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각 ㅣ 문학연대 시선 5
고재종 지음 / 문학연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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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아껴 읽었습니다.

[시인의 말]

너무 늦은 질문이어도 좋은가. 이만큼에 서서 저만큼의 강을 물으며, 묵묵히 바라보는 경우가 잦다. 예전 어디선가 보았던 시간이 묵어 목전의 강물로 오는 것 같다.
…

저렇게 강물은 하냥 출렁거리고 또 시간은 조각조각 깨져 일렁거리는 목전. 이것은, 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인가 또 묻는다. - P5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바깥을 닫아건 고요와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침묵이, 마주 앉은 시간의 창에 어른거린다. - P16

나는 나를 알고자 책을 읽고 나를 찾고자 시 몇 줄을 썼으나 이쯤 해서는 낙과의 청시 한 톨만 하겠는가. - P25

이때쯤 때도 아닌데 멧비둘기 구욱국 울어댄다면 때로 적막보다는 그리움의 몽리면적을 넓혀 본들 어떠랴. 판독하다 놓친 사랑과 같은 저 마애불 위로 나는 날다람쥐여, 내가 삶에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고독이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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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모비 딕 - 허먼 멜빌
크리스토프 샤부테 각색.그림, 이현희 옮김, 허먼 멜빌 원작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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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소하고
모비딕은 자연이다.
소설이냐 만화냐 그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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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각 ㅣ 문학연대 시선 5
고재종 지음 / 문학연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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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부터
절창에 젖는 듯했는데
첫 시 두 줄에 아주 뻑 간다.

혼자 있는 시간, 해거름의 방죽은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의 한량없는 조화 속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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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을 만나는 법 ㅣ 파란시선 14
오석균 지음 / 파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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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읊조린다
지독한 외로움을

그래도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이 있어
‘애롭지 않’기를

아침에 눈을 뜨면
빛보다 더 빨리 심장에 다가오는 외로움
누굴 사랑한다 해도
누구로부터 사랑받는다 해도
적막한 공간 - P24

쓰고 돌아서면 또 이어 가던 사연들
너는 끊임없이 지우고 지우는데
한 자도 못 읽고 허물어진 지상의 시간이여
때를 잃고 바다 바라보는 갈매기
빈 배 위에서 작은 깃발이 되고
봄은 홀로 눈이 멀어
찬바람에 길을 잃었다 - P58

어제와 똑같이 말라 버린 하루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견디어 가는 날
비가 와도 젖지 못하는 가슴
저 멀리 실핏줄 같은 찻길에는
간간히 부음 같은 차 소리 지나는데
잠들지 못하는 구부러진 어깨 하나
두 손 모으고 바닷가에 홀로 눕는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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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랑토앙케 ㅣ 몰개시선 2
정양 지음 / 몰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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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들마을 민화> “밑이 째지게 가난했어도 더러는 구수했”던 70여 년 전, 시인이 겪은 “가난한 들마을 사람들의 얘기들을 민화처럼 투박하게 그려본 것”
갑자기 튀어나오는 참을 수 없는 웃음 여러 번. 땡공영감 얘기, 허영감 얘기 등등 재미있다. 당연하지만, 해학만 있는 것이 아니니 주의를 집중해야 함. 바람쟁이 얘기는 토론에 이를 수도 있음.
2부는 잔잔한 노년의 시편들. 바짝 마른 듯 군더더기 없는, 아무나 쓸 수 없는 시들. 여전히 세상에 있어 그 즈음을 보여주는 황동규, 마종기, 정현종처럼 정정하다.

“아마도 이게 내 마지막 시집이지 싶어
못내 부끄럽습니다”라고 2023년 1월 시인은 말했다.

외로움 그리움 쓸쓸함이
쉽게 구분되던 시절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것들
따로따로 짚기가 어렵다 - P106

그렇게 쏟아지던 눈송이들
강물에 빠지면 흔적도 없다

하필이면 강물에 빠져
허망하고 야속한가
차라리 강물을 만나 한세상
개운하고 깔끔한가

저렇게 흔적 없는 게 좋은 건지
어디든 어떻게든 쌓여 한동안
흔적이라도 남겨야 좋은 건지

눈송이눈송이눈송이눈송이들
야속한 듯 개운한 듯
하염없이 강물에 빠진다 - P87

달밤


떠난 사람 보고 싶어서
풀들은 더 촘촘히 돋아나
텃밭도 마당도 장독대도 두엄자리도
아무 데도 안 가리고 우거지더니

우거지다 지친 풀들 길 잃고
아무 데나 드러눕는 빈집에
술 취한 달빛 가득 고였다

한세상 번번이 길 잘못 들어
영영 길 잃어버린 얼굴들이
달빛 쓰러진 풀밭에 어른거린다 - P85

단풍


잊고 싶을수록
더 깊이 번지는 상처가
감출수록 드러나는 소문보다
더 아팠나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더는 못 감출 상처가
골짜기마다 울긋불긋
앞다투어 타오른다 - P81

봄비


매화 꽃잎 진 자리

누굴 그리 보고 싶은지

빗방울들 맺혀 그렁거린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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