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다 허물처럼 벗어 두고 간, 저 빈집들—.잡풀 우거진 마당에는 이 시골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던, 생의 족적들이 뒹굴고 있다그렇게 시장 경제 법칙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낯빛을 한, 마을의 공동화(空洞化)—.온갖 오물들의 불법 투기로, 마치 공포 영화의 촬영지처럼 변해 있는 폐가들—누군가가 미련 없이 벗어 두고 간 허물처럼 허공에 우두커니 걸려 있다그래, 이제 누가 연출하지 않아도 꼭 빈곤 포르노 같다“ 65~66.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7팔순의 노인이 됐으나,시인은 여전히 ‘울음에는 뿔이 있어야 한다고’‘되새김질의, 그 한없는 반추처럼 돋아나는 뿔’을 들고‘우직하게’세상을 들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