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 국제원조를 둘러싼 정치와 외교적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캐럴 랭커스터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에는 구호를 받는 나라, 원조 수혜국이라는 딱지가 늘 붙어 다녔다. 불과 10년 남짓 전까지의 일이다. IMF로부터 긴급 구제자금에다 이웃 일본으로부터 구속성 원조를 받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치욕스러움이 바로 어제의 일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교역과 국민총생산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의 부담, 즉 지금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를 이젠 돌려줘야 하는 대열에 합류하여야 하지 않겠냐는 보이지 않는 압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웃 일본은 공여국의 대열에 선 이런 한국을 자신들의 집중적이고 선진적인 원조를 통하여 성공적인 발전과 사회 안정을 이룩시킨 모델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무슨 망발이냐고 하기에는 60,70년대 일본의 원조가 한국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냉전시대, 자본주의체제의 최전선으로서의 지역적 위치로 인하여 자신들의 국익과 위상의 유지를 위해 미국 또한 한국의 주요 공여(供與)국이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원조는 과연 순수하게 한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하자는 의도였을까? 그네들이 한국에 제공한 원조의 본질이란 그런 연민과 선의의 인도적 정신과는 결코 무관하였음을 이 저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원조대국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5개 국가의 대외원조 역사와 그네들의 원조정책, 원조를 위한 정치, 사회적 조직에 대한 분석과 통찰을 통한 본질의 규명이 있으며, 이로부터 21세기 행성 지구에서의 원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 제안과 구상이 있다. 중점적으로 소개되고 분석되는 이들 5개국의 해외원조의 목적은 분명 그 출발의 가치나 정책적 방향에서 많은 차이점들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구 500 만 명에 불과한 유럽의 소국인 덴마크가 GNP 1%의 공여순위 1위 국가라는 아주 낯선 이해처럼, 의외의 사실을 목격하게 되기도 한다.  

원조란 “수혜국 국민의 형편을 개선할 요량으로 정부가 다른 독립 정부나, NGO 혹은 세계은행과 UNDP 등 국제기구에 공적 재원을 이전하는 자발적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의에서 보듯이 원조의 표면적 행위에는 공여국의 목적은 설명되고 있지 않다. 다만 빈국이나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의 전후 복구, 불안정한 사회의 안정을 지원하는 등 수혜국의 형편을 나아지도록 돕기 위한 행위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대외원조가 실제 수혜국들의 형편을 개선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어떠한 확신도 없다는 것이 이 저술의 주요 결론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공여국들의 원조 목적을 보면 그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않다. 

공여율은 세계 20위권에 머물지만 공여금액은 단연 최고의 규모인 미국의 원조 목적은‘외교’에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대외원조의 목적을 영리나 개발과 같은 목적으로 명료하게 구분하는 것에는 그 속성상 한계가 있지만, 1990년대 구소련이 붕괴하기까지 냉전체제에서 자기진영의 확보를 위한 세력의 다짐을 위한 원조였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는 오직‘영리’목적의 원조로 원자재의 확보나 수출증진을 위한 구속성 원조와 같이 돈벌이를 위한 것이었으며, 보건이나 교육 등 진정한 원조에는 거의 배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에 와서 국제사회의 질책과 압력에 따라 이와 같은 구속성 원조라는 야박한 인심을 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근본적 변화는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원조와 깊은 인연을 맺는 두 국가의 원조의 성격에서와 같이 이들이 한국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기여했다는 주장에는 많은 위선과 기만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한국의 대일 교역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근저에는 일본의 물품을 사들이는 것으로 한정된다던가, 일본 기업의 제품이나 기계장치에 의한 산업건설에만 지출되도록 하는 바로 이러한 일본의 구속성 원조에 연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의 원조는 그네들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의 식민지국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에 종속시키고, 외교 시장에서 자신들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독일의 경우, 전후 복구를 위한 마셜플랜의 주요 수혜국으로서의 세계사회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출발하여 동독과의 냉전시대 경쟁에서의 외교적 우위를 확보키 위한 정략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들 강대국의 대외원조는 표면상으로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다는 것이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자국의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위한 구실 이상이 아니었음을 이해케 된다.

반면에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원조정책을 덴마크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공여 프로그램은 빈곤퇴치를 강조하는 순수한 개발원조로서 그네들의‘인도적 개방주의’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류사회를 위해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는 정치조건을 수반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 하에 빈국들의 국가능력,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장려, 인권의 신장, 보건위생 등 뚜렷하게 빈곤에 집중하고 있으며, 원조금액의 25%라는 엄청난 규모를‘무상원조’에 할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원조의 본래적 정의와 같이 수헤국과 국민의 형편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세계의 사회적 양심’을 실천하고 있는 유일하다시피 한 국가라는 점이다.

이 저술은 이처럼 주요 원조대국의 원조목적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은 물론 원조방법과 원조를 위한 조직에 대한 형태를 검토하고 있어, 그네들의 시행착오와 정치적 현실에 입각한 다양한 시스템들을 통해 새롭게 원조국가의 대열에 참여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유용한 기반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대외원조 시스템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원조국으로서의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과 지속가능한 체제를 위한 사회 환경의 측면이다. 내부의 평등과 사회 정의의 강조, 그리고 국가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에 적절한 도덕적이고 정치적으로 성숙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것으로, 청소년 교육 등 원조에 대한 대중홍보는 물론 국민과 의회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투명성 등에 대한 조언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요인이라 할 것이다. 넓게 공유된 사회적 합의는 쉬이 단절되지 않으며, 부패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제 원조에 대한 한 층 깊어지고 진지해 진 안목을 지니게 된다. NGO를 비롯한 기타 민간 구호기관은 물론, 대외 원조정책의 기획과 조직에 관여하는 정부관계자들이 꼭 참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