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 시선 한국의 한시 25
정철 지음, 허경진 옮김 / 평민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철의 큰누나는 인종에게, 둘째 누나는 계림군에게 시집갔다. 그래서, 정철은 일찍부터 한글에 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운 누이들과 편지로 이야기해야 했으니까. 그 끝에 고전문학사상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작품들인 두 미인곡과 관동별곡 등을 남겼다. 제2문자도 아닌 언문 구사에 뛰어난 그가 당대 주로 쓰던 문자인 한자로 쓴 한시가 뛰어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감탄하며 읽는다.

청원에서 귀양살이를 하며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알지 못하고
하늘을 업고도 하늘 보기가 어려워라.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오직 흰머리라서
나를 따라 또 한 해를 지난다네.


清源棘裏 清源,江界別號。

居世不知世,戴天難見天•
知心惟白髮,隨我又經年。 - P32

산양 객사에서

내 몸이 늙은 말과 같아 길 가기에 지치다보니
이 땅에다 대장간이나 차려 숨어 살고 싶어라.
삼만 육천 일 가운데 몇 날이나 남았나
동쪽집 막걸리나 시켜다 마셔야겠네.

山陽客舍
身如老馬倦征途,此地還思隱鍛爐,
三萬六千餘幾日,東家濁酒可長呼. - P45

산 속 절에서 밤에 읊다

우수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갑자기 비라도 오는가
잘못 알았었네.
스님을 불러 문 밖을
내어다 보라고 했더니,
시냇물 남쪽 나무 위에
달만 걸려 있다네.

山寺夜吟

蕭蕭落木聲,錯認爲疎雨.
呼僧出門看,月掛溪南樹, - P85

한가롭게 살면서 입으로 부르다

뜬 구름이 긴 하늘을 지나가니
한 점 두 점이 하얗구나.
흐르는 물이 북해로 돌아가니
천리 만리가 파랗구나.
흰 것은 왜 희게 되고
파란 것은 왜 파랗게 되었는지,
그 이치를 물어보고 싶건만
구름도 바쁘고 물도 또한 급하더라.

閒居口占

浮雲過長空, 一點二點白.
流水歸北海, 千里萬里碧.
白者何為白, 碧者何爲碧.
此理欲問之, 雲忙水亦急.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