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 창비시선 506
박경희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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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아직 농촌에 살면서
농촌을 읊는 시인이 있다.
20세기에 농촌을 시의 대상으로 삼은, 남성 현대 시인들은
대개 인정과 해학, 자연, 성찰과 분노를 주로 담아 왔다.

박경희는 그와는 결이 다르다.
시인은 촌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동네 할머니들이야 뭐 오로지 가정을 이루는 것을 근본으로 알다 보니 “군청 다니는 조카 있는데 만나보라고 오십넘어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고 젊으니께 엄니 속 썩이지 말라고” 참견을 하지만, 시인은 그저 “막걸리가 딸꾹딸꾹 햇살을 먹고 있다”고 할 뿐 성내지 않는다.
죽어버린, 죽어가는 농촌 사람들과 도시 빈민 노동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붙잡아도 밤은 가고
붙잡아도 밥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피 묻은 기계를 바꾸고
야간작업을 하는 손들은 그저 묵묵할 뿐이다
먹먹할 뿐이다” 71

압사 사고가 난 현장에서 곧바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황금 들녘 곳곳에서 농약 먹고, 목 매달고, 고독사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한때 비구니 생활을 하다 관둔 듯한데, 그 쓸쓸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하고픈 말은

“내 걱정은 말고 너나 아프지 말아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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