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돈을 달랑께
박경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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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말복>이 좀 웃긴 소설일 뿐
5부까지 나무 이름이 부제로 달린, 모든 얘기가 다 서러운 사람들 이야기다.
3부는 살구나무 연작인데, 그집 아저씨가 끝내 살구나무에 목을 맨다.
4부 오동나무 집 아저씨는 중국으로 시집간 딸이 사위와 같이 와 며칠 묵고 돌아가던 날, 그들을 배웅하고 문턱에 걸려 죽는다.
5부 팽나무 연작에서는 팽나무가 잎끝도 보이지 않고, 장가 못 간 막내가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데, 마을 물난리 막으러 나가면서 어머니를 집에 끈으로 묶어 놨다가 어머니가 산사태에 휩쓸려 묻힌다.

픽션이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다 힘들고 서럽고 괴롭고 죽어간다.
현실이니까
버드나무 뿌리째 뽑혀 휩쓸어 가는 물결에 떠내려가 못 찾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칠성 할매는 수십년이 지나도 술만 먹으면 앞뒤 안 가리고 난리를 치며
˝나가 오늘 확, 깨물고 안 죽으믄 사람이 아녀! 그려! 나 개새끼여!˝
고래고래 소리치며 고개 살짝 든 달을 발발 떨게 하는 것이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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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돈을 달랑께
박경희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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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시대에 농촌은 처참하다.
최근 돌아가신 신경림 시인이 농촌의 붕괴를 얘기한 것이 1970년대다.
석유 고갈을 경고한 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아직 비행기만 씽씽 난다고 웃는 자들이 있겠지만,
이미 지구는 인간 종말의 초읽기가 임박했다.

그럼에도 시인은 촌에 산다.
오랫동안 부대끼며.
외부 관찰자로서 바라보지 않는다.
해학이나 인심으로 눙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황금 들녘 한켠 농약 마시고 쓰러진 농부 그리는 식으로 르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상. 희노애락 중 중간 둘이 훨씬 많은
농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충청도 사람들의 여유와 함께.
제목에는 빈영되지 않았지만, 각 꼭지는 전부 나무 이름으로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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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 선비문화의 산실 조선의 사대부 9
우응순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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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이르는 말. 기록으로는 삼국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나, 남아 있는 것은 전부 조선시대의 것. 풍광 좋은, 특히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지었다. 바다를 끼기도 하고 못이라도 있으니 누정은 늘 물과 함께 한다.
이 책은 154쪽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인데, 그 안에 누정의 역사, 구조, 기능을 충실히 담았고, 누정과 떼놓을 수 없는 누정문학이 풍부하게 나온다.
청년 정약용이 폭우 올 조짐이 보이자 벗들과 함께 나는 듯이 출동해 물 보고 서로 베고 누워 시 읊는 세검정의 광경과 대선배이자 선생인 송순의 과거 급제 60주년 잔치에 정철, 고경명, 기대승, 임제 등이 모여 즐기다가 어른의 가마를 함께 메는 면앙정의 장면이 인상 깊다.
아쉬운 것은 사진을 직접 구하지 않고, 문화재청 등의 사진을 쓴 점이다. 2장 누정문학 부분과 3장 지역별 누정을 보강하면 두고두고 볼 책이 될 듯하다.

송순, 면앙정가

내려다보면 땅이 있고 俛有地
올려다보면 하늘이 있네 仰有天
그 가운데 정자를 지으니 亭其中
흥취가 호연하도다 興浩然
풍월도 불러보고 招風月
산천도 청해보자 挹山川
명아주 지팡이 짚고 扶藜杖
평생을 보내리라 送百年
<면앙집>(필자 역)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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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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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호기심, 평등(같아지라는 요구)처럼 아름다운 듯 보이는 태도가, 실제로는 얼마나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배제의 정치인가”

처신을 돌아본다.


바로 읽을 책을 두 권 골랐다.

폴 윌리스, 《학교와 계급재생산》
“마르크스 이론의 결정적 실패 원인 하나는 성별과 인종 개념의 부재다.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무엇으로? 남성은 미소지니(여성 혐오)로 단결했지만, 노동자는 인종과 성별, 국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로빈 스타인 델루카, 《호르몬의 거짓말》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 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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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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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

돌아보니 이 단편집에는 소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50을 몇 달 앞둔 그녀는 직장에서 조기 은퇴를 했고, 숲으로 둘러싸인 아파트에 이사를 왔다.
집들이도 번듯하게 마치고, 새 삶에 대한 기대와 일에서 벗어난 뿌듯한 마음, 조기 은퇴에 대한 자긍심 등 갖가지 상념 속으로
불청객 울음소리가 떠오른다. 지난밤의.

그 소리는 열흘 그 아파트에 머물, 어느 주민의 ‘아픈 언니’가 낸 울음.

주인공의 지난 시절 반 전체에게 학대 당하던 J의 울음
이 거미를 매개로 만나게 되고.

그녀는 J 곁에는 있어 주지 못했으나, 그 미친 여자의 옆에 앉아 있기로 한다.

상처는 그저 제 안에 있다. 치유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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