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좋지 가을볕은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하지.가을볕은 차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지.허전하고 한가하지.빈들 너머버스는 달려가고 물방개처럼추수 끝난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았네.피는 먼지구름 위로하늘빛은고요돌이킬 수 없었네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그날이 세상의 모든 눈물이이 세상의 모든 흐린 눈들과 헤어지는 날이 세상의 모든 상처가이 세상의 모든 곪는 살들과 헤어지는 날 별의 가슴이 어둠의 허리를 껴안는 날 기쁨의 손바닥이 슬픔의 손등을 어루만지는 날그날을 사랑이라고 하자. 사랑이야말로 혁명이라고 하자그대, 아직길 위에서 길을 버리지 못하는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