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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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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혹은 집단가치의 울타리를 넘어선 아웃사이더나 勢에 쫓겨 변두리로 물러난 주변인”이건 작자는 이를 바깥으로 정의하고 안과 밖이 섞이고 경계가 삼엄하지 않은 세상을 말하지만 그 경계란 것이 임의적이고 무어라 딱히 선을 그어댈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안이면서 밖인 것이거나 밖이면서 안인 것이 사실 사람이고 사회이며 세상인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세상이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과 대상을 집단이 생각할 수 있도록 떠올리려는 기획으로서 역사의 場에서 공론화하는 작업은 정신의 균형과 상실된 가치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쳇말로‘1 등만 아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대중의 표현을 뒤집어 1등이 아니어서 관심을 잃어버리고 무시된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이 모순어법이 더욱 진실된 언어로 다가올 수 있게 되고, 사람들과 사물 등 26꼭지의 관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지탱하는 귀중한 가치와 정신을 일깨워준다.
“꽃향기가 벽을 넘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듯 정갈하고 높은 정신은 어떻게든 세상에 영향을 주죠”라는 수도원 수사의 말처럼 이 저작에 소개된 삶들이 품고 있는 가치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오늘의 왜곡된 시선을 시정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격렬하거나 자극적인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평범하고 수려하며 친근한, 아니 서정적이기까지 한 문장으로 나지막하게 들리는 목소리만 있다. 읽는 내내 평온한 마음으로 작자의 글을 따라 시선을 옮기기만 하였다. 비판적 의식도 잠시 잠재우고 겸허하게 나의 이웃들, 내가 알지 못하는 삶들의 진실됨을 보며.
극장으로서는 국내 유일의‘사회적 기업’이라는‘허리우드 클래식’의 젊은 여사장의 노인을 위한 문화의 공간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서부터‘생활윤리’로서의 유교를 말하는 성균관장까지 분명 우리들의 일상과 관습, 문화적 배경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만 알지 못하고 무심했던 세계가 여기에는 있다.

연극배우만의 벌이로는 생계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 문화계의 속성을 일깨운다. 소비와 수요의 등식으로만 형성되는 스타지향의 문화상품화의 논리 이면에는 주연급 연극배우가 월50만원도 되지 않는 소득으로 살아가야하는 어둠이 있다. 역시 박태환이란 걸출한 수영선수 덕에 만년 2인자인 국가대표 수영선수에게는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라는 무지한 대중과 언론의 편협한 시각이 따라 붙고, 프리마나 솔로에게 묻혀 코리페, 즉 군무(群舞)의 리더인 20년 경력의 발레리나가“하늘거리는 튀튀(발레리나의 치마)를 처음 입으며 품었던 바래지 않은 화사한 꿈”과 가슴 속에 남은 서러움을 읽기도 한다.

우리들은 미디어와 산업 지배권력이 휘두르는 차별화에 무감각하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조달해대는 스타와 명품의 세계 뒤에는 바로 우리들, 세상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우리와 이웃의 삶이 기반하고 있다.
8000미터급 14좌를 국내 세 번째로 완등한 이는 세 번째여서 전혀 조망 받지 못한다. 8000미터 고봉에 이르렀을 때 “초월적 자연의 미학적 숭고함”,“자아나 인간 존재와의 철학적 대면”이라는 소감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꿈과 희망이 어디 있어요? 아무 생각 없어요. 무사히 내려갈 일만 생각 할뿐”이라는 진솔한 소감처럼 포장되고 각색된 허위의 수사만 난무하는 드라마를 기대하는 우리의 무식한 욕망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한편 ‘천하대신 할머니’를 통해 우리의 무속신앙을 근대화에 희생된 민속전통문화로서 조명하기도 하고, 버젓한 향악기의 하나로 풀피리(草笛) 무형문화재를 소개하기도 한다.
역사의 바깥세계로 들어가면 사실 우리의 진실한 세계와 직면하게 된다. 스타의 세계, 1등의 세계, 주류와 지배권력자의 세계에는 우리의 모습이 우리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가 만들어내는 기획의 바깥에 우리가 있다. 한국에 몇 안 되는 미얀마(버마)의 난민이 말하는 한국민의 참여의식에 대한 지적은 얼굴이 화끈거리게 하기도 한다. 안의 무지와 탐욕과 오류와 폭력에 저항하고 시정을 위한 밖의 노력은 여기에 수록된 사람들, 바로 우리들의 삶이 지속되듯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작자가 희망하듯이 안과 밖이 없는 세상, 다수자들이 잊고 있는 것, 보지 못하는 것, 기억의 표면에서 지워진 것들, 국민적 기억의 망각에 숨겨진 것들, 집단적 가치의 이성이 무능력을 나타내는 지대에 갇혀있는 것들을 불러내어 다수와 역사, 즉 역사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조성하려는 정신으로 충만한 세상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작자의 부드럽고 친근한 글 맛 이상의 진정함이 그득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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