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각에 녹여낸 이상과 현실의 소묘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소설의 주인공들은 왠지 대다수가 의심 없이 사는 세상에 합류하지 않는 밖에 있는 인물들이며, 분명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임에도 드러내고 말하지 않거나 보편성이란 잣대에 가려진 이야기들이라 하여야 할까? 이 소설집을 구성하는 9편 단편의 제목들도 해서 예사롭지 않다. 어쩜 별난 것들에 주목하는 작가의 얄궂은 시선으로 이미 압도하겠다는 의지인 것만 같기도 하고 소외와 무관심, 덮어두고 방치하여 외면한 것들, 즉 특수한 것들을 보편이라는 주류에서 소용돌이치게 하려는 것도 같다.

작품들 모두에는 비판의 눈초리가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 없는 무심함, 경쟁과 성공지향의 황폐한 도시사회, 욕망이란 본성만 꿈틀대는 야만의 세계, 거기서 점점 축소되고 소멸되어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상상력이자 서사라 하여야 할까?
식당에 혼자 들어가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 주변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단계별 학습을 시켜주는 학원이 등장하는「1인용 식탁」이나, 백화점 화장실을 소설의 집필실로 이용하는 「인베이더 그래픽」, 웹사이트가 선정해주는 궁합이 맞는 나라 「아이슬란드」등의 독특한 소재들은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오늘의 사람들의 삶이 실제 닿는 곳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좀체 접근하기 수월치 않거나(아이슬란드) 존재하지 않는 장소(박현몽 꿈 철학관, 무인 모텔 등)들이고 공간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욕망과 실제가 닿아있는 더 없이 현실적인 공간들로 다가온다. 또한 각 작품들은 한결같이‘꿈’을 그리고 있는데, 이 역시 소재들이 상징하는 현실에서의 지향점이나 이상(理想)적 세상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현실과 그 이상과의 괴리에 집착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궁극에는 현실의 수용에서 평안과 위로를 얻는다. 「달콤한 휴가」의 실업자가 된 주인공이 극복하려는‘빈대’의 공격을 자신의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서야 비로소 휴가의 달짝지근함을 느끼는 것이라든지, 아이슬란드 카페와 수도 레이캬비크라는 현실에서의 일탈을 쫓지만 일상이라는 생존의 무게를 다시금 감지하는「아이슬란드」에서처럼 말이다.

대신 꿈을 꾸어주고 그 꿈을 파는「박현몽 꿈 철학관」의‘몽’자에 작대기 두 개를 올린‘박현봉’이 어느 순간 꿈을 꾸지 못하게 되는 비극이나, 점점 낮아지는 천장이라는 물신주의의 폭력과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컨베이어 위의 자판기들의 향연이 어우러진 무인 모텔의 소외되어버린 인간의 모습은 단지 충돌을 주의해야 될 야생동물이 되어버린다. 이렇듯 작품들 전체에 유유히 흐르는 성찰은 인간들의 내면에 들끓는 욕망덩어리들의 실체에 대한 각성이고 상실되는 인간성과 배제되고 소멸되어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 작품들마다 경쾌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한 상상의 소재들과 어찌 보면 냉소적이랄 수도 있는 희한한 해학적 웃음을 자아내는, 그래서인지 당혹스럽기조차 한 작품 속 인물들이 뱉어내는 한 문장 한 문장이 폐부 깊숙이 박혀드는 통증을 실은 공감에서 달아날 수가 없게 되고, 이상하리만큼 편집광적이거나 고립을 자초하고 주류에서 배척된 것만 같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결코 나와 다른 타인이 아니라 나의 표출되지 못하거나 은폐된 한 측면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밀착케 한다.

한편 마지막 수록 작품인 「홍도야 울지마라」는 경지에 이른 유머로 심각했던 독자를 해방시켜 주는데, 그럼에도 시사하는 바는 만만치 않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인‘박홍도’에게 성숙한 이십대 여성의 시선을 담은 것부터가 작가의 깜찍한 재기발랄이다. 유기농이란 웰빙의 바람에 올라탄 기성권위의 허위와 거짓, 학교교육이 담고 있는 허풍과 위선이 깔깔거리는 소녀의 시니컬한 웃음에 실려 시종 주류를 자극해댄다. 아마 시선이 15도쯤 비딱하게 기울어야만 나오는 상상력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의 우리와 우리사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의식을 새로운 감각에 흠씬 녹여내고 있는 작품집이다. 젊은 시선의 발칙한 상상력이 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