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지식사전
김원중.이재호 엮음 / 현암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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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및 사상 등 문화예술 분야 뿐 아니라,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해외 석학들의 명편들을 읽다보면, 우리의 감수성이나 배경지식으로는 낯설고,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구절들을 접하기 일쑤여서, 명료한 해석 없이 건너뛰고 읽어나갔던 기억을 한번쯤은 가지고 있었음 직 하다. 더구나 그리스 고전이나 성서의 문장들은 대략 2000년간 서구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투영되어 독특한 관용구로 정착되고, 그네들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일상적 언어가 되어있어, 그들이 책 속에 무심히 던진 어휘와 문장을 관련도 없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반대의 의미로 이해하여 오독하는 경우도 발생할 뿐 아니라, 온통 이러한 표현들로 구성된 저작물을 대하면, 거의 독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서구의 고전과 그네들 특유의 관용화된 언어들을 모두 섭렵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도 일이거니와, 사실 필요한 독서를 위해 그 모두에 해당하는 저술들을 완독하는 것은 인생의 시간이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장애를 해결해 줄‘서양문화’를 집대성한 사전을 사실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분의 영문학자가 이러한 요구를 헤아린 엄청난 작업의 결실을 선사해 주었다.

원서의 독해를 위한 영어와 그리스어, 라틴어를 병행하여 표기, 수록되어 있어, 찾아보기가 수월 할 뿐 아니라, 우리식 발음인 가나다순이어서 국내 번역본의 독서에서도 폭 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할 때에는 도저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관용구들, 이제 그간의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웠던 서구의 고대문화와 관습적 어휘들로 인한 장애를 더 이상 느낄 필요가 없게 되었음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심화된 독서에 있어서 단순히 그리스신화나 성서의 문장적 지식으로만은 턱 없이 부족하다. 고대 그리스의 무수한 희비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그들 고전에서의 문장이 일상의 관용어로 변화하여,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고, 구약이나 신약 뿐 아니라 외경들에서까지 인용되어 의미화된 언어들에 이르기까지 이 사전의 섬세함과 치밀함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또한 근현대 서구의 걸출한 문학, 예술작품들은 물론 저자와 해당 작품 속의 주요 인물들, 배경 도시나 건축물에 이르는 설명은 가히 어떠한 독서 장애도 이 사전만으로 제어해보겠다는 편자들의 노력을 엿보게 한다.

특히 이 저작은 서양문화에 깊숙이 스며있는 암시와 은유, 에두른 말, 빗댄 말과 같이 일반적 지식으로는 해독키 어려운 인유(引喩, allusions) 모음집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2,300여개의 관용구를 포함하고 있어, 평소 난해하게 어겼던 저술들의 독서를 가능케 해준다. 컬러 및 흑백 화보를 곁들여 사전적 의미의 이해를 제고하는가 하면, 간략한 사전적 주석으로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설명과 예화, 인용문장까지 서술되어 있어 한권의 인문학적 도서로서의 가치까지 지니고 있다할 수 있다. 특히 독서시마다 항상 사용하여도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하드커버로 양장되어 있어 그 효용적 실용측면까지 고려되어 있어 이 저작물은 내용의 탁월함에 더해 책의 외형적 만족까지 해결해 주고 있다. 남독(濫讀)에 가까운 내겐 더 할 수 없이 유용한 지식사전이다. 원서를 읽다가 답답함을 느껴본 이들이나, 외국 번역 도서들의 독서에서 답답함을 경험한 독자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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