깨운다. 소설은 이렇듯 좋은 부모, 좋은 가족, 좋은 사람의 의미를 환기시키는데 열중하는 것 이상으로 소설로서의 견고한 구성과 속도감, 긴장감과 같은 요소로 이야기로서의 즐거움을 놓지 않는다. 소도시의 작은 서점, 다섯 살 소년 조슈아, 그의 양부모인 클레어와 조나단, 앨리슨, 차메인, 브린 등을 한 무대에 집결시킴으로써 가족의 갈등과 유대, 사랑과 용서, 그리고 더 이상 아이들의 양육이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 관심으로서 이해되어야 함을 밀도 높은 감성과 긴박감 속에 그려낸다. 더구나 앨리슨과 브린 자매의 영아 살해와 관련한 진실을 쫓게 하는 또 하나의 시선은 거대한 비극으로서의 구성적 축이 되어 소설을 더욱 풍성하고 조용한 웅장미를 창출해 내기도 한다. 섬세한 여성적 문체와 이야기로서의 아름다움 속에 부모란 무엇인지, 또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조심스럽게 다시금 생각게 하는 진중하고 충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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