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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미술 - 무섭고 기괴하며 섬뜩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1월
평점 :
도서관 서가 사이를 오가다 눈에 들어 모셔와 읽기 시작한다. 기숙사에 사는 10대 소녀가 주말에 귀가할 때, 짠 하고 보여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몇 장 뒤적이더니 덮었다. 가져온 보람은 희미해졌으나, 읽어 줘야 덜 미안할 듯하여.
12 주제로 나누어 다양한 그림을 보여 준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단락을 남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과학도 철학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주제를 사색할 수 있고 때로는 치유도 받는다. 예술은 저 어둠의 원형, 마법사와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떤 (무섭든 폭력적이든 환상적이든 간에)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이 사색에서 우리는 역사와 경험을 되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실로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닌가? 220
과문하여 처음 접하는 그림이 많았다. 그중 인상적인 것들을 적는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33.jpg)
Aron wisengeld, The Pit
이성복에 대해 얘기를 했다. 좋아하는 두 사람과. 나는 이성복이 싫다고. 어떤 근원적인, 사라지지 않는 치욕 또는 상처, 우울을 깔고 있어서. 딱 저 구덩이 혹은 수렁 같은. 그게 왜 싫으냐고? 무섭고 재미없다. 저 심연을 보라.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꾸 눈이 간다. 이성복은? 물론, 다 읽었지. 에세이까지 다. 고백도 그의 시집에 몇 자 끼적여 했고. 지금은 저 심연과 같이 느껴진다는 얘기.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30.jpg)
David Wojnarowicz, Untitled(Face in Dirt)
처음 들었을 때,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의 노래에 완전히 푸욱 빠져드는 이들이 몇 있다. 담배든 약이든 뭔가에 찌든 목소리로 섬머타임을 거하게 긁고 있던 재니스 조플린이나, 그의 친구 짐 모리슨, 멱 감으러 갔다가 며칠 나오지 않은 제프 버클리나 커트 코베인 등의 목소리는 결말을 알고 들어서 그렇게 느꼈다기보다는 그저 이미 비애를 넘어선 죽음이 깊게 깔려 있다. 이 심상치 않은 사진을 보며 그들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워나로위츠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아래 그림들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인데, 처음 본 것.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38.jpg)
고흐, 담배를 태우는 해골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39.jpg)
세잔, 살인
그리고, 인상적인 그림.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40.jpg)
엘리자베타 시라니, 강간범을 죽이는 티모클레아
마무리는 마그리트의 말씀으로.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05/pimg_7287901654283341.jpg)
르네 마그리트, 흑마술
...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면서 단순한 질문을 한다. '무슨 뜻이지?'
아무 뜻도 없다. 왜냐하면,
미스터리란 아무 뜻도 없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이다."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