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국가와 국민의 역사(내셔널 히스토리)에 머문다면 "땅에 쓰러진 사람들을 짓밟고 앞으로 나아간" 승자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뒷면이든 변경이 짊어진 말할 수 없는 고역이, 야만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전후가 어제의 세계로 물러나고, 야만의 역사가 애국과 만세 구호에 묻히고 있다. 변경은 기억과 기록에서 지워질 운명에 처했다.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면 죽은 사람들을 복원해야 한다. 역사의 묘지에 버러진 이들을 되살려 이어 붙일 때, 비로소 내 부모가 살아간 역사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